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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해도 괜찮아

결혼해도 괜찮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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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09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68쪽 | 500g | 153*224*30mm
ISBN13 9788995547236
ISBN10 899554723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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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 달간 내가 유일하게 생각하고 읽고 사람들과 이야기했던 주제는 결혼이었다. 정처 없는 추방길에 오른 펠리페와 함께 여행했으며, 그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가 안전하게 결혼하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어느 나라에 머물든지 간에 호텔 방에 틀어박혀 몇 시간이고 책을 읽으며 결혼에 대해 연구했다. 그렇게 결혼에 대한 갈등과 편견을 지워나가며 마음에 위안이 되는 결론을 찾아 파고들었다. --- p.45

감히 결혼생활이 행복하기를 요구하는 것보다 더 큰 욕심이 어디 있겠는가? 베트남 몽족과 만난 후에 결정적으로 변한 점이 하나 있다. 난생 처음으로 내가 사랑하는 사람에게 너무 무리한 요구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마도 나는 낡아서 삐걱거리는 결혼이라는 이상한 배에 원래 용량보다 훨씬 더 많은 기대를 실었던 것 같다. --- p.77

결혼식 날의 맹세는 결혼의 그런 부질없음을 숨기려는 고귀한 노력이다. 우리의 인연은 정말로 전능하신 신께서 맺어주신 것이며, 아무도 우리를 갈라놓을 수 없다고 스스로 설득하는 것이다. 하지만 불행히도 그런 혼인 서약을 하는 사람은 전능하신 신이 아닌, 인간이다. 그리고 인간은 언제나 맹세를 깨뜨릴 수 있다. --- p.119

내가 생각하기에는 첫 번째 결혼이 더 희망에 부풀고, 원대한 꿈으로 가득해서 세상이 온통 장밋빛으로 보이는 것 같다. 반면 두 번째 결혼은 다른 뭔가로 덮여 있다. 아마도 우리의 의지보다 강력한 힘에 대한 존중일 것이다. 심지어 경외와도 가까운 존중. --- p.120

폴란드에 이런 속담이 있다. “전쟁터에 나가기 전에는 한 번 기도하고, 바다에 나가기 전에는 두 번 기도하고, 결혼하기 전에는 세 번 기도하라.” 나는 사시사철 기도할 작정이다. --- p.120

가끔씩 펠리페와 나 사이의 틈이 눈에 보일 때도 있다. 내가 평생토록 연인의 사랑으로 완전해지기를 갈망했고, 완벽한 짝이자 반대로 날 완벽한 짝이라고 생각해주는 사람을 만나려고 오랫동안 그토록 부단히 노력했다 할지라도, 그 틈은 언제나 우리를 갈라놓을 것이다. 우리의 차이점과 단점은 너울거리는 그림자처럼 언제나 우리 곁을 맴돌 것이다. 그러나 가끔씩 친밀감이라는 녀석이 너울거리는 차이점 위에 서서 균형을 잡고 있는 모습이 보인다. --- p.181

외할머니의 젊음과 자유를 가장 잘 나타내는 표상은 따로 있었다. 바로 1930년대 초반에 200달러나 주고 샀던, 진짜 모피가 달린 화려한 와인색 코트다. 그런데 큰딸이 태어나자, 외할머니는 그토록 아끼던 와인색 코드를 뜯어서 아가의 크리스마스 의상을 만들어주었다. 외할머니의 길잡이이자, 인생의 가장 확고한 원칙이 되어준 단어는 ‘퍼준다’였다. --- p.217

우리 부모님의 결혼 조건은 당연히 내게는 맞지 않는다. 아내도 없고, 아이도 없고, 남편도 없는 가정…… 우리는 함께 살면서 우리만의 법칙과 경계를 만들어 나가야 한다. --- p. 265

쇼펜하우어는 사랑에 빠진 인간은 추운 겨울밤의 고슴도치와 같다고 했다. 고슴도치들은 추위로 몸을 얼지 않기 위해 옹기종기 모인다. 하지만 몸이 따뜻해질 만큼 가까워지는 순간, 상대의 가시에 찔리게 된다. 그래서 다시 멀어진다. 그러고는 또다시 다가간다. 이 과정이 끝없이 반복되는 것이다. --- p.295

우리는 서로를 존중하기에 상대를 풀어주는 동시에, 극도로 조심스럽게 상대를 구속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하지만 절대, 단 한순간도 서로에게 구속되지 않은 척해서는 안 된다. --- p.298

우리는 서로 상대의 이야기를 물려받고 교환한다. 그런 식으로 서로가 서로의 부록이 되고, 상대의 생애가 덩굴처럼 휘어감고 자랄 수 있는 시렁이 된다. 펠리페의 개인사는 내 기억의 일부가 되었고, 내 생애는 그의 생애의 재료들과 엮이게 되었다. --- p.314

마침내 나도 결혼의 길고 희한한 역사 속에서 나만의 구석 자리를 찾게 되었다. 조용한 전복의 한복판, 그곳이 바로 내 쉼터가 되리라. 시대를 막론하고 궁극적으로 자신들이 원하는 것, 즉 사랑을 나눌 수 있는 약간의 프라이버시를 얻기 위해 온갖 짜증나고 성가신 헛소리를 참아낸 다른 고집스러운 연인들을 기리면서. --- p.354

결혼은 혼자서 하는 기도가 아니다. 오히려 현실적 결과를 가져오는, 공적이면서도 사적인 일이다. 우리 관계의 친밀함은 언제나 펠리페와 나만의 몫이지만, 우리 결혼의 또 다른 작은 부분은 우리 가족, 우리의 성공과 실패에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가족의 몫이기도 하다. 그 점을 강조하기 위해서라도 그들은 결혼식에 참석해야 한다.
--- p.3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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