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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비령

은비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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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4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78g | 131*214*20mm
ISBN13 9788955967913
ISBN10 8955967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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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밤, 은비령엔 아직 녹다 남은 눈이 날리고 나는 2천 5백만 년 전의 생애에도 그랬고 이 생애에도 다시 비껴 지나가는 별을 내 가슴에 묻었다. 서로의 가슴에 별이 되어 묻고 묻히는 동안 은비령의 칼바람처럼 거친 숨결 속에서도 우리는 이 생애가 길지 않듯 이제 우리가 앞으로 기다려야 할 다음 생애까지의 시간도 길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그리고 꿈속에 작은 새 한 마리가 북쪽으로 부리를 벼리러 스비스조드로 날아갈 때, 자리에서 일어나 옷을 갈아입은 여자가 잠든 내 입술에 입을 맞추고 나가는 소리를 들었던 같기도 하다.
별은 그렇게 어느 봄날 바람꽃처럼 내 곁으로 왔다가 이 세상에 없는 또 한 축을 따라 우주 속으로 고요히 흘러갔다.
---「은비령」중에서

아파트 광장에서 차를 돌려 나올 때 백미러 속으로 아이가 이쪽을 향해 내 기분만큼이나 쓸쓸한 모습으로 손을 흔들었다. 내릴까, 떠나서도 그 모습이 쉽게 지워지지 않을 것 같았다. 아이는 그렇게 오래도록 공터에 서서 아빠가 차를 타고 나간 빈 자리를 바라보다 그 슬픔이 주체할 수 없을 만큼 커진 다음 엄마에게로 돌아갈 것이었다.
---「수색, 그 물빛무늬를 찾아서」중에서

그가 죽어 정말 하늘의 은별이 되었다 해도 나는 앞으로도 말에 대해 자유롭지 못하고, 그에 대해 자유롭지 못할 것이다. 언젠가 나는 그의 슬픈 생애에 대해 제대로 글을 쓸 수 있는 날이 오길 기다린다. 그는 태어나기로도 암말과 수나귀 사이에서, 온갖 핍박 속에 오직 무거운 짐과 먼 길을 걷기 위해 생식력도 없는 큰 자지만 달고 나온 노새였고, 이름은 은별이었다.
---「말을 찾아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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