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생님이 나눠주신 종이에는 “우리 사회의 환경 문제는 무엇인지 찾아보고, 우리 주변(집, 학교, 지역사회)에서 개선할 수 있는 사항과 그에 대한 실천 방안을 제안해보기”라는 큰 주제가 쓰여 있었다. 큰 주제 외에는 무엇이든 자유롭게 하면 된다고 했다. 소주제를 무엇으로 정할 것인가와 각 조원 별로 어떻게 역할 분담을 할 것인가, 누가 조장이 될 것인가, 조 이름을 무엇으로 정할 것인가도 자유라고 했다. 자료 조사 방법, 즉 설문지를 작성해서 돌릴지, 전문가를 찾아가서 인터뷰를 할지, 인터넷이나 책을 찾아서 조사를 할지도 알아서 정하라고 했다. 처음부터 끝까지 다 알아서 하라는 말이나 마찬가지다. 민우는 한숨을 쉬었다. 발표 수업은 어렵다. 귀찮고 힘들다. 자료를 찾는 것도 힘들고 발표하는 것은 더더욱 힘들다. 무엇이든 ‘자유롭게’ 하라고 하지만 경험에 의하면 그 ‘자유’라는 게 더 피곤한 일이다. 정해진 것이 없기 때문에 무엇을 ‘정하는’ 일부터가 난관이다. 일단 같은 조원 애들하고 모이는 일부터가 어렵다. 학원에 가야 한다거나 다른 약속이 있다는 핑계로 제대로 모이려면 몇 번이나 시간 약속을 옮겨야 했다. 그래도 꼭 빠지는 애들이 있었지만. 민우는 특히 발표 수업에 약하다. 모두 앉아 있는데 그 앞에 혼자 서 있는 것 자체가 식은땀 나는 일 아닌가? 중학교에 올라오자 매 과목 수업마다 조사하여 발표하기가 빠지지 않고 들어갔고 그때마다 시간은 시간대로 들고 준비는 제대로 안 되고 조원들끼리 서로 짜증만 내는 일들이 반복되었다. 문제는 발표를 잘하고 싶어도 무엇부터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누구에게 물어야 할지도 알 수 없다는 것이다.
발표를 기획하는 단계
이 단계에서는 발표 주제를 명확하게 선정하고, 그 주제를 풀어낼 논리적 구상을 한다. 관련된 자료를 조사하고, 발표의 전체 흐름을 정리해본다. 발표의 기획 단계는 우리가 집을 지을 때 설계도를 그리는 것에 비유할 수 있다. 설계도 없이 집을 짓는 경우는 없다. 어떤 집을 짓고 싶은가? 몇 명이 살 것인가? 어떤 콘셉트를 원하는가? 등을 고려하여 그에 맞는 설계를 한다. 발표 기획도 마찬가지다.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 그 이야기를 어떤 순서로 풀어나갈 것인가? 등을 구체적으로 정하는 것이 기획 단계이다.
발표 자료를 만드는 단계
발표 기획이 마무리되었다면 그에 맞추어 발표 자료를 만든다. 집을 짓는 단계로 비유하자면 설계도에 따라 실제로 집을 짓는 단계라 할 수 있다. 뼈대를 잘 세우고, 외부와 내부 디자인대로 집짓기를 완성하는 단계이다. 최대한 간결하고 인상 깊게, 지루하지 않게 만들어 듣는 사람이 집중할 수 있도록 한다.
실제 발표하는 단계
설계도를 잘 그리고 그 설계대로 제대로 집을 지었다면 이제 그 집을 마음껏 활용하면서 누릴 차례다. 편안하면서도 당당하게, 자신감 있게 발표하려면 반복적인 연습이 필수적이다.
Why 단계
발표의 흐름을 정리할 때 가장 먼저 생각해볼 것이 Why, 즉 발표의 목적이다. ‘왜’ 이 발표를 하는지가 정확해야 하기 때문이다. Why를 정리할 때는 이 발표 주제와 관련해서 우리가 생각하는 문제는 무엇인지, 혹은 배경은 무엇인지를 먼저 따져보고, 이 문제가 현재 어떤 모습으로 나타나며 우리가 바라는 모습은 무엇인지 구체화한다. 현재의 모습과 우리가 바라는 모습과의 차이가 바로 해결해야 하는 문제이며, 우리가 발표하는 목적이 될 수 있다. Why 단계의 생각 정리는 우리가 발표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은 무엇인가로 마무리된다.
What 단계
이 발표에서 우리는 무엇을 이야기할 것인가? 즉 핵심 내용이 무엇인지를 정리하는 단계이다. What 단계에서는 발표의 시간이나 범위에 맞춰 이야기하고자 하는 것의 규모를 정하는 것도 중요하다. 이야기하고 싶은 내용이 열 가지라면 이번 발표의 목적(Why)과 시간, 듣는 사람의 입장을 고려하여 세 개 정도로 핵심 내용을 추리고, 간략화하는 방법도 함께 논의해보자. 이야기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이 추려졌다면 이제 다음으로 어떻게 발표를 진행할 것인가에 대해 고민하는 단계로 넘어간다.
How 단계
이야기하고자 하는 핵심 내용에 대해 어떻게 구체적으로 내용을 전개할 것인지 생각해보는 단계이다. What 단계에서 이야기한 내용을 좀 더 깊이 있게 들어가서 그것을 실행하기 위한, 혹은 그것을 가능하게 하기 위한 방법들을 현실성 있게 정리한다.
민우는 다시 스토리보드를 꺼냈다. 어떤 흐름으로 발표를 진행할지 같이 정한 스토리보드다. 민우는 아저씨의 말을 다시 떠올렸다. 스토리보드는 길을 찾게 해주는 네비게이션이다. 각자의 생각대로 주장대로 이리저리 왔다 갔다 한다면 영영 목적지에 도착하지 못할 것이다. 이럴 때 네비게이션을 켜고 설정해둔 목적지를 헤매지 않고 찾아가야 한다.
“우리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교실 관찰 결과를 발표에 넣는 이유는 우리의 지금 모습이 어떤가를 확실히 보여주자는 거잖아. 두 번째 목차 부분에 교실 관찰 결과와 설문 조사 결과, 두 개가 동시에 들어가야 해. 우리 전체 발표가 15분인데 인사하고 입장 퇴장하고 동영상 보고. 여기에 들일 수 있는 시간은 1분 정도밖에 안 되지 않을까?” 예주가 열심히 고개를 끄덕였다.
잘 만든 광고카피, 헤드라인을 연구한다
좋은 발표는 핵심 메시지가 기억나는 발표다. 핵심 메시지는 매우 간결하면서도 마음에 와서 콕 박히고, 잘 기억되는 것이어야 한다. 발표에서 핵심 메시지가 잘 만들어지면 그것만으로도 청중의 관심도를 높일 수 있다. 핵심 메시지를 잘 만들려면 평소 잘 만들어진 핵심 메시지를 연구해야 한다. 신문이나 잡지의 헤드라인 문구, 광고의 카피 문구는 대표적인 핵심 메시지다. (……) 단 한 줄의 헤드라인, 한 줄의 카피를 위해 많은 사람들이 수많은 밤을 새운다. 핵심 메시지를 뽑아내는 법을 훈련하려면 전문가들이 만든 헤드라인과 광고 카피를 연구하고 따라 써보면서 감각을 키워야 한다.
아이디어를 수시로 메모한다
과제를 부여 받고, 발표를 준비하는 데에는 짧게는 일주일, 길게는 한 달 정도의 시간이 주어진다. 그 기간 내내 발표 내용과 방법을 고민하고 있노라면 어느 순간 좋은 아이디어가 반짝 스치고 지나갈 때가 있다. 문제는 이것이 스치고 지나간다는 것이다. 아이디어는 순간적으로 나타났다 사라지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메모를 통해 그 아이디어를 붙잡아두는 것이 중요하다. TV를 보다가, 책을 보다가 기록해두면 좋을 문구가 있으면 기록해두자. 무엇이든 가슴에 와 닿았을 때 그때그때 메모를 해두면 발표 자료를 기획할 때 좋은 재료로 활용할 수 있다.
발표 잘하는 사람들을 관찰하고 따라 한다
발표를 잘하고 싶다면 발표를 잘하는 사람을 열심히 관찰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내가 보기에 마음이 끌리고, 내용을 잘 전달하는 사람을 나의 발표 멘토로 삼아본다. 그 사람이 이야기하는 방식, 그 사람의 목소리 톤, 제스처 등을 꾸준히 관찰하고 따라 해보자. 어느새 그 멘토가 이야기하는 모습을 닮아가는 나를 발견할 수 있을 것이다.
나만의 발표 연장통을 챙겨라
발표를 잘하기 위해서는 여러 차례 발표를 경험하면서 자신만의 연장통에 좋은 연장을 구비해놓아야 한다. 오프닝에서 활용할 다양한 주의집중 자료들, 발표 내용을 논리적으로 구성하기 위한 논리틀, 파워포인트에서 활용할 아이콘과 질 좋은 이미지, 평소에 주의 깊게 보아왔던 영상 파일들, 벤치마킹할 만한 핵심 메시지들, 다양한 메모들을 나만의 연장통에 잘 챙겨놓아야 한다. 연장통을 잘 갖춰놓으면 발표를 준비하는 시간을 줄일 수 있고, 발표의 질도 높일 수 있다.
평소에 말하기 연습을 꾸준히 한다
상대방 앞에서 많이 긴장하지 않고, 편안한 상태로 내가 말하고자 하는 내용을 정확하게 전달하려면 편안한 목소리 톤, 정확한 발음, 문장 전달력, 그리고 마인드 컨트롤 능력이 필요하다. 이러한 능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꾸준한 연습을 통해 말하기가 익숙해지도록 해야 한다. 먼저 내 목소리 중 상대방이 듣기 좋은 목소리 톤을 찾고, 그 톤으로 책을 읽거나 신문 기사를 소리 내서 읽어본다. 이때 앞에 청중이 있다고 생각하고, 딱딱한 문장들을 구어체로 바꿔가며 이야기하듯 읽는 것이 중요하다. 시간이 날 때마다, 혼자 있을 때, 이렇게 반복적으로 연습을 하다 보면 어느새 이야기하는 것이 익숙해지면서 남들 앞에서 이야기할 때 나만의 패턴을 가질 수 있게 된다. 반복적으로 훈련하고 연습하다 보면 청중
앞에 설 때 생기는 두려운 마음도 처음보다 훨씬 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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