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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스키모 왕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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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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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03년 02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133쪽 | 304g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70633312
ISBN10 8970633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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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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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 하정민
1964년 전남 광주에서 태어나 홍익대학교 동양화과 및 동 대학원을 졸업했다.
1987년부터 지금까지 13회의 개인전과 200여 회의 국내외 초대전에 참여했으며, 1996년 제15회 대한민국 미술대전 대상을 수상했다. 현재 홍익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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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와 나는 강물 앞에 앉아 검푸른 하늘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나는 난생 처음 여자의 냄새를 가까이에서 맡고 있었다. 그 희고 부드러운 살의 무어라 말할 수 없이 야릇한 향기. 시시각각 미세하게 변하고 있는 그것의 분분한 움직임. 그녀가 숨을 참고 있다는 느낌. 낮게 불어가는 새벽바람에 원피스 자락이 그녀의 발목을 휘감고 있었다. 그때 내게는 에스키모 왕자가 찾아와 있었으므로 마음 한편이 몹시 든든했다. 별이 많은 밤이었다. 그런 밤에 여인과 앉아 있는 것이 내게는 생의 첫 번째 신화였다.

"저렇게 많은 별들을 올려다보고 있으면 까닭 없이 무서워집니다. 저 자신이 오래전에 죽은 사람처럼 생각됩니다."
소리마저 맑디맑은 사람이었다.
"아마 아름다운 나이여서 그런 생각이 드는 걸 겁니다."
사루비아처럼 그녀가 웃었다.
"남자가 못 하는 말이 없습니다. 때로 그것은 아주 무서운 말이 됩니다."
"......"
"저는 제 나이가 두렵습니다. 스무 살이 왠지 삶과 죽음의 경계로 생각됩니다."
--- pp. 58∼59
"그를 여기에 남겨두고 가는 것이라면 사실 떠날 이유가 없는 게 아닐까."
그녀는 빈 커피잔만 둥그렇게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녀의 옆모습이 내 눈에서 흐려졌다 뚜렷해졌다를 반복하고 있었다. 언뜻 가깝기도 하고 실은 아직까지 먼 사람이기도 했다. 한참 만에 입을 연 그녀의 목소리는 소년의 음성으로 변해 있었다. 핀이 떨어진 것처럼 문득 머리칼이 풀려 내려와 그녀의 뺨을 가리고 있었다.
"사랑을 하면서 그 앞에서 너무 머뭇거릴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그럼 상대도 점점 자신을 잃게 되죠. 무슨 말이 하고 싶냐면 그렇게 하기로 마음 먹었으면 한번 그렇게 해보는 게 좋겠다는 거예요. 그게 머뭇거리는 것보다는 훨씬 낫잖아요."
--- pp. 3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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