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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 끓이는 여자

독 끓이는 여자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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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9년 03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52쪽 | 351g | 135*196*20mm
ISBN13 9788981339128
ISBN10 898133912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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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김인순
1959년 전주에서 태어났다. 고려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독일 칼스루에 대학에서 수학했으며 고려대학교 대학원 독어독문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고려대학교와 배재대학교 등에 출강했고, 독일에서 박사 후 과정을 밟은 뒤 함부르크에서 오래 연구를 계속했다. 현재 한국으로 돌아와 고려대학교에 출강하며 독일 서적을 우리말로 옮기는 작업을 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꿈의 해석》(지그문트 프로이트)《깊이에의 강요》(파트리크 쥐스킨트)《법》(프리드리히 뒤렌마트)《거짓말쟁이 야콥》(유레크 베커)《열정》《유언》《반항아》《하늘과 땅》《결혼의 변화 상·하》《성깔 있는 개》(산도르 마라이) 《기발한 자살 여행》(아르토 파실린나)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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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느님, 제발 이 연금 받는 날에서 벗어나게 해주소서!”

그러고는 수심 어린 눈을 들어, 헬싱키의 손님들이 찾아올 마을길을 바라보았다. 마음 같아서는 과격한 장교처럼, 남정네처럼, 험한 욕설을 크게 내뱉고 싶었지만, 교양 있는 노부인의 처지에 차마 그럴 수는 없었다. 그러나 노부인의 눈길은 매서웠으며 노기가 번득였다. 고양이도 몸을 잔뜩 옴츠리고서 길을 바라보았다. --- p.7

카우코 뉘쇠넨은 버스를 타고도 얼마든지 시골에 갈 수 있다며, 도둑질한 친구들을 나무랐다. 무엇 때문에 조금 멀리 갈 때마다 번번이 자동차를 훔쳐야 한단 말야? 이런 식으로 경망스럽게 굴다가는 쓸데없이 골치 아픈 일만 생긴다고. 이러다 언젠가는 결국 콩밥 먹는 신세가 될걸. 카우코 뉘쇠넨은 자동차 좀 타고 즐기다가 감방에서 곰팡이 슬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나머지 두 녀석은 푹푹 찌는 더위에 버스 안에서 곰국이 되고 싶지는 않다고 단호하게 말했다. 그럴 바에는 가능성만 있다면 차라리 자동차를 타는 편이 훨씬 낫다는 것이었다. --- p.10

린네아 라바스카는 한숨을 내쉬며 핸드백에서 편지봉투를 꺼내어, 죽은 남편의 조카에게 건네주었다. 카우코 뉘쇠넨은 편지봉투 안에서 돈다발을 꺼내 들어 꼼꼼하게 세었다. 그러고는 불만스러운 표정으로 지갑에 돈다발을 집어넣으며, 돈이 너무 적다고 투덜거렸다.
……
정말 연금이 이렇게 적다니, 말도 안 돼요. 이것은 사회적으로 엄청나게 잘못된 거라고요. 장교의 미망인더러 이렇게 적은 연금으로 만족하라니, 이런 법이 어디 있어요? 뉘쇠넨이 너무 부당한 일이라며 흥분했다. 라바스카 대령은 조국을 위해서 수많은 전투에 참전했고 적어도 백 번은 목숨 걸고 싸웠는데, 그 대가가 고작 이거란 말이에요? 젠장, 이 똥통 같은 나라의 사회제도는 모조리 똥값이라니까. --- pp.15~16

당직 경찰관은 수화기를 내려놓고서, 또다시 어느 히스테리컬한 노파가 전화를 걸어왔다고 동료에게 보고했다. 젊은 친척이 찾아와 사우나에서 술을 좀 마셨다고 전화를 하다니, 노인이 제정신이 아니야. 그래도 순찰대를 보내야 하지 않을까? --- p.52

카우코 뉘쇠넨은 페르티가 정치에 대해 쥐뿔도 모른다고 대답했다. 나는 선거에 아예 참여하지 않는 편이 낫다고 결론 내렸어. 우리한테 아직 항의할 가능성이 남아 있다면, 그것은 오로지 이 길밖에 없어. 정치가들을 따돌리고 고립시켜야 해. 선거권자들이 모조리 선거를 거부해야만, 이 땅에 혁명이 일어날 수 있어. 입후보자가 단 한 표도 얻지 못하면, 당선자가 없는데 어떻게 의회가 소집될 수 있겠어. 그렇게 되도록 우리 모두 진지하게 노력해야 한다니까. --- p.71

요컨대 핀란드는 대기업 보스들의 축복 받은 땅이었다. 시시한 소규모 불법기업가는 타고난 능력을 증명할 기회조차 얻지 못했다. 그저 절도나 신체 상해, 구질구질한 강도짓으로 만족할 수밖에 없었다. 보스들이 대규모 기습작전을 떠맡았으며, 국고의 돈을 삽으로 푹푹 호주머니에 퍼 담아서는 결국 외국에서 마음껏 탕진했다.
카우코 뉘쇠넨은 계급사회가 어깨를 무겁게 내리누르는 것을 느꼈다. 기분이 우울해지고 몸에서 기운이 쏙 빠졌다. 새로운 작전계획이고 뭐고 모조리 때려치우고, 곤드레만드레 취해서, 한밤중에 길거리로 달려나가 누구든 먼저 눈에 띄는 놈의 목을 콱 졸라버리고 싶었다. --- pp.73~74

“어떤 때는 내가 마치 살인자들 틈에 끼어 앉아 있는 기분이 든다니까.”
그러고는 덧붙였다. 나머지 두 녀석이 어리벙벙한 표정으로 카우코를 바라보며 실없이 허허 웃었다. 야리 파게르스트룀은 작년 가을에 루스케아수오에서 어느 연금생활자를 때려죽었으며, 페르티 라흐텔라는 몇 년 전에 살인죄로 케라바의 청소년 교도소에서 얼마 동안 복역한 경험이 있었다. --- p.76

린네아는 무엇보다도 아주 효과적이고 치명적인 독약이 절실하게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도저히 참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경우에, 얼른 독약의 힘을 빌려 녀석들의 올가미에서 벗어날 수 잇을 것이었다. 힘없는 늙은 여인으로서 최악의 경우에 대비하는 것이 상책이었다. 게다가 린네아는 중병에 걸릴 가능성도 직시해야 하는 나이였다. 병상에 누워서 시름시름 죽어갈 생각을 하면 몸서리쳐졌고, 암이나 고통스러운 종말이 끔찍하게 두려웠다. 오늘날에는 의사들이 아주 가망 없는 환자들도 끝까지 생명을 유지하도록 도와주는데, 린네아는 그렇게 되고 싶지 않았다. 그런 상황에 처하게 되면, 독약 병은 무엇보다도 없어서는 안 될 귀중한 도움을 줄 것이다. --- p.79

뉘쇠넨은 자신들이 범죄의 희생자라고 신음했다. 정말로 우리를 독살하려고 한 사람이 있다니까요. 전부 린네아 라바스카라는 이름의 과부가 꾸민 일이라고요. 그 여자는 나이가 거의 팔십이나 먹은 우리 양어머니인데 진짜 무서운 여자라니까요. 이 항의는 조서에 기록되지 않았다. 뉘쇠넨 패거리는 주취자 수용소의 유명한 단골손님이었다. --- p.105

이것을 계기로 군사정책에 대한 성의 있고 흥미로운 대화가 전개되어 아침까지 이어졌다. 대화가 진행되는 동안, 트로이탈레프는 붉은 함대에서의 자신의 경력에 대해 소상히 이야기했다. (……) 트로이탈레프는 현재 금주령으로 고생하는 해상에서의 삶에 대해 말하는 동안, 바닷바람에 시달려 붉게 충혈된 눈에서 눈물 몇 방울을 닦아냈다. 린네아는 가슴이 뭉클했으며, 자신도 마음속의 비밀을 털어놓았다. 올 여름에 일어난 세 번의 사망사건과 이에 연루된 일들을 이야기했다. 두 늙은 군마軍馬는 악수를 나누며, 젊은 사람들이 지배하는 세상은 무엇보다도 노인들의 생활조건과 관련해서는 아무짝에도 쓸모없다고 확정지었다. --- p.239

핀란드 민족 구성원들은 사후에 누구나 예외 없이 지옥에 떨어지듯이, 린네아도 적절한 때에 지옥으로 인도되었다.
--- p.2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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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화적인 핀란드 작가가 거만하게 구는 것 같지만, 주저하지 않고 악당들에게 일격을 가한다. 버려진 청춘, 가장 비겁한 경찰, 사라져 가는 전통, 영원한 핀란드에 더는 제대로 굴러가는 것이 하나도 없다. 날카로운 의심들은 저항할 수 없는 쾌활함, 익살극 앞에서 사라지고, 자의든 타의든 원래의 색으로 되돌아간다.
르몽드
핀란드의 대표 작가 아르토 파실린나의 추리소설적 묘미를 은근히 맛볼 수 있는 절묘하고도 재치 넘치는 걸작!
프랑크푸르터 룬트샤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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