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로 사는 것이 최선일까?’
나는 필사적으로 이 질문에 매달렸고, 끈질기게 답을 찾아다녔다. 책상에 앉아 가만히 ‘좋아하는 것을 찾고 싶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며 살고 싶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는 현실이 바뀌지 않음을 알았다.
회사를 미워하기도 하고, 이용하기도 하며 5년 동안 퇴사와 창직을 준비했다. 평생 하고 싶은 일을 찾기 위해 회사 안과 밖에서 서른여섯 개의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열두 개의 직업을 가져보았다. 그중에는 좋아하는 일이라 생각해 시작했지만 금세 시들해진 것도 있었고, 처음엔 ‘과연 내가 할 수 있을까?’ 의문을 품으며 자신 없어했지만 서서히 재미를 찾아가면서 결국 잘하는 일이 된 것도 있었다. (…)
끊임없이 실험하고 철저하게 준비한 덕분에 지금은 ‘하고 싶은 일을 하며, 돈 걱정 없이’, 무엇보다도 ‘자유롭고, 행복하게’ 살고 있다. 나의 이야기가 당신의 마음을 두드리기를 바란다. 오늘도 가슴속 사직서를 만지작거리며 자유를 꿈꾸고 있는 벗들이 하고 싶은 일을 찾고, ‘나’다운 삶을 살기를 진심으로 응원한다. ---「시작하며」중에서
“공부 열심히 해. 대학만 가면 하고 싶은 대로 다 할 수 있어.”
“취업 준비 열심히 해. 입사만 하면 원하는 대로 다 할 수 있어.” (…)
초, 중, 고 12년, 재수생활 1년, 대학생활 5년. 나는 줄곧 그 말을 믿고 따랐다. 온갖 스펙으로 무장을 해도 취업이 힘든 시대를 만난 탓에 자격증으로 탑을 쌓고, 공모전 때문에 밤을 새고, 돋보이는 자(뻑)소설을 만들기 위해 공사장에서 노가다근육을 기르고, 샌들을 신고 히말라야를 올랐다. 그렇게 스펙 올림픽에서 눈물 나고 피터지게 경쟁했다.
드디어 회사의 빌딩 속 한 귀퉁이에 내 자리가 하나 생겼다. 가로 120센티미터 책상 하나, 15인치 노트북 하나, 의자 하나, 전화기 하나가 내 것이다. 회사가 곧 나이고, 내가 곧 회사이다. 어깨가 으쓱인다. 첫 출근길 시원한 새벽 공기가 코를 간질인다. 가슴에서 빛나는 회사 배지와 목을 휘감은 사원증이 자존감을 드높인다. 드디어 부모님의 아픈 손가락이 장한 자식이 되었다. 이제 세상은 내 것이다.
하지만 얼마 가지 않아 죽을 만큼 이곳에서 벗어나고 싶어 하는 나를 발견했다. 그토록 힘들게 취업에 성공했는데, 이곳에서 또다시 살아남기 위해 발버둥치는 나. 지금까지 나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달려왔을까? ---「1장 불시착 ‘스펙 올림픽’」중에서
사원증을 목에 매다는 순간 ‘내가 회사를 사랑하고 싶은 이유’가 급격히 줄어들었고, 급기야 이제 딱 하나밖에 남지 않았다. 바로… “월급.” 월급을 포기하면, 자유를 얻을 수 있을까? 자유를 얻으면 월급을 잃겠지. 그렇게 살다가 거리의 부랑자가 되면 어떡하지? 겨울은 너무 추운데…. 하필이면 그때, 지난겨울 원룸을 구하러 다닐 때 걸린 발가락 동상이 생각났다. (…)
‘자유, 자유, 자유, 자유, 자유.’
비싼 값을 치러야만 얻을 수 있는 단어. 언제쯤 나는 아무런 고민 없이 월급과 자유 중에 자유를 선택할 수 있을까? ---「1장 불시착 ‘월급과 자유’」중에서
회사에서 벗어나기를 간절히 바라면서 왜 취업을 준비하던 그때처럼 간절하게 준비하지는 않는가?
간절히 원하던 것으로부터 받은 상처 때문에,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잊고 있었다. 이 사실을 되새긴 뒤에, 퇴사하고 나서도 나의 생활을 보장해줄 수 있는 안전장치를 만들어두자고 다짐했다. 무엇을 해야 할까? 모든 경우의 수를 떠올리기 위해 머리를 쥐어뜯었다.
그렇게 해서 겨우 찾아낸 답은 ‘공무원’ 혹은 ‘사’가 붙은 전문직이었다. 세상에는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다양한 직업이 있을 텐데, 주변의 누구도 그것을 보여주지도 이야기해주지도 않았다. 결국
몇 개 없는 선택지에서 익숙하고 안전하다고 생각되는 답을 고를 수밖에 없었다. 이 쳇바퀴 같은 선택은 언제 끝날까? ---「2장 방황 ‘답정공부’」중에서
가야 할 길을 모른 채로 서둘러 출발하는 것보다 늦게 출발하더라도 길을 제대로 알고 가는 것이 낫다. 지금의 회사를 실험실로 삼아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잘하는 것과 못하는 것을 확실히 짚고 넘어가야 했다. 다음 선택이 최선은 아닐지라도 싫어하는 일, 못하는 일이 산재되어 있는 최악의 선택만은 피하기 위해서. (…)
사실 내 마음속에는 액션광장을 시작한 나만의 이유가 따로 있었다. 그토록 원하던 회사에 입사한 지 5일 만에 그만두고 싶어 했던 나 자신을 시험해보고 싶었다. 앞으로 어떤 일이든 힘들거나 마음에 들지 않으면 쉽게 포기하게 될까 봐 걱정이 되었고, 이 문제를 평생 안고 가게 될까 봐 무서웠다.
실험을 하고 싶었다. 좋아서 시작하는 일도 중간에 그만두게 되면 앞으로 갈 곳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거리 달리기가 약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지만 나누어 뛰어서라도 끝까지 해내는 모습을 나에게 증명해야만 했다. ---「3장 선택 ‘마음이 편해지다’」중에서
회사에는 어떤 일이 있어도 자신감 넘치는 사람들이 있다. 회사를 취미로 다니는 부자들, 그리고 이곳이 아니어도 갈 곳이 많은 인재들. 그들은 회사와 자신의 관계를 동등한 입장에서 바라보기 때문에 언제나 생기가 넘친다. 자신의 커리어에 도움이 되는 일을 찾거나 만드는 그들에게 회사는 현재 필요한 파트너일 뿐이다.
언제나 그런 사람들을 부러워만 하던 내게 기적이 일어났다. 어느 순간 나도 회사에서 그들처럼 행동하고 있었던 것이다. 나는 이 모든 것이 액션광장 효과임을 금세 알아차렸다. 액션광장에서의 습관 때문인지, 잘하고 싶고 새로운 것을 만들고 싶어질수록 회사에서 채워야 할 나의 빈칸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빈칸을 채우기 위해 노력했다.
이것은 절대로 책에서 배울 수 없는 실전이었고, 사실은 회사에서 매일 일어나는 일들이었다. 이 사실을 깨달은 순간, 내 삶이 회사에 제물로 바쳐지고 있다는 생각은 더는 들지 않았다. 이제 회사는 가기 싫은 곳이 아니라 돈을 받고 일을 배울 수 있는 곳이 되었다.
---「5장 이용 ‘반짝반짝 빛나는 회사원’」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