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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노동, 가치를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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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2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249쪽 | 404g | 153*224*20mm
ISBN13 9788975988097
ISBN10 897598809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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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 실린 글들은 대부분 광주와 전남이라는 비수도권 지역에 거주하는 여성들의 목소리를 드러내는 작업의 결과물이다. 자본과 국가라는 ‘거대한 괴물’ 앞에서 개별 주체들은 항상 수세적인 위치에 있는 것처럼 보인다. 특히 모든 자원의 중앙집중화가 오랫동안 진행된 한국 사회에서 지역은 단순히 비수도권이라기보다는 변방의 의미를 갖는 경우가 많았고, 이러한 구조적 문제는 지역의 현실을 어렵게 만드는 동시에 그것을 가시화하는 것에 장애가 되기도 한다. 거기에 덧붙여 자본주의적 재구조화 과정이 대타자 혹은 가부장제와 결합하여 젠더화되어 나타날 때, 여성들의 삶은 너무도 쉽게 위험에 처하지만 반면 그들의 목소리는 잘 드러나지 않는다.

그러나 로컬은 단순히 변방이 아니라 신자유주의와 같은 거대담론의 궤적이 각인된 곳임과 동시에 주체들의 사회적 실천이 드러나는 구체적인 장소이다. 따라서 로컬의 실천은 소외되고 배제된 자들의 전략과 구조 간의 변증법을 드러낸다. 오히려 로컬에서는 중앙과는 같거나 다른 지점을 형성하는 주변부 여성들의 목소리가 더 드러나지 않아 사회과학을 하는 사람들이 해야 할 일들이 훨씬 더 많다.

그 속에서 지역연구를 하는 변방연구자들로서의 삶과 자세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된다. 연구자도 하나의 작은 존재일 뿐이기에 각자의 조건들 속에서 지역사회의 고학력 비혼 혹은 딩크족으로 살아가는 여성들의 삶은 녹록치 않다. 화폐와 봉건적 권력관계는 능동적인 권력의지보다는 수동적인 권력의지만을 발현하게 하고, 어떤 관계들은 종종 꿈꾸는 것보다는 환멸이 쉽다고 말하도록 유혹한다. 하지만 우리는 여전히 좀 더 재기발랄하고 지치지 않는 방식으로, 시대를 올곧게 직시하고 초심을 잃지 않는 연구를 수행하는 것이 지금 할 수 있는 그리고 가장 올바른 일이란 사실을 마음에 새겨야 할 것이다.

이 책의 주요 키워드인 ‘여성/노동’은 2007년과 2008년에 전남대학교 사회학과 대학원에서 진행된 故 장미경 교수님의 여성노동이론 수업에서 영감을 받은 것이다. 선생님은 대학원생들이 공부하고 싶어 하는 것에 항상 관심을 가지셨고 커리큘럼에도 반영하려고 해 주셨다. 글을 쓰면서 故 장미경 선생님의 빈자리를 새삼 다시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생전에 선생님은 한국 여성이론의 빈 곳을 군데군데 메꾸는 작업들을 해오셨고, 여성의 현실을 고민하고 대안을 제시하는 글들을 꾸준히 생산하셨다. 선생님이 남기신 글을 볼 때, 함께 공부할 누군가가 필요할 때, 앞에서 이끌어줄 스승이 필요할 때마다 문득문득 선생님이 생각난다. 그리고 부족하나마 선생님과 나누었던 시간들이 하나의 결과물로 나온 지금도 선생님의 빈자리가 아쉽다. 선생님의 학문 여정이, 그분의 삶이 행복했기를. 그리고 짧은 시간이나마 함께 했던 제자들이 두렵지만 설레는 걸음을 내디뎠음을 보고 계신다면 잘 했다고 격려해 주셨으면 좋겠다.

그때 진행된 수업 이후에 좀 더 심도 깊은 공부를 하고 싶은 대학원생들 몇 명이 모여 2008년에 ‘사회적재생산연구회’라는 자율적 성격의 연구회를 만들었다. 이와 비슷한 시기에 5·18기념재단의 소규모 연구회 지원을 받아 좀 더 탄탄한 연구 작업을 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2009년부터는 현재 전남대학교 여성연구소 소장으로 계시는 차선자 선생님께서 연구공간을 비롯해, 월례발표회를 개최해 정기적인 논문발표를 할 기회를 제공해 주셨다. 월례발표회를 통해 쌓은 문제의식들과 원고들이 모이고, 출간에 대한 여성연구소의 배려로 이 책이 나올 수 있었다. 다시 한 번 5·18기념재단 관계자 분들과 차선자 선생님께 감사의 말씀을 전한다.
서로에게 힘이 되려면 좀 더 부지런하고 명민하고 이기적이지도 않아야 할 텐데 그것이 항상 어렵다는 것을 느낀다. 그럼에도 옆에서 자박자박하는 발소리로 한걸음씩 옮기며 함께 걷고 있는 사회적재생산연구회 구성원들, 학문적 영감을 주시고 이론적 젖줄이 되어 주시는 여성문화이론연구소 임옥희 선생님, 전남대학교 이오현, 박경환, 윤수종 선생님을 비롯한 여러 교수님들, 함께 공부하는 전남대학교 대학원생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한다.

2010년 초봄
바람 계단에서 ---서문중에서

1장 사회적 재생산 ― 생산하는 재생산의 역학

김지영

Ⅰ. 거북이 밑에는 무엇이 있나?

우주의 모습을 궁금해 한 고대 인도의 왕이 있었다. 그가 현자에게 우주의 원리에 대해 묻자, 현자는 우리가 살고 있는 땅을 떠받치고 있는 것은 어마어마하게 큰 코끼리라고 대답했다. 왕은 물었다. “그렇다면 코끼리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무엇인가?” 현자는 대답하기를, “코끼리를 떠받치고 있는 것은 커다란 거북이입니다.” 왕은 다시 물었다. “그럼 거북이 아래에는 무엇이 있느냐?” “그 밑에는 더 큰 거북이가, 그 밑에는 더 큰 거북이가 끊임없이 받치고 있습니다.”

고대인들이 상상하는 세상의 모습 속에서 붕괴를 막는 끝없는 거북이의 행렬이 필요했던 것처럼, 모든 사회가 유지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그 사회의 근간을 이루는 구조들이 재생산되어야 한다. 이는 단순히 경제적인 것 뿐 아니라 정치, 문화, 이데올로기, 인구학적인 차원에서 모두 사실이다. ‘생산’이 한 사회의 부(wealth)를 생산하는 과정을 의미한다면, ‘사회적 재생산(social reproduction)’은 단지 그 사회 성원들의 생물학적 재생산뿐만 아니라 그 사회를 유지하는 사회적 행위의 재생산을 의미한다(권현정, 2001: 1). 따라서 재생산을 제대로 작동시키지 못하는 사회는 유지될 수 없다.

그러나 전통적으로 재생산은 생산 영역에 비해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평가되거나 간과되어 왔다. 생산과 재생산을 연속된 전체로서, 끊임없는 갱신의 흐름으로서 고찰한다면, 사회적 생산과정은 동시에 재생산과정(맑스, 2002: 769)이라고 반복해서 맑스 자신이 단언했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재생산이 잉여가치를 창출하지는 않는다고 이야기함으로써 생산과정에서 재생산과정을 분리시켰다.

결국 여성들이 담당하는 생명을 생산하고 보전하고 그 생명들을 돌보고 공동체에서 살아가도록 하는 여러 가지 다양한 활동들, 즉 출산, 양육, 가사, 돌봄노동, 가사노동, 자급활동들은 국가의 계산 속 에서와 마찬가지로 맑스의 이론에서도 크게 부각되지 않았다. 오히려 생명을 생산하고 삶을 보전하는 여성의 중요한 생존활동은 공기, 물, 햇빛처럼 처음부터 그냥 주어진 ‘공짜’ 상품이나 자원으로, 여성의 몸에서 흘러나오는 ‘자연적 힘’으로 여겨져 왔다. 이러한 관점에서는 생산노동의 중심성과 재생산노동의 주변성이 대립적인 것으로 나타난다. 또한 더 나아가 이러한 인식은 재생산노동을 담당하는 여성들의 무임 혹은 저임 상태는 가치를 생산하는 주체로서 여성을 정의할 수 없게 만든다(태혜숙, 2008: 49-50).

이렇게 재생산이 경제 분석에서 간과되거나 부차적인 것으로 취급되는 것은 여성과 사회구조의 관계를 비가시적인 것으로 만든다. 즉 구체적인 재생산 노동과 여성으로 대표되는 수행 주체가 시야에서 사라질 뿐 아니라, 자본주의 하에서 생산과 재생산의 순환도 역시 보이지 않게 된다. 재생산은 모든 경제 체계에서 핵심적인 부분임에도 불구하고 협소한 문제로, 주변적인 여성들만의 문제로 취급되게 된 것이다(권현정, 앞의 글: 9).

자본주의 체계는 남성은 생산의 담지자, 여성은 소비의 담지자라는 이분법적 성별노동분업의 도식을 강화해 왔다. 실제로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에서 여성은 가사노동 안에서 다양한 재생산 역할을 수행해 왔으며, 맑스가 주장해왔던 것처럼 노동력의 재생산과 노동자의 재생산에 국한되는 것으로 보였다. 그러나 페미니스트들은 여성의 재생산이 단순히 생산을 원활히 하기 위한 부가적인 역할을 수행한다는 견해에 반대한다. 이것은 재생산을 생산에 종속시키는 것 뿐 아니라 생산과 재생산을 도식적으로 나누는 구분에도 근본적으로 문제제기하는 것이다.

사회적 재생산을 분석의 초점에 두는 것은 단순히 여성노동이 수행되는 방식을 알려는 것만이 아니다. 그것은 유동적으로 분화된 노동력의 형성·유지 및 착취 뿐 아니라 자연의 생산이 전지구화된 자본주의 하에서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지를 볼 수 있게 하고 더 나아가 이에 대립하는 대안적 사고에 대한 질문을 할 수 있도록 해 준다(Katz, 2001: 709). 이를 이해하기 위해 사회적 재생산이 무엇으로 이루어져 있으며 누구에 의해 수행되는지에 주목하는 것은, 사회가 운용되는 메커니즘을 이해하는데 주요하다. 만약 현재 유지되고 있는 것처럼 재생산 노동자의 역할을 여성에게 계속해서 전가시킨다면, 결국에는 재생산 기반 자체가 붕괴될 것이다. 특히 신자유주의 아래에서 사회와 공공성의 영역이 축소되고 사회적 재생산에 대한 개인의 책임과 비공식화가 강조되는 상황에서, 빈곤의 여성화와 성별노동분업의 결합은 재생산의 위기를 가속화할 것이다.

따라서 우리는 먼저 재생산이 어떻게 이루어지고 누구에 의해서 이루어지고 있으며, 어떤 방향으로 전개되어야 하는가를 보아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한편에서는 재생산과 관련한 거시적인 차원과 중범위적인 정책이나 특수한 사회적 맥락을(국가별 정책의 특성, 신자유주의 경향이 나라별로 어떻게 다르게 재편되는가, 특정 국면의 정세는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가 등), 다른 한편에서는 실질적으로 재생산 활동을 수행하고 있는 노동의 측면과 노동의 주체, 즉 미시적인 차원에서 움직이고 있는 노동자의 측면을 보아야 한다. 이로써 재생산 노동의 생산적 측면과 그 착취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 그치지 않고, 자본과 국가에 종속적이지 않은 가치를 생산하는 여성노동의 가능성을 발견함으로써 재생산의 정치학을 작동시킬 수 있을 것이다.

Ⅱ. 여성주의적 관점에서 사회적 재생산 이론

1. 맑스주의 안에서 재생산 개념의 발전
사회적 재생산은 범주가 매우 크고 그만큼 애매모호한 개념이다. 이 개념은 생산수단, 노동력, 세대의 재생산을 포함하는 것이며 의식주와 보건과 같이 모든 존재를 유지하는 수단을 의미한다. 사회적 재생산 개념의 사용은 학자에 따라 매우 다르다. 에드홀음과 해리스, 그리고 영은 재생산을 가장 상위에 놓고 사용할 수 있는 서로 다른 분석 수준들을 구분하였다(Edholm·Harris and Young, 1978). 이들은 재생산 개념을 사회적 재생산, 노동력 재생산, 노동자의 재생산이라는 세 가지 대상으로 분석적으로 구분하였고, 많은 페미니스트들은 이 구분을 받아들여 사용해 왔다. 이것은 맑스의 재생산 개념과 알튀세(Althusser)의 사회관계의 재생산 개념을 결합한 것으로, 노동의 측면, 생물학적 측면, 이데올로기적 측면으로 재생산을 구분하는 것이다. 따라서 이들이 사용한 사회적 재생산 개념은 이데올로기적인 수준에 해당한다고 할 수 있다. 이에 비해 최근 저작들에서 페미니스트들은 재생산의 사회적 성격을 강조하면서, 사회관계를 재생산하는 이데올로기 뿐 아니라 사회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모든 재생산을 지칭하는 것으로 사회적 재생산 개념을 사용함으로써 사회적 재생산을 가장 상위수준의 개념으로 본다(권현정, 앞의 글; Bakker·Silvey, 2008; Katz, 앞의 글; McDowell·Ward·Fagan·Perrons and Ray, 2006; Tat'iana Iu·Zhurzhenko, 2002).
사회적 재생산의 이론화는 계몽기까지 추적될 수 있는데, 이는 근대 자본주의 사회가 생물학적 신진대사와 재생산 사이클을 가진다는 관념과 결부되어 있다(Bakker·Silvey, 앞의 글). 고전학파 정치경제학자들은 노동력을 하나의 상품으로 보았기 때문에 그 노동력을 생산하는 사회적 재생산에도 약간의 관심을 가졌다. 그러나 이후 그들은 노동력의 가격인 임금이 그것의 생산비용, 즉 사회적 재생산 비용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 아니라 노동시장에서의 수요-공급의 균형에 의해 결정되는 것으로 대체하면서 사회적 재생산에 대한 관심을 삭제했다(권현정, 앞의 글).

맑스는 자본주의 사회의 세포로서 상품 생산을 분석하면서 노동력이 상품화되는 과정에 주목하였으며, 이와 관련하여 노동력이 재생산되는 영역인 가족을 생산과정에 연결시켰다. 그러나 맑스는 생산과정에서의 노동력의 소비를 ‘생산적 소비’로, 가족관계에서 임금의 소비를 ‘개인적 소비’로 규정(맑스, 앞의 책: 776)함으로써 생산과 재생산을 이분법적으로 구분하였으며, 사회적 재생산 과정보다는 생산과정과 자본축적을 강조하였다.

이후 알튀세(1991)는 자본주의 사회가 유지되는 데에는 생산 뿐 아니라 재생산의 측면에 주목해야 한다고 맑스주의 안에서 획기적인 관점을 제시했다. 그는 ‘맑스를 위하여’ 전통 맑스주의의 ‘경제주의’와 ‘생산력 중심성’에서 벗어나고자 노력했으며, 생산관계 및 국가, 이데올로기적 기구들의 상부구조가 재생산되는 측면에 집중하는 ‘사회적 재생산’ 개념에 주목했다. 이로써 노동력 재생산과 ‘생산관계’의 재생산(학교체계), 가족의 역할 등에 초점을 맞추게 되었다(장미경, 1999: 24). 그러나 알튀세는 사회적 재생산의 측면에서 여성들이 차지하는 위치나 역할을 보지 못했기 때문에 재생산에 개입하는 이데올로기와 그 수행이 젠더화되어 있다는 것을 밝히지 못했다. 알튀세가 생산관계의 재생산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자본주의 사회가 유지될 수 없다는 것을 보여주면서 집중했던 것은 이데올로기적인 측면이었다. 그러나 사회적 재생산을 경제적 심급과 이데올로기적 심급이 결합한 것으로 설명할 수는 없다. 재생산의 측면에 주목한다면 다음 질문들을 해야 할 것이다. 경제적 심급의 생산관계에서 행위하는 주체들의 성별은 어떻게 이루어져 있는가? 이들과 관련한 이데올로기는 가부장적인 것인가, 자본주의적인 것인가? 사회적 재생산의 젠더적인 측면을 보지 못한다면 자본주의 사회의 재생산과 재생산의 정치가 어떻게 구성되는지를 보는 데에도 한계가 있다.

2. 재생산의 개념적 확장
물론 생물학적 재생산에서 여성이 수행하는 역할 때문에 사회적 재생산에서도 여성의 역할이 중요하다고 주장한다거나 여성이 원시에서부터 재생산 기능을 수행해왔다고 가정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 재생산 개념을 마구잡이로 사용하는 것에서 벗어나 생산과 재생산의 관계와 메커니즘을 보는 것이 필요하다(바렛, 앞의 글: 35). 구체적으로 보자면, 어떤 노동자 가구도 재생산만으로 생계를 유지할 수는 없다. 신분상으로 ‘자유인’인 노동자는 생산을 통해 임금을 벌어들이며, 이 임금을 시장에서 소비함으로써 노동자와 그의 노동력을 생산(재생산)한다. 현재의 자본주의적 국가에서 이러한 두 가지 형태의 생산이 결합되지 않는다면 노동자들은 생계를 유지할 수 없다(렌쯔, 1987).

이러한 이유로 페미니스트들은 젠더맹목적인 기존 정치경제탇에 대해 상당히 비판해왔다. 즉, 기존의 재생산 개념이 여성이나 여성 영역을 고려하지 않은 채 남성중심적 방식으로 전개되어왔다는 것을 비판했다. 특히 급진주의 페미니스트들이 주목한 임신·출산 등의 생물학적 재생산, 가사노동을 통한 노동력 재생산, 사회적 노동을 통한 사회적 재생산의 측면에 대해 탐구함으로써 연구되지 않은 채 남아있었던 ‘재생산’ 영역과 관련한 논의를 발전시켰다(장미경, 앞의 글).

재생산과 관련한 페미니스트들의 또 다른 노력은 다양한 분야에서 이루어져 왔는데, 재생산 개념과 관련해서도 진행되었다. 우선 페미니스트들은 ‘생산’/‘재생산’이라는 개념적 분리가 드러내는 젠더 맹목성에 근본적인 비판을 가했다. 이러한 노동의 형태가 시장에 나타나지 않는다고 해서 알아보지 못하는 것 역시 맹목적이기는 마찬가지이다. 전통적·전자본주의적·비공식부문과 현대적·자본주의적·공식 부문 간의 이원론은 이 둘 사이의 생생한 관계를 무시하고 있다(렌쯔, 앞의 글).

또한 페미니스트들은 재생산의 범주가 물질적인 측면에 국한되어 있는 것에 대해서도 비판한다. 이러한 비판은 자본주의 경제와 인간 존재의 ‘비경제적’ 측면의 연관성을 보지 못하는 맑스주의에 대해서도, 자본주의 사회의 이데올로기를 분석하면서도 그 이데올로기의 젠더적 성격에 대해서는 보지 못한 알튀세에 있어서도 똑같이 적용된다. 실제 젠더와 계급은 서로 똑같이 국가, 교육체계, 생물학적 재생산, 가족제도 및 노동과정의 재생산에 기여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알튀세는 이러한 측면을 간과하여 사회구조의 재생산을 기능주의적 시각에서 다루고 있는 맑스주의적 한계를 벗어나지 못했다는 것이다(Nicholson, 1986; 장미경, 앞의 글 재인용).

더 나아가 페미니스트들은 재생산 노동을 수행함에 있어 상징적인 재생산과 물질적 재생산을 도식적으로 구분할 수 없음을 지적한다. 하버마스(Habermas)에 따르면, 사회는 ‘사회적 노동’으로 언급되는 물질적 재생산과 아이의 사회화, 집단 정체성의 형성, 문화 전통의 이전과 확대를 의미하는 상징적 재생산의 두 가지 재생산 방식이 있다. 이 도식에서 설명하는 대로라면 여성의 무임 양육노동은 상징적 재생산의 기능과 사회화에 봉사하기 때문에 상징적 재생산 활동이며, 음식과 재화를 생산하는 활동은 물질적 재생산이 된다. 그러나 양육은 아이의 생존과 관련한 물질적 차원을 반드시 포함 할 수밖에 없으며, 음식과 재화의 생산은 사회적 정체성, 사회관계, 상징적·문화적 규범행위의 영향 아래에서 이루어진다. 따라서 이러한 재생산노동은 상징적 차원과 물질적 차원이 결합한 형태로 수행되는 ‘이중적(dual-aspect) 활동’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양육/기타 다른 사회적 노동 사이의 구분은 자연적 구분이 아니라 잠재적으로 이데올로기적인 것이고 여성종속을 정당화시키는 구분인 것이다(장미경, 앞의 글).

이렇게 재생산 개념과 관련하여 페미니스트들은 재생산이 생산에 비해 부차적인 영역이 아니며 이분법적으로 분리될 수 없다는 것, 재생산은 물질적 차원에서만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며 이데올로기적·상징적 차원에서 모두 이루어진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재생산 개념 자체를 확장했을 뿐 아니라 이 과정에서 여성이 주요한 재생산의 주체로 활동한다는 것을 증명하고자 했다.

3. 가치를 생산하는 활동으로서 재생산 노동
재생산과 관련한 페미니스트들의 또 다른 노력으로는, 개념적인 차원을 넘어서서 여성의 구체적인 활동을 둘러싸고 전개되는 논의들이 있다. 이러한 논의들은 여성의 활동이 ‘재생산’ 범주 안에서만 다루어지고 있는 것에 대해 이의를 제기한다. 이처럼 생산/재생산을 남성노동/여성노동으로 이분화하는 것은, 여성노동이나 여성의 활동을 돈이 지배하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남성노동에 비해 부차적이고 주변적인 것으로 만드는 데 기여해왔던 것이다(장미경, 앞의 글). 남성생계부양자/여성가사노동자라는 도식은 남성은 생산 영역에 여성은 재생산 영역에 제한된다는 것을 전제하는데, 이러한 이분법적 틀은 여성의 활동을 재생산 영역에 묶어두는 것이기도 하지만 자본주의 사회의 임금착취메커니즘을 보지 못하게 하는 장애물이기도 하다. 여성과 남성이 수행하는 노동이 성별에 따라 분리되는 성별분업은 매우 차별적인 방식으로 이루어지며 또한 여성이 수행하는 재생산 노동은 대부분 유급이 아닌 무급으로 수행되는데, 이는 여성의 활동을 ‘노동’의 측면이 아니라 여성이 가진 ‘자연적 힘’(포르뚜나띠, 1997)에 의해서 이루어지는 것으로 전제하기 때문이다. 마샬(Marshall)과 같은 페미니스트는 이에 대해 ‘노동’에 대한 협소한 정의를 폐기할 것을 제안한다(Marshall, 1994; 장미경, 앞의 글 재인용).

사실 재생산이 필요한 것은 사회구성원 모두에 해당하며, 각 구성원은 특정한 재생산 노동을 수행하게 된
다. 그러나 현실적으로 재생산노동은 대부분 젠더화되어 여성에 의해 수행되고 있으며, 그 수행과정도 아무런 마찰이나 갈등 없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노동 인구의 사회적 재생산 비용인 임금만 보더라도 그렇다. 노동력이라는 상품의 가격인 임금은 전통적인 관습과 그들의 물질적 생활 수준과 같은 요소들을 반영할 뿐만 아니라, 계급 간 갈등의 역사적·제도적 형태를 반영한다. 임금은 다양한 제도들로 구체화되며, 다양한 사회규범들을 통해 표현되는, 복잡한 일련의 사회정치적 요인들의 결과물이다(권현정, 앞의 글). 어떤 때에는 노동운동사에서 노조의 쟁의투쟁에 의해 임금상승을 획득하는 성과를 이루거나 패배하는 식으로 나타났고, 어떤 때에는 노동자의 임금만을 중심에 두면서 남성생계부양자 모델을 강화하는 가족임금의 형태로 축소되어 나타나기도 했다. 이는 재생산 노동의 수행이 자본주의 논리와 가부장제 논리가 경합하거나 결합하는 속에서 나타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탈리아 페미니스트인 포르뚜나띠(Fortunati)는 맑스의 분석방식을 빌려 생산영역에서는 가변자본인 임금이 재생산영역인 가구(house- hold)에서 어떻게 생산수단으로 기능하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포르뚜나띠, 앞의 책). 포르뚜나띠는 이러한 분석을 통해 재생산노동이 생산적이라는 것을 주장함과 동시에 자본주의가 남성을 매개로 하여 어떻게 여성의 노동을 착취하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재생산노동은 노동자계급을 유지하고 재생산하는 데 필요한 의식주의 문제와 관련되어 있으며 특히 가사노동에서 남성노동자와 여성가사노동자의 관계 속에서 나타난다. 자본가는 남성노동자를 매개로 하여 여성가사노동자의 잉여가치를 착취하는 것이 가능하지만, 이에 대해서는 가족임금의 형태를 통해 여성가사노동자의 잉여노동 부분은 은폐한다. 그러나 여성은 남성의 임금 부분보다 훨씬 더 많은 잉여가치를 생산하며, 생산능력으로서의 노동력의 교환가치와 재생산 과정 안에서의 가치증식은 두 가지 상이한 크기이며, 그 차이는 자본가가 목표한 것이다. 이는 자본가가 여성의 노동력이 포함된 남성의 노동력에 대한 임금을 지불함에 있어서, 남성의 노동력에 대해서만 그것도 일부에 대해서만 지불하기 때문에 여성과 남성의 노동력 모두에 대한 이중적 착취라고 할 수 있다. 결국 성별노동분업이 잉여가치생산의 근간을 이루는 것이다.

현실 운동에서 이탈리아 여성들은 사회의 주변에서 자신들의 지불받지 못하는 주변적 지위를 받아들이기를 거부했으며, 이러한 요구는 그들이 얼마나 일상생활을 변화시키려 하는지를 드러내는 방식이었다. “여성들은 가사노동을 한다. 이 노동은 결코 보이지 않는데, 이는 정확히 가사노동이 지불되지 않기 때문이다.”(카치아피카스, 2000: 100). 노동력의 재생산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노동력에 의한 생산은 불가능하다. 다만 그것은 눈에 보이지 않을 뿐이거나 가격이 매겨지지 않을 뿐이다. 여성들은 가사노동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불필요한’ 지출을 온몸으로 막을 뿐 아니라 다양한 생산물을 생산해낸다. 밭에서 농작물을 경작하여 농산물에 대한 지출을 막음으로써 생계유지를 하는 여성은 생산노동자인가 재생산노동자인가?

마리아 미즈(Maria Mies) 등 독일 페미니스트들 역시 이탈리아 페미니스트들과 비슷한 맥락에서 여성의 노동수행 과정을 분석한다. 이들은 맑스주의적 개념들을 비판함으로써 ‘재생산노동’은 ‘생산노동’이며, 전자를 후자에 우선하여 강조해야 한다고 명확하게 이야기한다(미즈, 앞의 글). 이들은 재생산과 생산을 스스로의 생계를 유지하기 위한 생산과 시장을 위한 생산, 즉 생계유지생산과 시장생산으로 개념화한다. 대다수의 노동자들은 이 두 가지 차원 위에 모두 서있다. 생계유지생산은 “가족 구성원의 직접적 소비를 위한 사용가치 창조를 목적으로 하는, 즉 그 인간의 재생산에 관계되는 모든 형태의 노동”이며 많은 경우 이러한 생산은 자가 생산의 형태를 띤다. 남성과 여성은 모두 생산과 재생산을 결합함으로써만 자본주의적 국가에서 생계를 유지할 수 있다. 그러나 둘은 서로 다른 방쒽으로 생계유지 생산 및 상품생산에 통합되어 있다(렌쯔, 앞의 글).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은 임금노동과 가정주부의 노동을 대립적인 것으로 상정하고 재생산을 후자에 국한시킨다. 미즈는 무급가사노동에 기초한 가내노동의 특성을 규정짓기 위해 ‘가정주부화(housewifization)’라는 개념을 만들어낸다. ‘가정주부화’는 여성이 공장에 취업하여 임금노동을 수행할 때에도 이들의 노동을 남는 시간에 부업으로 하는 ‘여가선용’으로 가치절하시킴으로써 자본주의 아래의 모든 여성취업노동을 가치절하시킬 수 있는 구조적 조건을 설명하기 위한 개념이다(미즈, 앞의 글). 이렇듯 여성의 활동과 관련한 논의들 속에서 페미니스트들의 주된 관심사는 가사노동의 정치학과 그에 대한 자본주의의 관계를 이해하는 것이었?. 여성들의 재생산노동이 생산적이지 않다거나 가치를 생산하지 않다고 여겨져 온 것은 그에 대한 대가, 즉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임금을 지불하지 않기 위한 이데올로기적 전략이었다.

그러므로 재생산에 대한 가치절하는 여성의 노동이 가정 밖에서 이루어질 때에도 여성의 노동력에 대해 제대로 평가할 수 없게 한다. 공/사 영역의 분리 속에서 사적 영역인 가정에서 주로 노동을 수행하던 여성의 일은 공적 영역에서 특정 직업과 연관되기도 한다. 여성은 ‘여성적 일자리’를 얻게 되는데, 여성적 일자리는 대부분의 경우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놓여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박수경, 2005). 이것은 여성적 일자리의 대부분이 가사노동이 사회적으로 확장된 성격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훈련과 교육기간을 필요로 하지 않는’ 가사노동에 대한 가치평가 절하 속에서 나온 것이고, 또 한편으로는 여성적 일자리 속에 숨어있는 정서적 측면에 대한 사회적 평가가 아직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자본주의적 생산양식에서 그 자체로 상품이자 생산요소인 노동력을 생산하는 가사노동은 과연 가치를 생산하지 않는가? 미래의 노동자를 생산함으로써 사회를 재생산하는 출산노동과 양육노동이 생산노동이 아니라고 이야기할 수 있을까? 여성들은 노동자를 ‘생산’하고 노동력을 ‘생산’하고 ‘생계유지’를 생산한다. 이렇게 여성노동의 구체적인 과정을 보면, 생산/재생산의 이분법적 도식은 그 설명력을 잃으며 재생산의 생산성을 보다 명확히 보여 준다.
---본문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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