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랄까,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의 시신은 생전 처음 본다.”
눈이 부신 듯 시신을 올려다보면서 마사키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가부라기도 무심코 마사키의 시선을 좇고,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산 사람이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죽은 자 또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시신이 제아무리 아름다운 모습이건, 눈을 돌리고 싶어질 만큼 비참한 상태건, 살해당한 사람의 원통함은 다를 바 없다. 그리고 사람을 죽인 범인의 죄의 무게 또한 한 톨만큼의 차이도 없다.
하지만 마사키 말마따나, 빛의 띠를 받으며 하늘을 날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그 시신은 아름답다고 형용하고 싶어질 만큼 환상적인 모습이었다.
--- p.68
범인이 사일로에 가둔 것은 하늘을 날 수 있는 여성이었다.
그래서 천창으로 날아서 도망치지 못하도록, 범인은 출입문과 천창을 바깥에서 봉쇄했다.
범인이 여성을 죽이러 왔을 때 여성은 문 안쪽에서 빗장을 질렀다.
여성은 문이 부서질 경우에 대비해 사일로 내부의 허공으로 날아올라 도망치려 했다.
그러자 범인은 허공에 떠 있는 여성을, 바깥에서 작은 창구멍으로 쇠파이프를 넣어 찔러 죽였다.
--- p.78
노부세 다다시가 머리를 긁적였다.
“민들레는 말이지, 자연의 상징이야. 민들레꽃을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이 언제까지고 남아 있는 사회이기를 바란다. 이 이름에는 그런 뜻이 담겨 있어.”
내게 얼굴을 가까이 대려는 것처럼 몸을 내밀고 노부세 다다시는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게다가 민들레 솜털은 바람에 실려서 아주 멀리, 그것도 이곳저곳으로 날아가잖아? 그런 식으로 우리의 활동도 멀리 전파되어서 여러 곳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웠으면 해. 그런 바람에서 이 동아리를 ‘민들레 모임’이라고 이름 붙였어.”
--- p.83~84
“다른 꽃들도 그렇지만, 민들레도 꽃말이 여러 가지가 있어요. 이별, 변죽을 울림, 신의 계시, 진실한 사랑, 사랑의 신탁. 어쩐지 전부 연애와 관련된 말들뿐이네요. 그런데 하나 더, 이상한 꽃말이 있습니다.”
“이상하다니, 무슨 말인데?”
가부라기가 묻자 히메노는 느릿한 어조로 대답했다.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 라고 하죠.”
민들레의 꽃말은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
그 말은 가부라기의 마음속에 깊이, 그리고 무겁게 가라앉았다.
--- p.199
개방형 밀실.
가부라기는 심한 혼란 속에서도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완전히 모순된 표현이지만 히메노 말마따나 시신이 발견된 곳은 완전히 개방된 밀실 안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만 옥상을 ‘밀실’이라고 부르려면 딱 한 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만약, 범인이 하늘을 날 수 없다면’이라는 조건이다.
그리고 그 폐목장의 사일로 또한 그렇다. 환기용 창구멍이 네 개 뚫려 있다고는 하나, 지상 3미터 높이의 작디작은 창구멍 바깥에서 사일로 안에 있는 사람을 찔러 죽이고 그 창구멍 너머로 매달아놓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사실상 그 사일로도 밀실인 셈이다. 다만 이쪽도, ‘만약 피해자 히나타 에미가 하늘을 날 수 없다면’이란 조건이 필요하다.
피살된 히나타 에미와 이번 살인범 둘 다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면, 두 살인 사건 모두 밀실 살인은 아니다. 그러나 둘 다 하늘을 날 수 없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면 양쪽 모두 밀실 살인이 되고 만다. 즉, 어느 쪽이 됐든 이 두 사건은 ‘있을 수 없는 범죄’인 것이다.
--- p.244~245
내게 죄가 있다면 ‘꿈을 꾼 죄’밖에 없는데. 이건 분명,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스무 살 안팎의 학생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주제에 놀이 삼아 꿈을 꾼 죄에 대한 벌인 거다.
꿈을 꾸는 것은 죄다.
꿈을 꾼 자에게는 벌이 내려진다.
꿈에서 나갈 수 없게 된다는 벌이… ….
그리고 죄란, 아무리 후회해도, 그 어떤 벌을 받는대도, 영원히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다.
--- p.380~381
히메노는 가만히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저, 이제 더 이상 누군가를 미워하는 건 싫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게 됐죠. 죄를 저지른 사람이 나쁜 게 아니다. 인간 속에는, 살아남기 위해 기르고 있는 악마가 있는 거다, 때때로 인간은 그 악마에게 자기 자신이 먹혀버리기도 한다, 그러니까, 인간이 그 악마와 결별하는 날이 올 때까지 우리들은 형사로서 살아가는 거라고.”
그렇지요? 가부라기 선배. 저, 틀리지 않은 거죠?
--- p.414
“뭐랄까, 이렇게 아름다운 모습의 시신은 생전 처음 본다.”
눈이 부신 듯 시신을 올려다보면서 마사키는 작은 소리로 중얼거렸다. 가부라기도 무심코 마사키의 시선을 좇고, 그리고 자신도 모르게 몇 번이고 고개를 끄덕였다.
산 사람이 차별받아서는 안 되는 것과 마찬가지로 죽은 자 또한 차별받아서는 안 된다. 시신이 제아무리 아름다운 모습이건, 눈을 돌리고 싶어질 만큼 비참한 상태건, 살해당한 사람의 원통함은 다를 바 없다. 그리고 사람을 죽인 범인의 죄의 무게 또한 한 톨만큼의 차이도 없다.
하지만 마사키 말마따나, 빛의 띠를 받으며 하늘을 날고 있는 것으로밖에 보이지 않는 그 시신은 아름답다고 형용하고 싶어질 만큼 환상적인 모습이었다.
--- p.68
범인이 사일로에 가둔 것은 하늘을 날 수 있는 여성이었다.
그래서 천창으로 날아서 도망치지 못하도록, 범인은 출입문과 천창을 바깥에서 봉쇄했다.
범인이 여성을 죽이러 왔을 때 여성은 문 안쪽에서 빗장을 질렀다.
여성은 문이 부서질 경우에 대비해 사일로 내부의 허공으로 날아올라 도망치려 했다.
그러자 범인은 허공에 떠 있는 여성을, 바깥에서 작은 창구멍으로 쇠파이프를 넣어 찔러 죽였다.
--- p.78
노부세 다다시가 머리를 긁적였다.
“민들레는 말이지, 자연의 상징이야. 민들레꽃을 어디서든 쉽게 볼 수 있는, 아름다운 자연이 언제까지고 남아 있는 사회이기를 바란다. 이 이름에는 그런 뜻이 담겨 있어.”
내게 얼굴을 가까이 대려는 것처럼 몸을 내밀고 노부세 다다시는 열정적으로 설명했다.
“게다가 민들레 솜털은 바람에 실려서 아주 멀리, 그것도 이곳저곳으로 날아가잖아? 그런 식으로 우리의 활동도 멀리 전파되어서 여러 곳에 뿌리를 내리고 꽃을 피웠으면 해. 그런 바람에서 이 동아리를 ‘민들레 모임’이라고 이름 붙였어.”
--- p.83~84
“다른 꽃들도 그렇지만, 민들레도 꽃말이 여러 가지가 있어요. 이별, 변죽을 울림, 신의 계시, 진실한 사랑, 사랑의 신탁. 어쩐지 전부 연애와 관련된 말들뿐이네요. 그런데 하나 더, 이상한 꽃말이 있습니다.”
“이상하다니, 무슨 말인데?”
가부라기가 묻자 히메노는 느릿한 어조로 대답했다.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 라고 하죠.”
민들레의 꽃말은 ‘풀기 어려운 수수께끼’…….
그 말은 가부라기의 마음속에 깊이, 그리고 무겁게 가라앉았다.
--- p.199
개방형 밀실.
가부라기는 심한 혼란 속에서도 필사적으로 생각했다. 완전히 모순된 표현이지만 히메노 말마따나 시신이 발견된 곳은 완전히 개방된 밀실 안이라고 할 수 있었다.
다만 옥상을 ‘밀실’이라고 부르려면 딱 한 가지 조건이 필요했다. ‘만약, 범인이 하늘을 날 수 없다면’이라는 조건이다.
그리고 그 폐목장의 사일로 또한 그렇다. 환기용 창구멍이 네 개 뚫려 있다고는 하나, 지상 3미터 높이의 작디작은 창구멍 바깥에서 사일로 안에 있는 사람을 찔러 죽이고 그 창구멍 너머로 매달아놓는 일은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사실상 그 사일로도 밀실인 셈이다. 다만 이쪽도, ‘만약 피해자 히나타 에미가 하늘을 날 수 없다면’이란 조건이 필요하다.
피살된 히나타 에미와 이번 살인범 둘 다 하늘을 날 수 있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면, 두 살인 사건 모두 밀실 살인은 아니다. 그러나 둘 다 하늘을 날 수 없다는 전제 조건이 있다면 양쪽 모두 밀실 살인이 되고 만다. 즉, 어느 쪽이 됐든 이 두 사건은 ‘있을 수 없는 범죄’인 것이다.
--- p.244~245
내게 죄가 있다면 ‘꿈을 꾼 죄’밖에 없는데. 이건 분명,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스무 살 안팎의 학생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주제에 놀이 삼아 꿈을 꾼 죄에 대한 벌인 거다.
꿈을 꾸는 것은 죄다.
꿈을 꾼 자에게는 벌이 내려진다.
꿈에서 나갈 수 없게 된다는 벌이… ….
그리고 죄란, 아무리 후회해도, 그 어떤 벌을 받는대도, 영원히 용서받을 수 없는 것이다.
--- p.380~381
히메노는 가만히 그리고 천천히 고개를 저었다.
“저, 이제 더 이상 누군가를 미워하는 건 싫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생각하게 됐죠. 죄를 저지른 사람이 나쁜 게 아니다. 인간 속에는, 살아남기 위해 기르고 있는 악마가 있는 거다, 때때로 인간은 그 악마에게 자기 자신이 먹혀버리기도 한다, 그러니까, 인간이 그 악마와 결별하는 날이 올 때까지 우리들은 형사로서 살아가는 거라고.”
그렇지요? 가부라기 선배. 저, 틀리지 않은 거죠?
--- p.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