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멍청이의 포트폴리오

멍청이의 포트폴리오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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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3월 27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374g | 130*200*20mm
ISBN13 9788954644914
ISBN10 895464491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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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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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자 : 이영욱
이화여자대학교 경영학과를 졸업하고 호주 맥쿼리 대학교 언어학부 통역 석사 및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고려대학교 외국어센터 KU-MU(맥쿼리 대학교 연계) 통번역 석사 과정에서 번역 강사로 일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그녀』 『젊은 예술가의 초상』 『우주전쟁』 『바이블 잉글리쉬』 등 다수가 있다.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인간에게 시간이란 막다른 골목이 눈에 보이는 일방통행로이니까. ---「‘소심한’과 ‘멀리 떨어진 곳’ 사이에서」중에서

또다시 시간이 이겼다. 또 한 명의 인간을, 그를 사랑하는 사람들로부터 훔쳐가버렸다. ---「‘소심한’과 ‘멀리 떨어진 곳’ 사이에서」중에서

데이비드는 흐릿한 정신을 모아 그림에 집중했다. 이상하다, 그는 생각했다. 자기가 뭘 그렸는지 이제야 깨닫다니 얼마나 이상한가. 멀리서 보니 물감 덩어리들은 멋진 풍경화가 되었다. 그는 미소를 지으려 노력했다. 자신의 명작을 향한 부질없는 경의의 표시였다. ---「‘소심한’과 ‘멀리 떨어진 곳’ 사이에서」중에서

“이유는 묻지 말아요. 꿈속에서 한 행동에 대해서는 설명하지 않아도 된답니다. 전쟁에서도 그렇고요. 인생에서도 그렇지요. 사랑에서도 그렇고요.” ---「로마」중에서

“만약 네가 나에게 키스를 하면,” 그녀가 아무렇지도 않게 말했다. “그게 필요한 모든 말을 하는 게 되겠지, 싫으니?” ---「강가의 에덴동산」중에서

소년의 심장이 화재경보기처럼 마구 뛰었다. 이제는 말할 준비가, 자신이 그녀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말할 준비가 되어 있었다. 가슴속 가득한 단어들이 금방이라도 터져나올 것 같았다. ---「강가의 에덴동산」중에서

차림새는 어떤 단서도 제공하지 않는다. 홈부르크 모자, 은행가들이 즐겨 입는 회색 양복, 단정한 줄무늬 넥타이, 번쩍번쩍 광이 나는 검정 구두는, 그 사람의 귀 모양을 말해줄 수 없을 뿐 아니라 그에게 투자 자금이 있는지도 알려주지 않는다. 나도 안다. 내가 바로 홈부르크 모자와 회색 양복, 줄무늬 넥타이, 번쩍번쩍 광이 나는 검정 구두 차림이니까. ---「멍청이의 포트폴리오」중에서

선천적으로 온몸에 감각이 없는 사람이 아니라면 음주는 몸에 꼭 필요한 것이었다. ---「멍청이의 포트폴리오」중에서

“알린, 난 항상 찍소리도 못 내고 살아왔어요.” 아르망 플레밍이 말했다. “살면서 반항이라곤 해본 적이 없지요. 내가 해야 했던 일이나 하고 싶었던 일은 하나도 하지 못했어요.” ---「스노우, 당신은 해고예요」중에서

“이 모든 것으로부터 당신을 데리고 떠날 테니까. 진눈깨비, 추위, 웨츨, 제너럴 포지 앤드 파운드리 사, 위선, 두려움, 고상한 척하기, 이중성, 복종, 괴롭힘, 타협, 정말 하고 싶은 걸 하지 못하는 것……” ---「스노우, 당신은 해고예요」중에서

“여자는 자신이 진정으로 살아 있다는 사실을 스스로 증명하기 위해 온갖 미친 행동을 해야만 해요. 당신에게서는 자신이 살아 있다는 사실을 절대로 느낄 수 없었을 거예요.” ---「스노우, 당신은 해고예요」중에서

해리와 레이철에게 늙는다는 것은 계속 빈털터리로 지내는 것보다 더 견디기 힘들었다. 나이가 지긋한 사람들과의 우연한 만남은 쉽게 받은 신용대출만큼이나 위안을 주었다. ---「프랑스 파리」중에서

노부인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벅하트 부부에게 자신의 결혼생활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사실을 확신시켜줄 만한 표현을 떠올렸다. “우리는 서로 아주 많이 사랑해요.” ---「프랑스 파리」중에서

“어떤 언어든 사람들 입에서 나오면 소음이 될 뿐이야. 누군가 나를 향해 소음을 만들어내고 나는 그를 향해 소음을 되돌려주는 거지.” ---「프랑스 파리」중에서

그저 사랑, 사랑, 사랑일 뿐이다. 때로는 그게 인생이다. ---「마지막 태즈메이니안」중에서

독일의 또다른 하인리히, 저명한 작가 하인리히 뵐과 나는 서로 대적하는 군대에서 상병으로 복무한 적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친구가 되었다. 한번은 내가 독일인의 특성 중 근본적인 단점이 무엇이냐고 묻자 그는 ‘복종심’이라고 답했다. 하지만 인간을 제물로 바친 의식을 주관한 아즈텍 제사장들과 콜럼버스의 부하들이 복종했던 무시무시한 명령, 내가 이 글을 쓰기 불과 삼 년 전 천안문에서 비무장으로 평화 시위를 하던 사람들의 입을 막으려던 낡아빠진 중국 관료주의의 명령을 생각해보면, 나는 복종이 인류 대부분의 근본적인 단점이 아닌가 의심할 수밖에 없다. ---「마지막 태즈메이니안」중에서

내가 한때 모셨던 한 상사는 모든 여자들이 한 달 중 같은 날에 생리를 하며, 모두 달님에 의해 통제된다고 믿을 만큼 어리석었다. ---「마지막 태즈메이니안」중에서

지금은 그러지 않지만 당시만 해도, 엄청난 사상자에도 불구하고 인간의 역사는 진보하는 중이라 믿었다. 그러나 역사는 인간이 고질적으로 가장 못된 동물이라는 걸 보여줄 뿐이다. ---「마지막 태즈메이니안」중에서

이곳은 지저분하고 가난하다. 네 아버지는 이곳 신발 공장에서 일했다. 그 공장은 문을 닫았고, 네 아버지와 수천 명의 노동자들은 다른 곳으로 떠나야 했다. ---「로봇빌과 카슬로우 씨」중에서

너는 머릿속을 들쑤시며 적절한 표현을 찾아낸다. 살아 있는 동상들을 떠올렸다가 이내 지운다. 여기 있는 엄숙한 사람들은 동상처럼 솔직하지 않다.
---「로봇빌과 카슬로우 씨」중에서

줄거리 줄거리 보이기/감추기

Episode #01 ‘소심한’과 ‘멀리 떨어진 곳’ 사이에서
“시간, 그 빌어먹을 시간.” 죽은 아내를 다시 만나기 위해 임사체험을 하려는 젊은 화가의 이야기.

Episode #02 로마
“아가씨, 연극은 실제가 아니에요.” 어느 시골의 아마추어 극단이 극악무도한 범죄자 아버지를 둔 순진한 소녀를 매춘부 역할로 캐스팅하다.

Episode #03 강가의 에덴동산
“이건 그런 게 아니라니까. 그냥 그게 다야.” 소년과 소녀가 숲속을 헤매며 둘만의 언어로 애틋한 감정을 나누다.

Episode #04 멍청이의 포트폴리오
“그건 제 돈이에요, 그렇죠?” 양부모의 유산을 모두 탕진하려는 젊은이와 그걸 막으려는 주식 포트폴리오 매니저의 줄다리기.

Episode #05 스노우, 당신은 해고예요
“꼭 해야 하는 일을 하는 데 나도 지쳤어요.” 예쁜 여자를 싫어하는 남자 에디가 젊고 아름다운 비서 스노우를 해고하다.

Episode #06 프랑스 파리
“이건 모두 꿈입니다. 어서 가서 바보가 되어보세요.” 각자의 사연을 안고 파리로 가는 기차 안에서 만난 신혼, 중년, 노년의 세 커플 이야기.

Episode #07 마지막 태즈메이니안
보니것이 ‘콜럼버스 항해 500주년’ 기념일을 맞아 쓴 에세이.

Appendix 로봇빌과 카슬로우 씨
보니것의 미완성 SF단편. 먼 미래, 로봇 전쟁이 끝나고 고향으로 돌아온 주인공이 예전에 다니던 학교를 찾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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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트 보니것은 처음부터 끝내주게 잘 썼다. 물론 나중에는 더 잘 썼지만. 『멍청이의 포트폴리오』는 냉동고에 보관돼 있던 보니것 소설의 원액이다. 해동해 봤더니, 여전히 신선하다. 후기작에 비해 블랙 유머는 덜하지만, 단편 특유의 플롯은 오히려 새롭기도 하다. 커트 보니것을 처음 접하는 독자들에게 좋은 입문이 될 수도 있겠다. 책을 다 읽고 나니, 『마더 나이트』서문에 썼던 그의 말이 생각난다. "이 책에는 또다른 교훈이 있다. 사랑할 수 있을 때 사랑하라는 것, 그것이 남는 장사다.” 이 책에도 비슷한 교훈이 있다. 죽으면 그만이다. 살아 있는 동안 사랑하자. 조금 비틀어서 보태보자. “시간이 없으면, 시간을 내서라도 보니것을 읽어보자. 그것이 남는 장사다.”
- 김중혁 (소설가)

커트 보니것의 『멍청이의 포트폴리오』는 엉뚱하다고 얘기하기엔 진지하고, 단순히 날카롭다고 단정짓기엔 석연찮은 구석이 있다. 이야기의 칼끝이 우리를, 다름 아닌 인간을 겨누고 있기 때문이다. 어리석어서 인간이고, 일으킨 문제를 해결하려다 일을 걷잡을 수 없이 키우고 파국으로 성큼성큼 걸어 들어가는 것 또한 인간이다. 이 인간들을 감히 멍청이라고 부르며 손가락질할 수만은 없다. 이들은 과거 우리였거나 현재 우리거나 미래의 우리일 것이기 때문이다. 이 작품들이 대부분 쓰인 1950년대 미국과 우리가 살고 있는 2010년대 한국은 판이한 시공간이다. 하지만 사람은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사람은 실수를 하고 그릇된 길인 것을 알면서도 그 길로 들어서길 주저하지 않는다. 『멍청이의 포트폴리오』를 읽으면서 스케이트를 타고 빙판 위를 신나게 미끄러지다 돌부리에 걸려 넘어지는 상상을 했다. 이 책이 뒤통수를 치는 순간들로 가득하다는 말이다. 빙판이 미끄럽다는 사실과 편평할 것이라는 편견이 보기 좋게 부딪친다는 말이다. 인생은 예상했던 대로 흘러가지 않는다. 우리는 사람이면서 사람을 모르고 삶을 살면서도 죽을 때까지 삶이 무엇인지 모른다. 포트폴리오에 적힌 액수가 우리의 가치를 대변해주지 못하는 것처럼 말이다.
- 오은 (시인)

보니것의 빛나는 초기 단편들은 그가 얼마나 분명한 색깔을 지닌 채 우리 앞에 등장했는지 보여준다. 그 어떤 작가보다 냉소적이면서 날카로운 보니것 스타일의 농담은 그의 탄생과 함께 나타나 그의 죽음과 함께 사라졌다. 그가 떠나고 이제 조금은 외로워진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그가 남긴 소설을 읽는 것뿐이다. 그가 발표하지 않은 원고들까지 남김없이.
- 정영수 (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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