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키에는 저마다 소피가 손으로 직접 쓴 단 하나뿐인 예언이 들어 있었다. 하나같이 어둠과 비운과 닥쳐올 곤란을 예고하는 것들이었다. 원래 미스포춘 쿠키는 가장 맛있는 주력상품으로 기획한 게 아니었다. 일반적인 포춘 쿠키 모양으로 구워낸 과자에 브라질 코코아 농장에서 직수입해온, 쓰디쓴 초콜릿을 입힌 것뿐이었다. 생각 없이 맛을 본 사람들은 충격과 경악에 휩싸였다. 11개월 전, 이 이상한 쿠키를 생각해냈을 때만 해도 소피는 이것이 기껏해야 단기간의 미끼상품에 그치고, 사람들의 관심은 곧 시들해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이 씁쓸한 과자는 가장 많이 판매되는 데다 이문도 높은, 주력상품으로 자리잡았다. 이 지역에서는 상당한 ‘악명’을 얻어 날개 돋친 듯 팔려나갔다. 소피조차 깜짝 놀랄 정도였다. 전국 다른 지역에서 우편 주문까지 들어왔다. --- pp.38~39
소피는 그가 가게로 들어온 뒤 처음으로 진심 어린 미소를 지었다. “근사하지 않아? 나는 그걸 미스포춘 쿠키라고 불러. 정말 독한 사람이나 그걸 다 먹지. 대부분은 이 쿠키 속에서 나오는 운명의 메시지를 읽어보려고 사는 거야.”
가렛은 안에 든 작은 종잇조각을 쉽게 꺼내기 위해 쿠키의 다른 부분을 쪼개었다. 그는 종이 위에 적힌 내용을 눈으로 따라 읽은 뒤, 그걸 다시 크게 소리내어 읽었다. 그의 얼굴에 모든 단어마다 반신반의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당신의 일은 지금은 무탈해 보입니다. 하지만 조금 기다리세요. 영원히 지속되는 건 없어요! 이게 대체 무슨 뜻이야?” --- p.49
사방을 둘러보던 소피가 미간을 찌푸리며 지는 태양으로 눈을 돌렸다. “이렇게 생각해봐. 오늘 이 순간 야외는 아름답고, 태양이 비치고 따뜻해. 하지만 내일은 어떨까? 아마 비가 내리기 시작하고, 바람이 불고, 저 운명의 쪽지는 어디론가 굴러가 버리겠지. 다 망가져버리는 거야. 트러플은? 동틀녘에 배고픈 다람쥐나 너구리가 먹어치우기 딱 좋겠지. 저 운명의 말도, 초콜릿 조각도 결국은 희망도 꿈도 사라져버린다는 걸 상기시키는 매개체가 될 거야. 부모님에게도, 내게도, 그 누구에게도.” 그녀가 고개를 떨구고 부모님의 이름 아래 새겨진 비문을 조용히 다시 한 번 읽었다. “그게 내 인생담이야. 모든 것은 덧없이 사라진다는 거.” --- p.68
잠시 뒤 G섹션 4면을 찾아 굵은 글씨체를 훑어내려갔다. 두 번째 줄 중간 즈음 새끼 고양이를 분양한다는 누군가의 안내문 아래서 그 광고를 봤을 때 소피는 신음 소리를 냈다. 그녀는 얼굴을 찌푸리려 애써봤지만 광고를 읽고 또 읽을수록 입 속에서 그 노력을 무력화시키는 미소가 피어나는 것을 어쩌지 못했다.
행복을 찾습니다.
제가 잃어버린 것을 찾도록 도와주세요.
워싱턴 주 98402, 타코마, 사서함 3297로 제안을 보내주세요.
(영속하는 행복만 돼요. 덧없이 사라지는 것은 안 돼요.) --- p.74
“안녕, 소피! 내가 가장 좋아하는 고객은 어떻게 지내고 있지?” 남자가 가볍게 키득거렸다. 기름투성이의 회색 머리가 수북한 뭉치를 이뤄 그의 이마와 귀 아래에 매달려 있고, 빨간 플란넬 셔츠의 등쪽 칼라 위로도 동그랗게 말려 있었다. 그의 눈 바로 아래 세월에 닳고 닳은 피부를 땟국물이 덮고 있었다. 얼굴의 다른 부분은 턱 바로 아래서 고무밴드로 동여맨 덥수룩한 수염으로 덮여 있었다. 그는 골판지에 쓴 다음과 같은 표지판을 든 채였다. “베트남이 나를 바꿔(change)놓았습니다. 여러분도 나를 바꿀 수 있습니다. 남는 잔돈(change) 없습니까?” --- p.179
“끝내주네!” 그가 외쳤다. “이건 정말… 끝내주네요! 우편요금이 엄청나겠는데요.”
소피가 손가락을 머릿속에 박은 채 긁어댔다. “말해봐. 이걸 어떻게 다 읽지?”
“독수리가 코끼리 시체의 썩어가는 고기를 씹어먹는 것처럼요. 한 번에 한 덩이씩.”
그녀가 우편물에서 잠시 시선을 돌려 꾀바른 종업원을 흘끗 쳐다보았다. “좀 충격적인 말이긴 하지만, 어쨌든 생생하게 묘사해줘서 고마워.”
그가 끄덕였다. “물론이죠. 독수리들 중에는 무리랑 거리낌 없이 나눠먹는 애들도 있어요. 먹을 게 차고 넘치면요. 디스커버리 채널에서 본 것 같은데요.”
그녀가 그를 다시 쳐다보았다. “이 썩은 우편물 더미 베어먹는 일을 도와주겠다는 네 나름의 표현 방식이겠지?” --- p.212
소피는 그날 밤 이블린이 나타나기 전, 짧고도 기묘했던 알렉스와의 만남이 기억났다. 그러자 갑자기 걱정스러운 일이 생겼다. “알렉스, 묘지에서 내 뒤를 밟고 있었어요?”
그는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었다. “그날 거기 먼저 갔던 사람은 나예요. 먼저 간 사람은 남의 뒤를 밟을 수 없는 거 아닌가요?”
옳은 말이네, 소피가 생각했다. 머리카락을 귀 뒤로 넘기며 소피는 알렉스에게 좀더 가까이 다가갔다. 그는 여전히 ?관에 서 있었다. 소피의 표정은 심각했지만 그 어조는 부드럽고 정중했다. “알렉스, 내가 당신을 봤을 때 당신은 아버지 무덤 곁에 있지 않았어요. 우리 부모의 묘를 지켜보고 있었죠. 거기서 뭘 하고 있었나요?” --- p.266
소피가 벨을 누르자 잠시 뒤 문이 천천히 열렸다. 그들 앞에는 약간 구부정한 늙은 여자가 미소지으며 서 있었다. “내가 도와드릴 일이라도 있나요?”그녀가 물었다.
“그런 것 같아요.” 소피가 말했다. “성함이 루시 맥도널드가 맞으신가요?”
여자가 윙크했다. “가장 최근에 체크해봤을 땐.” 그녀의 말은 느리지만 분명하고 또렷했다. “우리가 만난 적이 있던가요?”
“아뇨, 부인.”
“확실해요? 전에 어디선가 얼굴을 본 분 같은데.” 노인이 앙상한 손가락을 흔들었다. “얼굴 하난 정말 잘 알아보거든요. 내 목숨을 구해준 이라도 이름은 못 외워요, 하지만 얼굴은 잊지 않죠…….” --- p.295
뭐라고 썼을까, 두근거리는 가슴을 안고 소피는 편지를 읽어가기 시작했다. 끝까지 다 읽고 나자 감정의 둑이 완전히 터져버린 듯 소피의 얼굴로 끝없는 눈물이 흘러내렸다. 여덟 살 이후 처음으로 소피아 마리아 존스는 과거로부터 완전히 해방된 느낌이었다. 또한 미래에 대해 끝없이 아찔한 현기증을 느꼈다. 가렛 블랙이 포함되었어야만 했을 미래에 대해.
--- p.3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