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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에게 꽃을

그대에게 꽃을

: 청년 작가 12인 헌정 소설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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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03년 04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42쪽 | 490g | 153*224*30mm
ISBN13 9788952731524
ISBN10 89527315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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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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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잡지사(「사상계」)에 투고한 작품「교(橋)」는 나를 문단에 나서게 했고, 평생의 인연을 만나게 해주었다.
나는 여학생 때부터, 온건한 페미니스트인 아버지의 성격과 반대되는 성격, 특히 카리스마가 있는 폭군 같은 남성을 만나 그의 호령에 내 안의 모든 회의가 잠재워지고, 양처럼 순종하며 살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나의 바람은 실제로 이루어졌다. 현실에서 내가 만난 남성은 오척 단구에 가식이 없는 소탈한 성품임에도 저절로 추종자들이 모여들어 떠받들게 되는 대인의 풍모를 지니고 있었다. 달변은 아니어도 논리정연하고 직관과 통찰력이 넘치는 그의 언변은 제왕에게 주어진 홀(笏)과 같았다.
나는 왜 서른 살이나 어린 나이로 그의 여자로 살기로 했을까. 그것은 소금가마니를 짊어지고 타는 듯한 폭염의 사막을 건너려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우리 사이엔 고개를 두고 한쪽은 올라가고, 다른 한쪽은 내려가는 것만큼의 윤회의 격차가 있었다.
지금 생각하면, 생명을 구할 묘약이 있다는 수양산을 찾아 여정에 오른 바리데기가가 도중에 만나는 사람들한테서 길을 가르침받기 위해, 한 생애에서는 숯 씻는 사람에게 검은 숯 희게 씻어주고, 그 다음 생애에서는 아들 없는 사람에게 아들 구형제 낳아주고…… 하는 식으로 조금씩 수양산에 다가가는 것같이, 나도 머나먼 구도(求道)의 여정에서 그와 운명을 엮어 치러내면서 가르침받아야만 했었다고 깨달아진다. 그를 통한 내 운명의 화두는 순종이었다.
나는 그를 통해 윗질서에 거역 않는 순하디순한 성품을 내 안에서 실현해내려 애썼다.
그와 사별한 뒤 7년 넘게 오늘날까지 성경을 공부해오면서 나는 깨닫게 되었다. 오만하기가 검은 숯 같은 인간의 자아가 희게 씻기는 데만도 얼마나 많은 생이 필요한가.
--- pp. 331~337
이 책은 소설가 서영은 선생님의 회갑을 축하하기 위해 후배 소설가들이 자신의 단편소설 가운데 한 편씩을 선정하여 엮은 헌정 소설집이다. 아울러 35년에 이르는 선생님의 문학적 삶과 그 결과인 빛나는 소설작품으로부터 받은 영향에 대한 감사의 표시임에 틀림없다. 평소 존경과 흠모의 속마음을 전하지 못했기에, 이러한 방식으로 애정을 고백하는 것이다.
우리는 서영은 선생님의 외연을 이루고 있는 회갑의 인생이 아니라, 한 명의 창조자로서 소진한 소설가로서의 역정에 이 책을 바친다. 실로 신께서는 다른 이들에게는 몰라도 소설가의 삶에 있어서만큼은 색다른 계산법을 적용했으면 좋겠다. 어여쁜 소녀가 아름다운 여인이 되고, 아름다운 여인이 훌륭한 소설가가 되기까지에는 날것 그대로 뮤즈에게 헌정한 수많은 밤이 있었음을 신은 알리라. 그러한 시간을 빼고 나면 선생님은 아직도 싱싱하고 아리따운 아가씨가 아닐 수 없다. 이처럼 우리는 회갑을 맞았으나 여전히 젊고 고운 한 여인과, 예술혼의 정념으로 소설 창작에 저장해둔 그 여인의 또 다른 인생과 만나는 기쁨을 함께 누린다.
--- pp. 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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