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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의행동력

창의행동력

: 몸으로 키우는 캘리포니아 어린이 창의교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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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5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308쪽 | 506g | 152*210*20mm
ISBN13 9791187289173
ISBN10 118728917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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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학교는 배움을 주는 기본 공간이지만 학교의 가르침이 편견과 고정관념을 강화시키기도 한다. 가령 학교에서는 무지개가 빨주노초파남보 일곱 색깔이라고 가르친다. 그런데 실제로 무지개가 뜰 때 세어보라. 결코 일곱 가지로 보이지 않는다. 색과 색 사이의 어렴풋한 곳에 수천수만 개의 색들이 보인다. 무지개색은 셀 수 없는 불가산(不可算) 명사인 것이다. 고정관념은 상상력의 적이다. 앵무새처럼 일곱 가지 무지개라고 외우는 것이 아니라, 호기심을 가지고 무지갯빛을 자기의 눈과 손으로 직접 세어보는 행위가 바로 이 책에서 말하는 ‘창의행동력’이다. 다양성이 창조력의 토양을 이루고, 행동하는 힘이 창조의 열매를 맺게 한다. 행동해야 통찰을 얻을 수 있고, 행동하는 사람이 이 세상의 법칙을 새롭게 만드는 ‘온리 원(only one)’이 될 수 있다.
이렇게 행동하는 창의적인 아이로 크려면 물음표와 느낌표 사이를 쉴 새 없이 오가야 한다. 스스로 질문하고, 궁금한 걸 행동으로 옮겨보고, 그리고 깨달아야 한다. 깨달음은 자연스럽게 또 다른 질문으로 이어진다. 흔히들 느낌표가 해답인 줄 알지만, 물음표 없는 느낌표가 이 세상에 있을까? 의문이 있었기 때문에 그 의문이 풀리면서 기쁨이 생기는 거다.

캘리포니아 학부모들과 어울리다 보면 아이와 대화하는 방식이 우리와 다르다는 것을 금방 느낄 수 있다. 가령 해변에서 함께 피크닉을 한 적이 있었는데, 저녁이 되어 쌀쌀해지자 나는 가져간 옷을 아이에게 주며 “추워지네. 감기 걸릴지 모르니 이거 입어”라고 했다. 그런데 이곳 엄마는 “바람이 불어 추워졌는데 뭘 해야 할까?”라고 아이에게 묻는 것 아닌가. 아이는 옷을 입겠다고 대답했다. 깨달음을 얻었을 때의 충격이 뒤통수로 전해졌다.
그다음부터 유심히 살펴보니 나는 매사에 ‘해라체’로 말하는 반면, 이곳 부모들은 ‘~하고 싶니?’ 혹은 ‘어떻게 해야 할까?’로 물었다. 화가 머리끝까지 치미는 상황이든 다급한 상황이든 마찬가지였다. 그들의 사전에 명령어란 존재하지 않는 걸까? 물론 ‘아뇨, 하기 싫어요’라고 대답하는 아이들은 거의 없고, 말투만 다를 뿐 결국 하라는 얘기일 때도 있지만, 이 조삼모사의 언어구사는 아이들에게 매우 효과적이다. 자기가 스스로 원해서 모든 걸 한다고 생각할 때 책임감과 자존감이 길러진다.
학교 선생님도 마찬가지였다. 늘 아이들에게 선택지를 여럿 주고 무엇을 하고 싶은지 물었다. 정보와 지식도 고스란히 알려주기보다는, 이럴 때에는 어떻게 해야 할지 묻는 식이었다. 상황을 설명한 후 아이 스스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도록 권한을 주는 ‘호기심 대화법’이었다.
해라체는 즉각적인 행동을 이끌어낼 수는 있어도 시켜서 행동한 아이의 내면에 호기심, 책임감, 열정을 불러일으키지 못한다. 해와 바람의 내기처럼, 결국 승자는 나그네 스스로 옷을 벗게 만드는 태양이다. 캘리포니아 아이들이 우리나라 아이들보다 질문도 훨씬 많이 하고, 스스로 일을 해결하려는 독립심도 강해 보이는 이유는 특별한 교육 프로그램 덕분이 아니라, 부모와 선생님들의 평소 언어습관에서 비롯된 것이 아닐까?

어느 날, 딸이 수학시험을 보고 신기한 점수를 받아왔다. 107점이었다. 딸의 설명인즉슨, 문제 중에는 모르면 풀지 않아도 되는 어려운 문제가 섞여 있는데, 그 문제를 풀어서 맞히면 추가점수를 받는다는 것이었다.
신선했다. 으레 100점은 넘지 못할 절대적인 선인 줄 알았는데, 생각해보면 넘지 못할 이유도 없는 거였다. 100점을 맞기 위해 실수하지 않으려고 안간힘을 쓰는 우리나라 아이들과, 새롭고 어려운 문제에 도전해서 성취해내면 만점 이상의 점수를 받을 수 있는 미국의 아이들, 공부에 대해 누가 더 긍정적인 사고방식을 갖게 되겠는가. 이런 식으로 104점도 받고, 106점도 받아오며 잔뜩 신이 난 아이는 수학에 부쩍 자신감과 흥미를 보이더니, 급기야 수학 잘하는 학생으로 인정받아 전교생 앞에서 ‘새로운 파도 상’(바닷가 근처 학교라 상 이름에 ‘파도’가 들어간다)을 받아오기도 했다.
그러고 보면 우리나라 부모들과 학생들은 100점에 대해 강박관념을 갖고 있는 것 같다. 특히 중, 고등학교에 비해 상대적으로 100점 맞기가 쉬운(내가 보기에 반드시 그런 것도 아니지만) 초등학교 시기에는 100점에 대한 집착이 지나치다. 한 개 틀렸다고 집에 가기 싫다며 엉엉 우는 아이가 있는가 하면, 한 개 틀려서 96점을 받았는데 반평균 이하라고(반평균은 98점) 야단치는 부모도 있다. 좀 너무하다 싶다. 모임에서 학부모들 이야기를 가만히 들어보면, 몰라서 틀린 것은 괜찮지만 덤벙대거나 실수해서 틀린 것은 용서할 수 없다고 한다. 정말 그게 ‘용서할 수 없는’ 일일까? 아이가 100세 인생을 살아가고 자신이 원하는 의미 있는 일을 하는 데 초등학교 수학시험에서 한 개 틀린 실수가 정말 치명적일까? 실수가 버릇 된다고들 한다. 초등학교 시기부터 실수하지 않게 공부버릇을 잘 잡아놔야 한다고도 한다. 아… 우리 모두 ‘오버’하는 것은 아닐까?

호프 초등학교 학생들은 체육시간과 별도로 매주 한 번씩 운동장을 달리는 ‘나의 달리기(My Run)’ 시간을 갖는다. 같은 학년끼리 함께 달리는데, 4학년은 월요일마다 오전 간식시간이 끝나면 모두 운동장에 모인다. 그러고는 각자의 리듬대로 운동장 4바퀴를 뛰는데 그 정도면 대략 1마일(1.6km)이 된다. 1마일을 아무 목적도 없이 슬슬 뛰는 것은 아니고, 매번 기록을 재고 자신의 ‘나의 달리기’ 카드에 적는다. 달리기 파트너가 있어서 상대방이 달릴 때 서로 기록을 재준다고 했다. 그렇다고 이것으로 점수를 매기는 것도 아니고, 잘 달린 학생에게 상을 주는 것도 아니다. 그저 매주 꾸준히 달리고, 자신의 기록이 조금씩 좋아지는 기쁨을 스스로 느끼면서 체력과 저력을 기르는 것이다.
처음에 딸은 힘들어했다. 월요일 아침마다 밥을 먹으면서 “오늘이 또 그날이네” 하며 한숨을 폭 쉬었다. 힘들고 재미없다는 것이었다. 그러다 어느 순간부터 자신의 기록이 얼마 단축되었다고 신이 난 표정으로 말하기 시작하더니, 월요일도 다른 날처럼 의연하게 학교에 가게 되었다.
이것 외에도 호프 초등학교에서는 학교 운영기금 마련 이벤트로 ‘태양 아래 즐겁게 달리기(Fun in the Sun Run)’를 개최했다. 아이들에게 공모해서 채택된 디자인으로 티셔츠도 만들어 입고, 전교생이 학교 밖 호프 교육구역 전체로 진출했다. 조용했던 거리의 정적을 깨고 경쾌하게 지축을 울리며, 아이들은 말 그대로 이글거리는 태양 아래 달리고 또 달렸다. 헥헥거리며 교실로 돌아온 아이들의 뺨이 잘 익은 사과처럼 붉었다

공연을 올릴 작품은 〈톨게이트의 유령〉이었다. 모든 일에 권태로워하는 마일로라는 아이가 톨게이트 유령의 도움으로 숫자의 나라와 글자의 나라를 탐험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사라가 연극대본으로 각색했다.
거울놀이는 집중력 게임(focus game)으로 이어졌다. 이번에는 3인 1조로 조종자가 된 아이의 손이 움직이는 대로 나머지 두 아이가 움직여야 했다. 아이들은 마리오네트 인형이 된 것처럼 보이지 않는 실의 조종에 따라 하늘 높이 점프하기도 하고, 땅으로 웅크리기도 했다.
‘그대로 멈춰라’ 게임도 했다. 선생님이 어떤 대상을 말하고 “하나, 둘, 셋, 얼음!”이라고 외치면 그 대상이 되어 굳어 있는 것이다. 아이들은 바다동물, 정말 차가운 동물, 뾰족한 가시가 있는 동물, 나무로 만든 물건, 거실, 스포츠 용품 등 다양한 것이 되었다.
‘꽃 위에 앉아 있는 벌레가 돼라.’
‘혼자서 들 수 없는 것이 돼라.’
‘위험한 동물이 돼라.’
주문은 재미있으면서 표현하기에 점점 까다로워졌다.
한 사람이 헤드라인 뉴스를 말하는 이야기꾼이 되면 나머지 조원이 그걸 표현하기도 했다. 강당은 웃음소리가 끊이지 않았고, 역동적인 몸짓으로 활기가 넘쳤다.
아이들은 몸으로 표현하기의 달인이 되어가고 있었다. 자기 몸뿐 아니라 다른 사람의 몸을 함께 사용해 동물, 식물, 사물, 배경, 소품이 되더니 급기야 짧은 문장을 표현하는 경지에 이르렀다. 표현은 과감하고 날카로워졌다.
매우 섬세하고 구체적인 동작부터 상징적인 몸짓까지 넘나들 줄 알게 되었다. 한 번의 망설임도 없이 몸을 바닥에 굴리고, 온 힘을 다해 점프하고, 서로의 몸에 기대거나 올라탔다. 어떤 연극이론을 가르쳐준 것도 아닌데, 놀이하듯 친구들과 움직이면서 바뀐 이 변화가 놀라웠다. 자기 몸을 움직여보고 다른 사람들의 움직임을 보고 조화를 맞추면서 스스로 새로운 표현을 발견해가고 있었던 것이다. ‘역시 저 아이가 잘하는군’ 같은 평가를 할 생각이 들지 않았다. 각자 개성이 살아 있으면서도 잘 훈련된 한 팀 같았다. 무엇보다 모두가 함께 발전하고 있었다.

‘중세를 걷기’는 라콜리나 중학생들이 중세의 생활상을 연출하는 프로젝트다. 학생들은 두 달 넘게 중세의 삶을 학습하고, 이를 연출하기 위해 극본을 짜고 역할을 분담하고 소품을 준비하고 학교 전체를 중세 마을로 만들었다. 이들은 하루 동안 중세 사람이 돼 인근 초등학생들과 지역주민 앞에서 그들의 삶을 연기할 예정이었다. 하루 종일 과거의 복장과 말투, 직업에 맞는 행동으로 자신이 준비한 이야기를 하는 것만이 아니라, 사람들의 질문에도 대답해야 했다.
설명에서 짐작했겠지만, 대강 머릿속으로 역사적 인물에 감정이입을 해보는 게 아니라, 제대로 시대와 인물을 연구해서 구체적으로 몰입할 수 있게 하는 매우 창의적인 역사교육 방법이었다. 초등학생들은 살아 있는 역사 전시를 체험하면서 자연스럽게 중학생들에게 역사를 배울 수 있었다. 중학생들이 어떤 표정으로 무슨 이야기를 할지, 그리고 초등학생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지 매우 궁금했다. 그래서 행사 당일 학부모 자원봉사를 하기로 했다.
8명의 아이들과 라콜리나 중학교, 아니 중세의 어느 마을에 도착하니 입구에서 지도를 나눠주었다. 72개의 부스별로 중세의 어떤 장소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간단히 설명돼 있었다. 내 역할은 아이들이 가고 싶어 하는 부스 중 사람이 많이 몰리지 않은 곳으로 인솔하는 것이었다.
중학생들이 직접 탐구하여 제시한 주제들은 한결같이 구체적이고도 흥미로웠다. ‘성(城) 짓기와 공격하기’, ‘중세 유럽의 오락거리’, ‘중세 중국의 경이로운 사건들’, ‘유럽의 유명 작가들’, ‘중세의 혁신가들’, ‘중세의 시장’, ‘서아프리카 이야기’, ‘유럽의 종교’, ‘영광스런 바이킹들’, ‘전쟁 중의 왕들’, ‘필경사의 삶’, ‘원탁의 기사들’ 등 마음 같아서는 72개 부스를 모두 가보고 싶었다.
각 부스마다 공연은 대략 5~7분간 진행되었다. 이곳 아이들이라고 누구나 거리낌 없이 열연을 펼치는 건 아니었다. 부끄러워서 모기 소리만 하게 말하면서 꼬마 관객들과 눈도 못 마주치는 아이도 있었다. 외운 것을 잊어버려서 더듬는 아이도 물론 있었다. 그래도 초등학생 관객은 매우 진지하게 이들의 이야기를 경청했다. 이런 공연을 관객이 바뀔 때마다 반복해야 하니 에너지가 보통 필요한 일이 아니었다. 30번쯤 되풀이해서 연기하다 보면 정말 온전히 그 인물이 되겠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수요일은 과학 클럽 활동의 날이었다. 하루는 아이들이 한창 재미있는 실험을 하고 있었다. ‘플링커(flink-er)’라 부르는, 수조 안에 넣으면 수면 위로 떠오르지도 않고 완전히 바닥으로 가라앉지도 않는 물체를 만드는 게 목표였다. ‘여러분의 플링커는 적어도 10초 동안 플링크(flink)해야 성공이다’라고 칠판에 씌어 있었다. 용어가 궁금해서 찾아보니 ‘flink’는 ‘빛나는, 빠른’이라는 의미의 독일어에서 온 말인 듯했다. 코르크를 기반으로 클레이, 압정, 클립, 고무줄, 나사 등의 재료를 가지고 플링커를 만들어 물속에서 뜨지도 가라앉지도 않는 아슬아슬한 상태를 10초 이상 유지해야 했다.
아이들은 물속에서 하나씩 형태를 변화시키거나 재료를 더하거나 빼는 과정을 통해 인내심을 가지고 완전히 가라앉지 않을 정도로 적당히 가볍거나 적당히 무거운 상태를 스스로 찾아내야 했다. 성공을 열망하는 아이들의 움직임은 분주했다. 코르크에 압정을 여러 개 꽂았다가, 다시 하나 뺐다가, 고무줄을 묶었다가, 풀었다가, 다른 아이들이 하는 방법을 힐끗 보면서 따라 해보기도 하며 온갖 방법들을 동원했지만 좀처럼 시원하게 성공하는 아이가 없었다. 안타까운 마음으로 지켜보고 있으려니, 아이들 한 명 한 명의 성격이 눈에 들어왔다.
“무슨 일이 일어났니?” “얼마 동안 플링크했니?” “다시 올라왔니, 가라앉았니?” 선생님은 아이들 스스로 문제를 해결하도록 끊임없이 질문을 던졌다.
플링커 만들기 활동이 흥미로웠던 점은 ‘10초 이상 플링크하게 만든다’는 결과 자체가 중요한 게 아니라는 데 있었다. 형태와 무게가 다른 재료들을 하나씩 바꿔보면서 어떤 일이 일어날지 예측하고, 실제로 해보면서 변화하는 과정에서 새롭게 무언가 알아가는 기쁨을 느끼고, 플링크하게 만들 수 있다는 믿음을 갖고 인내심 있게 실험하는 과정을 배우는 게 훨씬 중요했다. 플링커 만들기 활동은 창의적 발견력을 기르는 최적의 프로그램이었다.

뭐니 뭐니 해도 나를 강하게 유인한 곳은 ‘모든 뼈는 이야기한다’는 슬로건과 함께 동물의 두개골 뼈가 놓여 있는 곳이었다. 뼈를 자세히 들여다보고 드로잉을 할 수 있게 현미경과 종이가 놓여 있고, 다른 쪽에는 격자형유리판과 격자형 종이가 있었다. 어차피 천문관에도 못 들어가니 나는 격자형 판 앞에 놓인 미국 악어의 뼈를 드로잉해보기로 했다.
이건 어디까지나 시간과 인내심과 관찰력 싸움이었다. 격자의 이쪽 칸에 콧구멍 뼈가 걸쳐 있는지 저 칸에 있는지 매우 헷갈렸다. 여기에 앉은 걸 후회하지 말고, 초조해하지도 말고, 구경하는 다른 사람들의 시선을 의식하지 않은 채 어쨌든 집중해서 완성해보기로 했다. 대충 그리자고 해도 내게 불이익이 오는 건 없다. 하지만 이 과정을 참아내야 그림이 완성될 뿐 아니라 미국 악어 두개골이 들려주는 이야기를 제대로 들을 수 있다.
실제로 뼈는 내게 말을 하고 있었다. 악어뼈를 바라보고 있으니 모든 걸 덜어낸 정수를 접한 느낌이었다. 아래턱 위에 완고하게 닫힌 위턱, 그리고 한 번 물면 결코 놓지 않겠다는 집념을 보여주는 이빨들이 악어의 두개골을 완성한다. 몸통은 없지만 두개골만으로도 먹이를 잡을 때까지 얼마든지 기다릴 수 있다는 듯 ‘납작’ 엎드린 악어의 자세가 연상되었다.

“위험하지 않나요?”
저학년반 아이들이 스스로 드릴로 구멍을 뚫고, 돌을 깨고, 유리를 조각내고, 사포로 나무를 다듬고, 망치질을 하고, 펜치로 고정하는 모습을 보며 놀랍고 약간 걱정도 되어 교사에게 물었다.
“위험할 수도 있지요. 하지만 다들 주의를 기울여 수행하기 때문에 다치는 아이들은 아무도 없어요.”
저학년 담당교사는 확신에 찬 어조로 말한다.
“직접 도구를 다룰 줄 알게 될 뿐 아니라 돌이나 나무, 유리의 질감을 손으로 느낄 수 있어서 얼마나 좋은 교육이 되는지 몰라요.”
그러고 보니 아이들의 능숙하고 자신 있는 손길에서 어떤 안정감 같은 것이 느껴진다. 물론 아이들을 무조건 믿고 내버려두는 것은 아니고, 사전에 안전교육을 철저히 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딸이 있는 반에서도 글루건을 사용할 기회가 있었다.
“핫 글루건 써본 사람?”
이토코 선생님이 질문하자 꽤 많은 아이들이 손을 들었다.
“써본 친구들은 알겠지만, 핫 글루건은 위험할 수도 있어요. 그래서 규칙을 잘 지켜야 하죠. 핫 글루건을 쓰고 접시 위에 정확히 올려놓아야 다음 사람이 안전하게 쓸 수 있어요. 글루건을 들고 6~7초 생각에 잠기면 어떻게 될까요?”
“안 돼요.”
“그렇죠? 옆 친구들이 데일 수 있으니까요. 규칙을 안 지키면 원 스트라이크입니다. 야구 규칙을 모두 잘 알죠? 스트라이크 3개면 아웃이니 이곳을 나가야 합니다. 그렇다고 지나치게 겁낼 필요는 없어요. 주의했는데도 손을 데이면 저기 보이는 얼음 두 개 동동 떠 있는 물통에 손을 넣고 30까지 천천히 세고 꺼내면 돼요.”
그러고는 손을 데인 게 인생을 살아가는 데 그다지 비극적인 일은 아니라는 듯 본인의 화상자국을 보여주기도 했다. 그랬더니 몇몇 아이들이 자신도 데어봤다며 무용담을 자랑했다.

아주 천천히 전망대 안을 돌다가 재미있는 그림과 문구를 발견했다.
“스페이스 니들은 커피 한 잔과 냅킨 위에 그린 이 스케치에서 시작되었다.”
그 아래에는 아이디어 스케치에서 완공에 이르기까지의 흥미진진한 창작 이야기가 설명돼 있다. 우뚝 솟은 비행접시 모양이라는데, 아무리 냅킨에 그렸다지만 참 단순하고 못 그렸다. 그런데 이 스케치에서 출발해 지금 내가 올라와 있는 건축물이 구현되었다니, 그 과정을 생각하면 매우 감동스럽다.
냅킨의 주인공 칼슨Edward Carlson은 전문 디자이너가 아니었다. 스페이스니들은 1962년 ‘시애틀 세계 박람회’를 기념하여 건축되었는데, 당시 호텔을 경영하던 칼슨이 박람회 의장을 맡게 되었다. 그는 독일의 슈투트가르트 TV타워에서 영감을 받아 박람회의 주제였던 ‘21세기’에 걸맞은 구조물을 스케치해보았다. 그 두루뭉술한 스케치를 존 그레이엄John Graham이라는 건축가가 비행접시 모양으로 변형하고 그의 작업팀이 정교화해 오늘날의 아름답고 날렵한 건축물로 만들었다.
칼슨의 입장에서 생각해보자. 커피를 마시다가 갑자기 떠오른 아이디어를 급한 대로 냅킨에 그렸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자신은 전문 디자이너도 아니고, 그림 솜씨도 없고, 이미 비슷한 타워가 있으니 이런 냅킨 따위 사람들에게 보여줘봐야 비웃기만 할 것이다, 의장으로서 자신의 권위도 위태로워질 것이다… 이렇게 생각하고 냅킨을 아무렇게나 버릴 수도 있었다. 그랬다면 어쩔 뻔했을까.
말도 안 되는 상상이라 생각할지 모르지만 이런 이유 때문에 실제로 얼마나 많은 아이디어들이 싹틀 기회조차 얻지 못한 채 휴지통으로 직행할지 생각하면 아득해진다. 임산부에게는 아이가 생겼는지 인식조차 할 수 없는 3개월까지가 정말 조심해야 할 가장 중요한 기간인 것처럼, 창의적인 작업에서도 자신의 아이디어가 어떻게 실현될지 짐작조차 할 수 없는 ‘냅킨 위 스케치’ 과정을 어떻게 다루느냐가 관건이다. 저 엉성한 그림은 아이디어가 떠오르면 당장 냅킨이든 영수증에든 그려놓고, 비웃음을 당할까 봐 부끄러워 말고 주위 사람과 의논하라는 창의행동력의 교훈을 준다. 스스로 아이디어를 사장시키지 않는 용기를 낸다면, 자기가 아니더라도 그걸 발전시켜줄 그레이엄 같은 든든한 협력자를 만날 수 있다.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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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2009년 경기 디지로그 창조학교를 설립하고 명예교장으로 추대되었다. 조윤경 교수는 나와 뜻을 같이한 창조학교 39인의 멘토 중 가장 젊고 의욕적이었다. 우리 젊은 세대의 창조 멘토가 제안하는 ‘창의행동력’이라는 개념과 실천사례들은 스스로 생각할 수 있는 환경과 기회를 제공하며, 온몸으로 몰입하게 하는 창조학교의 정신을 고스란히 구현하고 있다. 우리나라 학부모들과 교사들이 이 책이 알려주는 바를 잘 실천하여, 스스로의 손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나갈 한국의 피카소, 아인슈타인, 스티브 잡스들을 키워내기 바란다.
- 이어령 ((재)한중일비교문화연구소 이사장)

놀라운 주장이다. 창조는 행동에서 출발한다는 조윤경 교수의 주장은 우리 사회의 창의성 관련 담론의 결정적 오류를 분명하게 보여준다. 이제까지 우리는 창의적 능력을 논리적 사고에 기초한 인지적 과정으로만 해석했다. 틀렸다. 논리가 명확하다는 것은 예측 가능하다는 것이고, 그 어떤 것도 새로운 것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행동이 먼저다. 창조적 사고도 행동에서 나온다는 이 단순하고 명쾌한 진리를 우리는 그동안 잊고 있었다. 창조교육의 패러다임을 뒤집는 ‘창의행동력’ 개념과 그 구체적 방법론에 주목해야 한다. 통쾌한 반전이다!
- 김정운 (문화심리학자, 여러가지문제연구소장)

다른 인생을 살고 싶다면 다른 사람을 만나고 다른 경험을 하라는 어느 책의 어귀가 떠오르는 책입니다. 이 땅에 지식인도 많고, 지식인을 만들려는 학부모는 훨씬 더 많습니다. 그러나 행동하는 지식인, 실천하는 학부모는 그리 많지 않을 것입니다. 불문학 전공자이기 전 초등학생 부모로서 저자의 창의교육 실천기는 많은 학부모와 현장의 교육자들에게 또 다른 경험과 영감을 가져다줄 것입니다.
- 김윤정 (한국과학창의재단 창조경제문화본부장)

이 책을 읽고 이제까지 가졌던 창의성에 대한 관점을 완전히 재구성해야 함을 느꼈다. 과연 아이들이 진짜 궁금증을 가지는가? 교사가 ‘…하고 싶니?’라고 묻는가? 교육은 즐겁고 자연스러운가? 우리 교육현장에서 진지하게 자문해봐야 할 문제들이다. 4차 산업혁명을 주도해갈 학생들이 자신의 ‘의미 있는 창조적 원형’을 발전시켜갈 수 있도록 구체적인 실천방안을 제시하고 있는 이 책을 꿈나무 학생들과 소통하는 모든 사람들에게 추천한다.
- 강성복 (숭의초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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