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덕 이야기’에서 야심차게 계획했던 바는 매일매일의 상황으로 특별해 보이는 이야기들을 만드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나 자신의 모습을 발견할 수 있는 상황을 찾아내기를 좋아합니다……. 내 도덕 이야기가 대중에게 다소 어필한다면, 그건 삶이란 잡지나 통계를 읽는 것만큼 지루하지 않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일 거예요. 그리고 그런 열정과 감정은 수치나 퍼센트로 환산될 수 없어요.
-83쪽
정확하게, 우리가 늘 같은 배우들을 쓴다는 것, 일종의 스타 시스템을 갖고 있다는 게 나쁜 점입니다. 나 스스로 어떤 독창성이 있다고 주장한다면 그것은 이런 스타들을 쓰는 걸 거부하는 데서 온다고 말하겠어요. 그들은 돈을 가져오겠지만 내 영화는 손해를 보게 되겠죠.
-135쪽
프리츠 랑은 확실히 건축을 정말 중요하게 여기는 감독입니다. 지금은 이상하게도 랑보다 무르나우에게 더 관심이 가요. 무르나우는 건축가라기보다 비주얼아티스트에 가깝습니다. 일반적으로 두 유형의 영화감독이 있다고 생각해요. 화가와 건축가죠. 영화를 촬영하기 전에 이미 공간이 존재한다고 보는 이들이 있고, 촬영을 하면서 공간을 창조하고 실제 공간과 더 이상 아무 관련이 없는 공간을 구상하는 이들이 있습니다. 전자는 건축가들로, 그들에게 영화의 목표란 기존의 공간을 우리의 눈앞에 살아 있게 만드는 것, 즉 사물들 간의 거리와 관계들이 실제 세계와 닮은 공간이 되도록 하는 데 있습니다. 이는 프리츠 랑, 장 르누아르, 로베르토 로셀리니에 속하는 공간입니다. 나는 확실히 이 그룹에 속해요.
-140쪽
내 영화들을 보는 올바른 방법, 만약 그런 것이 있어야 한다고 한다면, 그 방법이란 내 인물 각각에게 차례대로 설득당하는 것, 각 인물을 이해하는 것, 그리고 종국에는 여러 가지 설명들, 모두 동등하게 그럴 법한 여러 이야기들을 한데 결합하는 미스터리가 존재함을 이해하는 걸 거예요. 저자로서 내가 시나리오를 쓰는 동안 인물들에게 차례로 설득당한다고 말할 수 있겠습니다.
-237쪽
중요한 것은 내용이 아니라 그것을 말하는 방식, 몸짓이라고 바꿔말할 수 있겠죠. 누군가가 정치, 철학 혹은 사랑 그 무엇에 대해 이야기하든, 내가 가장 먼저 추구하는 것은 진정한 몸짓입니다. 나는 배우들이 일부러 몸짓을 만들어내는 것을 좋아하지 않아요. 삶의 풍부함과는 대조적으로 표현을 단순화하거든요. 다른 한편으로 나는 무의식적이고 자연스러운 몸짓들을 아주 주의깊게 관찰합니다. 철학에 대해 이야기하는 동안 등을 긁는다든가 다리를 꼬거나 풀거나 하는 등. 아리엘 동발이든 파브리스 루키니든 내 모든 배우들의 움직임이 좋고 몸짓에 대한 타고난 감각이 있다는 사실을 발견하셨을 겁니다.
-240-241쪽
보통 나는 소품 구매 담당자들을 고용하지 않아요. 영화에서는 모든 아이템들이 중요하기 때문에 주문에 따라 아이템들을 만들어낼 소품 구매 담당이 필요하지만, 꽃의 경우에는 미리 알 수가 없는 법이죠. 하오의 연정에서는 소품 구매 담당자가 있었고 그에게 녹색 샤워커튼을 찾아달라고 했습니다. 녹색이 많은 영화였어요. 그는 아주 강렬한 녹색의 샤워커튼을 가져왔죠. 내가 어떻게 했느냐고요? 다음 날 아침 조금 일찍 일어나서 BHV프랑스 가정용품 전문 백화점에 갔습니다. 네, 녹색들은 모두 추했어요. 그러나 반투명의 샤워커튼을 찾아냈고 그거면 되겠다고 생각해서 결국 그걸로 했죠. 당신이 누군가에게 부탁했는데 그 사람이 녹색보다 반투명이 낫다면서 선택하지는 않겠죠……. 그러나 나는 내가 무엇을 원하는지 알고, 마음을 바꿀 수 있답니다.
-294쪽
아주 단순한 이유인데, 1.33 포맷에서 더 공간이 여유롭기 때문입니다. 사람들은 빅 스크린이라고들 말하지만 사실은 좁은 스크린이라고 해야 맞아요! 카메라를 통해 보이는 영상이 그대로 와이드 스크린상에 나타나려면 프레임의 위와 아래를 잘라내야만 합니다. 그런데 내게는 그 부분들이 필요하거든요. 나는 늘 사람들의 머리 위에 무엇이 있는지 보여주기를 원했고, 손을 보여주는 것도 좋아해요. 배우들에게 손을 올리라고 지시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죠. 완전히 부자연스럽거든요. 테이블을 보여주는 것도 좋아합니다……. 보여주고 싶은 것은 너무나 많은데 현재의 포맷 때문에 그럴 수가 없지 뭡니까! 1.85나 시네마스코프 같은 보다 더 넓은 포맷들도 불편하고요……. 시네마스코프가 처음 등장했을 때 나는 카이에 뒤 시네마의 동료들 대부분과 함께 그 포맷을 옹호했습니다.
그러나 최근 나는 직사각형 스크린이 아니라 4/3이나 1.33 포맷 같은 가로세로비를 옹호하면서, 카이에 뒤 시네마에 썼던 그 글을 반박했어요. 왜냐하면 너무 넓은 스크린은 젊은 영화감독들의 게으름을 부추기고 창조적인 숏 구도를 막거든요. 와이드스크린에는 단조로움이 있고, 보다 더 전통적인 스크린 포맷에는 훨씬 더 많은 자원들이 들어 있죠.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