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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맘먹었다, 나답게 늙기로
eBook

나는 맘먹었다, 나답게 늙기로

: 페미니스트 박혜란의 조금 특별한 일기

[ EPUB ]
리뷰 총점8.5 리뷰 8건 | 판매지수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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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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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행일 2017년 03월 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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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원기기 크레마,PC(윈도우 - 4K 모니터 미지원),아이폰,아이패드,안드로이드폰,안드로이드패드,전자책단말기(일부 기기 사용 불가),PC(Mac)
파일/용량 EPUB(DRM) | 30.85MB ?
글자 수/ 페이지 수 약 8.5만자, 약 2.8만 단어, A4 약 53쪽?
ISBN13 97911863614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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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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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갖 흉을 잡히면서도 꿋꿋하게 10년을 버티던 내가 어느 날 갑자기 머리를 싹둑 자른 것은 갱년기 우울증 때문도 아니요, 남이 흉보는 것에 지쳐서도 아니요, 순전히 내 팔 문이었다. 어느 날 아침, 머리를 뒤로 빗어 넘겨 왼손으로 잡은 후 고무줄로 묶어야 하는데 오른쪽 팔이 올라가지 않는 거였다. 도대체 팔에서 뒤통수까지 몇 센티나 된다고 아무리 애를 써도 손이 닿지 않았다. 말로만 듣던 오십견이 온 것이다. 내 머리도 내가 마음대로 못 묶는다는 사실에 맥이 빠져 며칠이나 서글퍼하다가 나는 동네 미용실로 달려갔다. 묶을 수 없으면 묶지 않아도 되는 방법을 찾으면 되지 뭐. ---「뽀글 파마」중에서

[러브 스토리]가 국내에서 개봉된 그날은 바로 내 생일이었으며 난 첫 출산을 한 달 앞둔 만삭의 임신부였다. 호르몬의 작용 때문이었을까. 영화를 보면서 그날처럼 많은 눈물을 흘린 날은 내 생애에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행복의 문턱에서 백혈병으로 죽어야 하는 여자 주인공에게 난 완전히 감정이입이 되어 버렸다. 극장 문을 나와서도 거의 곡소리를 내며 우는 나를 보고 남편은 난감해하다 못해 화를 버럭 냈다. “아니, 내가 뭘 잘못했다는 건데?” ---「난 죽을 때까지 영화를 쫓아다니고 싶다」중에서

마침 내 옆자리에는 영화를 좋아하고 글도 잘 쓰는 재기발랄한 정신과 의사가 앉았다. 내가 피 칠갑한 시체들이 등장하는 수사 드라마를 무지하게 좋아하는데 혹시 정신과적 문제가 있는 거냐고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러자 그는 자신도 수사 드라마를 굉장히 좋아한다면서 아무 문제도 없다고 대답했다. 나는 재차 당신이야 젊은 남자니까 괜찮겠지만 나처럼 늙은 여자가 그렇다면 혹시 변태가 아니냐고 물었고, 그는 유쾌한 웃음과 함께 “선생님은 정상이십니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둘째에게 전하면 분명 정신과 의사치고 정상인 사람은 없다며 나의 정상 진단을 인정하지 않을 테지만, 나는 크게 안도했다. ---「내가 CSI에 열광하는 이유」중에서

모든 일은 그렇게 물처럼 흘러간다. 죽을 것 같았던 고통도 며칠 지나면 그저 어릴 적 읽은 소설의 한 구절처럼 아스라하기만 하다. 나이 덕분이다. 나이든다는 거, 생각했던 것보다 참 괜찮은 일이다. 좀처럼 나를 놓아주지 않을 것 같던 그 끈질긴 욕심, 회한, 미움, 불안이 어느새 슬그머니 다 녹아 버렸다. 그 자리에 느긋함, 넉넉함, 연민, 고마움이 밀고 들어오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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