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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에 간 소녀

스타벅스에 간 소녀

라임 청소년 문학-028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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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5월 19일
쪽수, 무게, 크기 300쪽 | 420g | 153*215*20mm
ISBN13 9791185871714
ISBN10 1185871713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인증번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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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 절대 금지
오드리는 그다지 사교적인 편은 아니어서 친구가 많지는 않지만 공부도 잘하고 큰 말썽도 일으키지 않는 착실한 학생이었다. 그런데 학교에서 끔찍한 일을 당하고 그 후유증으로 불안 장애를 앓고 있다. 무엇보다 그 일이 있고부터 사람의 눈을 마주하는 것이 불가능해졌다. 오드리는 깨어 있는 내내 선글라스를 낀다. 어두컴컴한 곳에서도, 비가 오는 날에도……

내가 노트북으로 영상을 찾는 동안, 엄마는 가만히 앉아 내 방을 둘러보았다. 엄마는 아무렇지 않은 척하려 했지만 나는 온몸으로 느낄 수 있었다. 엄마의 반짝이는 두 눈이 내 방을 샅샅이 훑어보고 있다는 걸. 뭘 찾는 거냐고? 아무거나, 뭐든지. 이제 엄마와 나 사이에 아무렇지도 않은 건 하나도 없다. 모든 것에 속뜻이 있다.
지금까지 일어난 수많은 일들 중에 바로 그 점이 가장 슬프다. 엄마와 나는 예전처럼 서로를 마냥 편하게 대할 수가 없게 되었다. 내가 아주 사소한 말이라도 건넬라치면, 엄마는 무슨 뜻인지도 모르면서 호들갑부터 떤다. 그럴 때 엄마의 머리는 쉴 새 없이 팽팽 돌아간다. 이게 무슨 뜻이지? 우리 오드리가 괜찮은 건가? 오드리가 진짜 하려는 얘기가 뭐지? --- pp.20~21

선글라스를 쓴 소녀
오드리네 집은 아이가 셋이라 바람 잘 날이 없다. 요즘 가장 큰 문제는 단연코 오드리지만, 그에 못지않은 골칫거리는 『정복자들의 땅』 게임에 빠진 프랭크 오빠다. 프랭크 오빠는 두 달 후에 캐나다에서 열리는 국제 대회에 나가 상금을 타겠다고 벼르고 있다. 나중에 프로게이머가 되는 게 꿈이라나?

하여간 요즘 애들은. 이건 곧 우리 엄마의 폭풍 잔소리가 시작된다는 신호다. 나는 거실에 앉아 엄마를 유심히 지켜보았다. 아니나 다를까, 서서히 조짐이 보였다.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눈빛, 자꾸만 달싹이는 입술, 점점 가빠지는 숨소리……. 그리고 짠, 드디어 공격 개시!
“프랭크, 네 몸은 하나뿐이잖아! 소중히 여기고 스스로 보살펴야지! 엄마가 진짜 걱정되는 건 너 스스로 건강에 대해서 아무 관심이 없다는 거야. 허구한 날 인스턴트 음식만 먹으려 들고…….”
오빠는 얼굴색 하나 변하지 않고 대꾸했다.
“우리가 엄마 나이쯤 되면 인공 장기가 나올 거래.”
“네 또래 애들 중에 당뇨병에 걸린 애가 얼마나 많은 줄 알아? 비만이랑 심장병은 또 어떻고. 말도 마.”
“응, 알겠어요. 말도 말게.”
오빠는 결국 불난 집에 기름을 끼얹고야 말았다.
“너, 진짜 문제가 뭔지 알아? 이게 다 그 흉악한 게임이며 텔레비전 때문이야. 심지어 몇몇 애들은 소파에서 일어나지도 못한다더라!”
“애들 몇 명? [……] 내 또래 애들 중에 소파에서 일어나지도 못하는 애가 몇 명이나 되냐고? 엄마 또 『데일리 신문』 봤지?”
엄마가 오빠를 한껏 노려보며 대답했다.
“꽤 돼.” --- pp.51~52

말하다 말기
게임 대회에 오빠와 같이 출전하기로 한 라이너스 오빠가 게임 연습을 하기 위해 날마다 오드리네 집에 온다. 그런데 어느 날, 엄마와 프랭크 오빠가 게임 때문에 한바탕 전쟁을 벌이자, 그들을 피하려고 집 안으로 돌아다니다 오드리의 방으로 불쑥 들어서게 된다.

나는 가슴이 쿵 내려앉았다. 또 라이너스 오빠다. 엄마가 컴퓨터 게임을 금지한 동안은 볼 일이 없을 줄 알았는데. 뜨악한 표정을 보니 엄마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한 게 분명했다. 엄마가 아래층에 대고 소리쳤다.
“너 게임 금지인 거 라이너스도 알지?”
오빠는 까칠한 말투로 답했다.
“당연하지. 근데 나 말고 라이너스는 해도 되잖아?”
엄마는 약간 당황한 것 같았다. 입을 쩍 벌리기는 했지만 한동안 아무 말도 하지 못했다. [……]
“규칙은 규칙이야! 쟤도 그걸 배워야지!”
애들이 뭘 알겠냐며 적당히 봐주자는 아빠와, 컴퓨터 게임이 아들의 영혼을 갉아먹고 있다는 엄마는 좀처럼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나는 얼마간 귀를 기울여 듣다가 이내 지루해져서 동굴로 내려가 기다렸다. 아니, 기다리는 건 아니다. 음, 기다리고 있다고 볼 수도 있겠다.
나는 예전에 유행하던 시트콤을 틀어 놓고 앉아서 시간을 헤아리지 않으려 무진 애를 썼다. 게임 연습이 끝난 뒤, 라이너스 오빠가 내게 인사를 하러 올지 안 올지 신경 쓰지 않으려 노력했다. 그냥 그런 생각만으로도 짜릿짜릿한 느낌이 들었다.
뭐, 꼭 라이너스 오빠가 나한테 와서 인사를 해야 된다는 건 아니다. 하기 싫을 수도 있겠지. 다만, 지난번에 라이너스 오빠가 분명 나에게 말했다. 또 보자고. 죽을 때까지 날 못 본 척하고 지낼 마음이라면 굳이 또 보자는 말을 하지 않았겠지?
--- pp.106~107

우리 오빠 왜 저래?
엄마는 게임을 하지 못해 무기력증에 빠진 프랭크의 흥미를 끌기 위해 갖가지 방법을 쓴다. 다 같이 모여 영화를 본다든지 가족 행사에 데리고 간다든지, 노인 요양원에 가져다줄 샌드위치를 만든다든지 하는 방식으로. 자원봉사자 여럿을 집으로 초대해 샌드위치를 만드는 날, 프랭크는 처음으로 게임 이외의 것에 관심을 보인다. 봉사자 중에 ‘에이드’라는 요리사가 있었는데 에이드가 요리하는 것을 보고 그 모습에 매료된 것이다.

양손에 장바구니를 들고 주방으로 들어서던 나는 너무 놀라 걸음을 딱 멈추고 말았다. 오빠가 싱크대 앞에 서서 칼질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엄마의 앞치마를 두른 채 칼을 손에 쥔 오빠는 제법 멋지게 요리사 흉내를 내고 있었다. 그 착착착착, 써는 것 말이다. 손이 꽤 빨랐다. 오빠는 얼굴이 발갛게 달아오를 정도로 완전히 빠져든 모습이었다. 내가 왔다는 것조차 알아차리지 못했다.
에이드 아저씨가 먼저 나를 발견했다.
“잘 왔어! 마늘 좀 꺼내 줄래?”
내가 마늘을 건네자 손으로 비비며 향을 맡았다.
“완벽해. 자, 프랭크! 이 마늘을 아주 잘게 다져, 전부 다.”
오빠는 마늘을 냉큼 받아 들며 대답했다.
“예, 셰프!”
예, 셰프? 헐, 우리 오빠 왜 저래?

--- p.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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