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01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쪽수확인중 \| 3334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7190870
ISBN10	897719087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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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44년 경북 봉화에서 태어났다. 서울대학교 문리과대학 불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석 · 박사 과정을 수료했으며, 프랑스 그로노블 문과대학에서 문학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1976년 <현대문학> 추천으로 문단에 데뷔하여 창작집으로 『아테네 가는 배』『타인의 시선』 등이 있으며, 장편소설로 『천년을 내리는 눈』『소설 대동여지도』『두 아내』 등과 수필집 『영원한 이별은 없다』가 있다. 동인문학상, 윤동주문학상, 월탄문학상 등을 수상했으며, 현재 단국대학교 대학원 교수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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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김정호는 황해도 은율에서 김바우라는 어부의 아들로 태어난다. 김바우는 농사도 지면서 비교적 부호로 성장한다. 때문에 김정호는 양반계급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학문을 할 수 있었다.

김정호가 학문을 할 수 있는 데에는 이첨지라는 어른의 김바우에 대한 두터운 신임이 한몫을 했다. 이첨지는 김바우가 조기잡이를 나갔다가 배가 난파되자 보다 커다란 배를 김바우가 만들 수 있도록 자금을 대어 주었다. 이첨지에게는 김정호 보다 아래인 이용희라는 아들이 있었다. 이용희와 김정호는 매우 친분이 두터웠으나, 신분을 완전히 뛰어넘지는 못했다. 어느 날 청국의 여인이 황해도 바다에 밀항을 하게 되는데 그녀에게는 조선반도와 일본열도가 그려 있는 지도가 있었다. 이 지도를 보고 김정호는 지도에 흥미를 갖게 되었다. 그 여자는 청국에서 천주교를 믿는 자였다. 역시 그 지도는 서양에서 만들어진 것이었다.

그러던 이용희의 외사촌인 신헌과 조우하게 된다. 그날 김정호와 이용희 신헌은 구월산 주막에 들르게 되는데 그곳에서 김정호는 주모의 딸인 향을 만나게 된다. 그날 마침 주막에 산도적이 들이닥치게 되어 산으로 끌려간다. 그곳에서 김정호와 하층 민중과의 만남이 처음 이루어지게 된다. 이후 신헌을 통하여 김정호는 최한기를 만나게 된다.

이후 김정호는 지도를 제작하기 위하여 가는 곳마다 하층민중과 교우를 하고 또 그들과 이별을 하게 된다.

천한 민중과 함께 고락을 함께 나누며 김정호는 전국 순례를 마치게 되며, 대동여지도를 위한 1차 순례를 완수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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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조선의 양반들은 시문을 해석하고 연구하는 학문을 주로 했기 때문에 너희들은 믿지 않을지도 모르지만, 사실 우리 조선의 어떤 측면의 문화는 고려조보다 뒤떨어진 결과를 빚은 것도 없지 않다. 예를 들어서 바로 우리가 걷고 있는 길, 즉 도로가 그러하다.” “어마, 나으리 그게 사실이옵니까요?” “너희들 날 따라 다니면서 우리 조선의 길을 직접 보지 않았느냐? 여름철에 떠내려간 길이나 하천이 제대로 보수되어 있는 것이 얼마나 되더냐? 그대로 방치해 버리는 것이다. 도로를 담당하는 부서가 바로 병부인데, 벌써 임진왜란을 겪고 나서 얼마나 긴 세월이 흘렀더냐? 그래서 병부는 썩어들기 시작했고, 최소한의 역참도 제대로 간수하지를 못하고 있다. 조정의 선비들은 길이나 나루터에 정신을 쓸 정도로 실학적인 소견을 가지고 있지 못하다.” “그럼 고려조의 학자나 관리들은 우리 조선의 그들보다 더 실제적이었나요?” “적어도 나는 그렇게 생각하고 있다. 왜냐 하면 조선은 이제 오백 년 가까이 그 역사가 계속되고 있지만, 역시 전쟁보다는 평화의 세월이 훨씬 더 길었고, 우리 사회를 지배한 학문이 조금 전에 말했다시피 성리학이다. 성리학은 다른 말로 해서 주자학인데 이 학문의 요체는 인간의 본성을 따지는 것이다. 그러나 고려조는 불교가 이민족의 침입을 받아 노상 비상상태였다. 그래서 사람들은 좋은 의미에서건 나쁜 의미에서건 역동하는 삶을 살지 않을 수 없었다. 조선조에 있었던 원 제도는 바로 고려조에서 넘어온 것인데, 고려조의 원이란 산 속 깊숙이 들어앉아 있는 대찰의 길 안내를 위하여 대로와 사찰로의 갈림길에 만들어졌던 것들이다. 고려조에는 사찰을 중심으로 해서 민간 필요에 의해서 길을 내고 보수하곤 했다. 그러나 조선조에 들어오면서 길은 곧바로 관아의 통제하에 두게 되었고 백성들이 부역으로 그것을 만들고 보수하곤 했다. 현군이 나타나 정치가 잘 될 때는 문제가 없지만, 당파싸움에 정치가 휩쓸리거나 성리학의 논쟁에 휘말려들면 관리들의 머리는 여기 길 같은 것에는 전혀 미치지 않았던 것이다. 그 단적인 예로 고려조에는 민초들의 헛간에는 다들 발구라는 기구가 있었다. 발구란 길을 내고 보수하는 기구이다. 그러나 조선 백성들의 헛간에는 발구가 자취를 감추어 버렸던 것이다. 너희들 발구라는 기구를 본 적이 있느냐?” “듣기는 했는데 보지는 못 했사옵니다요.” “그것 보아라. 내 말이 틀리지 않지 않느냐!” “그들은 허름한 주막집의 술청으로 올라가 앉았다. 그들은 요기를 위해 국밥을 시켰다. “하물며 조선조의 학자들 중에는 길을 닦지 말고 자연의 거친 상태로 두어야만 적의 내습을 막을 수 있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들도 상당히 많았다. 그러니까 길을 내지 않고 험하고 날카로운 돌이 돋아난 상태 그대로 두어야 하고, 하천과 육지를 연결시켜 주는 다리를 놓지 말아야만 적이 쳐들어 왔을 때 국토 안으로 신속히 내습하는 속도를 늦출 수 있다는 주장을 펴는 사람들이 아주 많았다.” “나으리 어쩌면….” “그래서 그런 주장이 조정에 받아들여진 측면이 아주 강했다. 그러니까 완전히 소극적으로만 적의 내습을 막을 생각을 했던 것이다. 적의 기동력을 죽이는 방향으로만 생각했지, 아군의 기동력을 높여 적의 공격을 물리치는 생각을 하지 않았던 것이다. 이런 것들이 다들 성리학의 영향이라고 보아도 된다. 조선의 학문은 이제 성리학에서 벗어나야 하는 것이다.” “나으리의 말씀을 듣고 보니 이제까지 너무나 몰랐습니다요,” “조선팔도에 깔려 있는 길을 조정의 병부에서 관장하고 있다는 말은, 그 길들은 백성들의 편의라는 측면에서 보지 않고 병사들의 작전이라는 측면에서만 보고 있다는 뜻이다. 그러니까 우리 조선의 조정에는 길에 대한 정책이 아직까지 없다는 뜻도 되는 것이다.” “나으리, 그래서 조선은 수로가 발달된 것이 아닐까요?” “으음, 을년이 말이 맞을는지도 모른다. 우리가 조선의 중요한 대로들을 거의 다 다녀보았지만 그 양상은 참으로 한심하다고 할 만하지 않더냐.” “나으리, 영남대로는 좀 낫지 않을까요? 사람들의 통행이 워낙 많으니까요?” “그렇겠구나. 적어도 상파에서 달천나루까지는 그러하였다. 그러나 조령을 넘어 문경에서 부산포까지 걸어보아야 한다. 아무래도 조금은 나을 듯하다만 어디 두고 보자. 문헌에는 영남대로상에는 돌로써 길의 바닥을 단단하게 포장한 데도 있다고 했다. 과연 그런 데가 있을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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