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0년 52,000달러에 구입한 우리집 테라스에서는 산 정상 주변의 아름다운 구름과 그 아래 펼쳐진 풀밭에서 풀을 뜯는 말과 소들이 보인다. 걸어서 갈 수 있는 시장에서는 10달러 정도면 주변 농장에서 수확한 신선한 과일과 야채를 일주일 내내 먹고 남을 정도로 살 수 있다. 장바구니가 너무 무거우면 택시를 탄다. 요금은 단돈 1달러다. 5달러면 긴 줄기에 매달려 한 달 정도 시들지 않는 신선한 장미꽃 50송이를 살 수 있다. 10달러면 일주일에 한 번씩 청소해주는 사람을 고용할 수 있다. 집을 구입했기때문에 월세도 내지 않는다. 한 달에 150만 원 정도면 충분히 여유있는 생활을 즐길 수 있다. --- p.28
“저는 몇 년 전 유럽의 한 시골지역으로 옮겨왔습니다. 미국에서 몇 년간 일자리를 잡지 못해 어디로든 옮겨야 할 상황이었죠. 지금까지는 완벽한 곳을 찾았다고 생각합니다. 삶은 여유롭게 흘러가고, 건강하게 살 수 있으며, 음식과 숙소는 싸고, 아름다운 여성들과 훌륭한 와인이 넘쳐납니다. 이웃들도 친절하여 서로 관심을 가지고 돌봐줍니다. 놀라운 예술 작품, 박물관, 고성(古城)과 유럽에서 가장 잘 보존된 고대 유적은 입을 다물 수 없을 정도입니다. 저는 3-4년 더 열심히 일할 생각이지만 여기서는 한 달에 1,300달러 정도면 편안하게 살 수 있습니다. 한 달에 한두 번, 2-4일 정도 오토바이 여행을 즐기는 비용까지 포함해도 그렇습니다. 의료 수준 또한 매우 높고 저렴합니다. 가장 좋은 점은 인근 160킬로미터 내에 제가 유일한 미국인이라는 점입니다. 어디든 미국인이 많으면 더 비싸지죠. 미국식 시설이 들어서면 더 비싸집니다. 미국에 많이 알려질수록 더 비싸지고요. 잡지나 블로그에 많이 실리는 곳을 피하세요. 다른 사람들이 아직 발견하지 못한 곳 중 관습과 음식과 문화가 잘 보존되어 있는 곳을 찾으세요. 그런 마을은 문자 그대로 수백만 개가 있습니다. 그곳이야말로 보석 같은 장소입니다.” --- p.47
그 여행을 통해 서로에 대해 많은 것을 배웠다. 실제로 길도 잃었다. 그것도 여러 번! 하지만 그 여행은 우리 삶에서 최고의 순간이기도 했다. 첫날밤 아레날 화산의 남쪽 기슭에 위치한 작은 호텔에 들었는데 밤에 눈을 떠보니 장엄한 화산에서 시뻘건 용암이 분출되고 있었다. 플라야 델 코코와 플라야 플라밍고 사이로 난 ‘원숭이 길(Monkey Road)’을 지날 때는 실제로 원숭이들이 노는 모습을 보았다. 사마라, 하코, 케포스, 도미니칼 등 해안마을과 너무나 멋진 마누엘 안토니오 국립공원도 들렀다. 산 속 어딘가에 있는 랏지의 안락한 오두막 발코니에서 한밤중에 수천 마리의 반딧불이가 눈부시게 빛을 발하는 광경을 보기도 했다. 모험의 대미를 장식하는 마법같은 순간이었다. --- p.114
바스크 지역의 자존심인 빌바오는 지난 20년간 불쾌한 공업도시의 이미지를 벗고 도시 재생의 전형적인 예로 변신했다. 더욱 놀라운 것은 로맨틱한 중세풍 분위기를 고스란히 보존했다는 점이다. 그 덕에 수많은 상을 수상했음은 물론 전 세계에서 가장 살고 싶은 도시 중 하나로 손꼽힌다. 관광객도 크게 늘었다. 편리한 도시생활, 풍부한 문화, 기막힌 음식, 해변의 멋진 분위기, 그리고 잠깐 차를 몰면 초록색 전원을 접할 수 있는 곳이 있는 곳을 찾는다면 빌바오로 가볼 일이다. 변신의 기폭제가 된 것은 1997년 뉴욕 박물관의 분관으로 문을 연 빌바오 구겐하임(Bilbao Guggenheim) 박물관이다. 반짝이는 티타늄을 사용하여 정신을 쏙 빼놓을 정도로 생동감있게 지어진 이 거대한 건축물은 시내 한복판을 통과하는 강을 따라 조성된 넓은 공원 위로 우뚝 솟아 있다. 빌바오는 아름다울뿐더러 즐길거리도 많다. 도심에서는 강을 따라 나무가 울창한 초록색 공간을 거니는 사람 이 많다. 현지인, 관광객 할 것 없이 한데 섞여 느긋하게 걷거나, 자전거를 타거나, 인라인 스케이트를 즐기는 산책로 주변은 놀이터에서 마음껏 뛰노는 어린이들의 즐거운 함성으로 가득하다. 보행자들을 위해 섬세하고 아름다운 다리가 여럿 놓여 있어 강 양쪽을 자유롭게 오갈 수 있다. --- p.249
세상에는 삶을 변화시키고 싶은 사람이 정말, 정말 많다. 계속 말했듯이 은퇴이민은 모험이다. 대부분 짜릿한 모험이며 성공하면 절대로 후회하지 않는다. 물론 몇 가지 어려움이 따른다. 그래서 사전에 많은 조사와 준비를 하라는 것이다. 막상 살아보니 자기와 전혀 맞지 않는다 해도 조바심 낼 필요는 없다. 세상에는 한 번쯤 살아볼 만한 곳이 적어도 수백 군데는 있다. 고국에 대한 향수가 너무 커지면 돌아가도 된다. 손해 날 것도 없고, 뭐라고 할 사람도 없다…(중략)… 기막힌 기후, 멋진 경치, 저렴한 생활비, 이국적인 문화, 느긋한 일상. 은퇴이민을 통해 무엇을 추구하든 반드시 그것을 얻을 것이다. 다시 고향으로 돌아간 사람도 은퇴이민 경험에 대해서는 전혀 후회하지 않는다. 그러나 대부분의 은퇴이민자들이 후회하는 것 한 가지가 있다. 왜 좀 더 빨리 은퇴이민을 떠나지 않았을까 하는 것이다. 정말 그렇다. 눈을 조금만 밖으로 돌리면 훨씬 적은 비용으로, 훨씬 훌륭한 은퇴생활을 즐길 수 있다. 완벽한 기후 속에 믿기지 않을 만큼 높은 삶의 질을 누릴 수 있다. 게다가 생각보다 훨씬 이른 나이에 은퇴할 수도 있다. 은퇴이민자들의 유일한 후회는 시간을 되돌릴 수 없다는 점이다 --- p.348
이제 냉정한 자기평가를 삶의 모든 부분에 적용해보자. 해변에 살고 싶다고? 수많은 레스토랑이 즐비한 리조트에 살지 않는 한 해변에 산다는 것은 질리도록 해산물만 먹어야 한다는 말과 동의어일 수도 있다. 말 그대로 365일 삼시세끼가 모두 해산물이라는 뜻이다. 지저분한 쓰레기가 바람에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거리를 보면 마음이 불편한가?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개는 어떤가? 거지들은? 실제로 많은 은퇴이민자들이 후진국의 이런 모습을 견디지 못하고 고향으로 돌아간다. 특정한 스포츠나 팀을 좋아하여 그들의 경기를 꼭 봐야 하는가? 그렇다면 한국 방송이 전혀 나오지 않는 곳을 떠올려보자. 이런 식으로 삶의 모든 측면을 심사숙고해보자. 성공적인 은퇴이민자는 은퇴이민이라는 삶의 큰 변화를 통해 자신이 누구인지, 삶이 어떤 모습이기를 원하는지 찾아낸 사람들이다. 삶이라는 거대한 계획 속에서 사소한 일들은 정말 사소할 뿐이라는 사실을 배운 사람들이다. 거리상으로 아무리 떨어져 있어도 가족이나 친구들과 강하고 풍부한 유대를 유지하는 사람들이다. 삶에서 정말로 중요한 것은 어린 학생들이 거리에 떨어진 쓰레기를 줍는 모습에 따뜻한 눈길을 던지거나, 이제 막 활동을 시작한 동물구호단체의 첫 번째 모임에 참석하거나, 인정 많은 이웃이 늙은 걸인에게 따뜻한 식사를 대접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그리고 가능하다면 기꺼이 스스로 그런 일을 하는 작은 순간들이라는 사실을 깨달은 사람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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