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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비소설 무巫 11

신비소설 무巫 11

: 길이 끝나는 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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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6년 11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32쪽 | 418g | 145*210*30mm
ISBN13 9791187154198
ISBN10 1187154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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낙빈은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무너졌다. 가엾다고 말하기에도 미안한 일이었다. 인간들의 간악하고 잔인한 술법에 할 말을 잃었다. 대를 이어 받아내기도 힘든 한 집안의 횡액을 한 사람의 몸에 가두어둔다. 엉망진창으로 뭉그러지는 영능력자의 삶은 죽음으로 해방되어야 하지만 그녀는 죽을 수조차 없다. 이 끔찍한 액막이는 죽지 못하고 다시 이어오고, 또 이어가야 하는 것이다. 감히 가늠되지도 않는 끔찍하고 무서운 경험들이 한 사람의 인생에서 반복되고, 또 반복되었을 것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머리가 핑 돌았다. ---「제1화 깊은 비밀」중에서

‘아기 무당아, 너의 신님께서도 그러하단다. 네가 있으니 신님들이 계시는 것잉게 착각 말어라. 너더러 세상을 살리라고 네 몸을 이용하려는 게 네 신님들이 아니여. 너를 도울라고 이리저리 살펴주는 게 니 신님들이여. 그러니 항상 네가 우선이여. 네 인생이 먼저란 말이다. 네가 싫으면 싫은 거고 네가 좋으면 좋은 것이지. 네 신령들은 네 뜻대로 널 도와줄 것이여. 투닥투닥 다투고 의견이 다를 때도 있것지. 우리 신목이랑 내가 시도 때도 없이 싸우는 것처럼 말이야. 그래도 네가 우선이여. 네가 원하는 대로 사는 것이여. 그라면 네 신님들은 또 그런 널 도와주게 될 것이여. 잊지 말어라, 아가야. 네 인생은 네 것이여. 네 인생을 도와주려고 오는 신령들이 네 뒤에 까마득히 있는 것이여. 내 편이 하나만 있어도 사람은 외롭지가 않은 법인디 너는 네 편이 그렇게나 많은 것이여.’ ---「제2화 그대의 인생은 누구의 것인가」중에서

“그래, 나는 그걸 깨닫게 되었단다. 내 동생들을 핍박하던 내가 얼마나 자만했는지를 말이야. 어떻게 나와 같은 미완의 인간이 신의 모습을 다 알아서 내 것은 옳고 네 것은 틀리다고 말할 수 있는가 하는 생각이 들었단다. 나의 생각과 시각이란 나란 인간이 경험하는 한 뼘의 좁은 세계에 갇혀 있음을 겸허히 받아들이게 되었지. 나는 깨달았단다. 협소한 나의 눈이 보지 못하는 곳을 내 형제들이 보았을 뿐이라는 걸 말이지. 그래서 우리가 조금 다른 종교를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이지만, 그 근원은 모두 같을 수도 있다는 걸 이해했단다.” ---「제4화 그대가 보는 것은 무엇인가」중에서

“혜원아…… 예부터 제주는 저승이 코앞에 있다고들 했다. 그래서 제주 앞바다 코앞에는 저승으로 가는 이어도가 있고, 그곳이 우리네 뱃사람들이 죽어서 가는 곳이라고들 했지. 그런 옛말이 진짜인지 어쩐지는 모르겠지만, 예부터 제주도에서 귀신을 보는 것은 다반사고, 죽은 사람과 얘기를 나누는 만신(萬神)도 많았단다. 그래서 뭍에서 낳아온 아이들이 여기서 살게 되면 한동안 고생을 한다고들 말하지. 여간한 강심장에 정신력이 없으면 애들은 혼이 다 빠진다고 하지. 저승길이 가까워서 못 견딘다는 게야. 이 나이가 되도록 보아온 바로도 그 말이 생판 거짓은 아니더구나. 뭍에서 내려온 사람들을 보면 어른이나 아이나 사고도 많고 죽는 일도 많더라. 섬에서 태어나고 자란 우리들이야 저승길이 가까워봤자 어떻게든 예서 살아가지만, 뭍에서 태어난 아이들은 버티질 못하고 저승길로 꼴딱꼴딱 넘어간다는 게야.”
---「제5화 이어도」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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