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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음꽃을 삼킨 아이

얼음꽃을 삼킨 아이

담쟁이 문고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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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6월 22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347g | 148*210*30mm
ISBN13 9788939206366
ISBN10 893920636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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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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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의 마지막 편지는 가벼웠다. 내 손에 부피감도 느껴지지 않을 만큼이었다. 이렇게 가볍다면 아무런 글자도 적혀 있을 것 같지 않았다. 편지에 글자는 쓰지 않고 띄어쓰기만 가득 한 것은 아닐까.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내 머릿속은 복잡했다. 이 편지를 그에게 전해줄 수는 없었다. 지난주에 그를 향해 잘 먹고 잘 살아라 라는 말을 퍼붓고 왔는데 그에게 갈 수는 없는 일이 아닌가. 그렇다고 그에게 그런 말을 퍼붓고 왔다고 언니들한테 말을 할 수도 없었다. 나는 알겠다고만 말을 하고 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내려 그의 집 근처 공사장으로 갔다. 공사장 파란 포장은 그대로였다. 여전히 집은 지어지지 않았고, 나무들을 덮어둔 파란포장은 먼지를 먹으며 늙어가고 있었다. 나는 편지봉투를 뜯었다. 글씨는 가지런한 강희언니의 치아처럼 바르고 고왔다.
--- p.91~92

“여자란 깨어지기 쉬운 질그릇과 같아. 깨어진 그릇으로 밥을 담아 먹고 싶은 사람은 없다. 그대로 버려지는 거다.”
아버지의 말을 나는 수긍할 수 없었다. 여자가 질그릇으로 비유되는 것부터가 나는 기분이 나빴다. 여자는 그냥 사람이다. 질그릇도 아니고 접시도 아닌 남자와 똑같은 인간인 것이다.
--- p.120

나무가 나를 감쌌다. 햇살에 이파리는 은빛으로 변했다가 다시 녹색으로 변했다. 이파리가 손바닥을 뒤집을 때마다 바람이 빠지며 풍금소리가 났다. 하지만 바람이 나간 것을 아무도 눈치 채지 못했다. 나는 언제까지라도 나를 드러내지 않을 수 있을 것 같았다. 나 하나쯤 아무것도 아니었다. 나는 눈을 떴다. 여전히 좀 전의 웃음을 그대로 입에 물고 그가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 p.1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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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실한 아버지와 야무진 어머니, 착한 장녀와 듬직한 장남 그리고 당돌한 막내딸. 가히 대한민국의 모범이라 할 만한 가족이다. 하지만 그들의 작은 집 아래에는 박정희 개발 독재 시대가 잉태한 다양한 얼굴의 폭력이 진앙으로 도사리고 있다. 마침내, 사소한 사건 하나로 균열이 시작된 그들의 작은 집은 잇따른 주검과 함께 돌 더미로 무너져 내린다. 육영수의 죽음에서부터 5ㆍ18항쟁의 참혹한 대단원까지, 1970년대를 삼차원으로 복원해낸 시대적 배경 속에서 ‘얼음꽃을 삼킨 아이’가 스무 살이 될 때까지 겪어낸 시간들은 한 소녀의 아픈 성장담이자 폭력의 땅 위에 세워진 우리 현실에 대한 르포이다.
이현 (동화작가·소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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