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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3월 24일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324g | 142*205*12mm
ISBN13 9791156751359
ISBN10 1156751357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인증번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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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가 돌아가신 지 육 년째 되던 해 정월에 아버지도 뇌졸중으로 세상을 떠났다. 그해 4월에 나는 어느 사립 중학교를 졸업했다. 형은 6월에 상업 학교를 졸업했는데, 어떤 회사의 규슈 지점에 취직을 해서 집을 곧 떠나야 했다. 나는 도쿄에서 공부를 더 해야 하는 상황이었지만, 형은 집을 팔아서 재산을 정리한 후 규슈로 가겠노라고 했다.
나는 아무래도 좋으니 알아서 하라고 했다. 어차피 형한테 신세질 생각은 눈곱만치도 없었다. 같이 있어 봐야 싸움만 늘상 싸움만 하니까, 형 쪽에서 알아서 잘 처리하리라 생각했다. 어설프게 빌붙어 살다가는 형한테 머리를 숙이고 지내야 할지도 몰랐다. 우유 배달이라도 해서 먹고살면 그만이었다.
형은 곧 고물상을 불러 조상 대대로 내려온 잡동사니들을 뭉뚱그려 헐값에 넘겨 버렸다. 집과 토지는 어느 부자한테 팔았다.……키요는 십 년도 넘게 살던 집이 남의 손에 넘어간다는 걸 몹시 안타까워했지만, 제 것이 아닌 이상 어쩔 도리가 없었다.
“도련님이 조금만 더 나이를 먹었더라면 제대로 상속을 받았을 텐데.”
그저 이렇게 푸념을 늘어놓을 뿐이었다. 몇 살 더 먹어서 받을 수 있는 상속이라면 지금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다. 아무것도 모르는 할머니는 내가 조금만 더 나이가 들었으면 당연히 그 집을 차지할 수 있었을 것이라 믿은 모양이었다.
--- pp.19~20

쉬는 시간이 끝나고 옆 교실로 들어섰더니, “앉은자리에서 튀김 메밀국수 사 인분! 단, 웃으면 안 돼!”라는 글자가 칠판에서 춤을 추었다. 아까하고는 달리, 화가 나지는 않았지만 짜증이 확 솟구쳤다. 농담도 도가 지나치면 시비가 되는 법! 구운 떡에 달라붙은 검댕이와 비슷해서 그 누구도 좋아할 수 없는 것이다.
촌놈들이다 보니 애송이 선생한테 이런 장난쯤은 무작정 밀어붙여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것이 분명했다. 한 시간만 걸으면 더는 볼 것도 없을 만큼 좁아터진 동네에 살다 보니 달리 즐거운 일도 없을 테지. 그래서 튀김 메밀국수 사건을 러일 전쟁 무용담이라도 되는 듯이 떠벌이는 것이 아닐까.
불쌍한 놈들이다. 어릴 적부터 이런 교육 환경 속에서 심사가 꽤 비틀어진 통에, 화분에 심은 단풍나무처럼 꼬불꼬불 꼬여서 메말라 버리고 마는 것이다.
--- pp.50~51

처음 이곳에 올 때부터 어쩐지 빨간 셔츠가 마음에 들지 않았다. 친절한 여자 같다는 생각을 한 적도 있었지만, 가만히 생각해 보면 그건 친절도 뭣도 아니었다. 그에 대한 반작용 때문인지 지금은 이 사람이 너무너무 싫었다. 그래서 상대가 제아무리 논리정연하게 설명을 해도, 또 교감 특유의 당당한 태도로 나를 몰아세워도 전혀 설득이 되지 않았다.
그런 건 아무래도 좋았다. 말을 잘한다고 해서 반드시 좋은 사람이라는 법은 없지 않은가. 그러니까 궁지에 몰렸다고 해서 꼭 나쁜 사람도 아닌 것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빨간 셔츠가 누구보다 훌륭한 것 같지만, 겉이 그럴듯하다고 해서 속까지 감복할 수는 없다.
--- pp.151~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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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은 새로운 세상과 만나는 즐겁고 행복한 공간이다. 그러나 우리의 교육 여건상 청소년들이 그 공간 안에서 마음껏 뛰어놀기란 결코 녹록지 않다. 이 시리즈가 문학에 대한 그들의 목마름을 말끔히 해소시켜 주리라 기대한다. ‘제대로 읽기’는 청소년들이 함께 읽고 토론을 벌이기에 안성맞춤이다.


송무 (경상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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