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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자요, 엄마

잘 자요, 엄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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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0년 11월 26일
쪽수, 무게, 크기 360쪽 | 485g | 148*210*30mm
ISBN13 9788901115139
ISBN10 890111513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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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머릿속의 첫 기억은 어둠으로 시작해.
가슴이 찢어질 것처럼 아프고 숨이 막혀 발버둥을 치고 있어. 갑자기 어둠이 걷히고 눈앞에서 엄마의 무표정한 얼굴이 나를 내려다보고 있어. 겨우 다시 숨을 쉬게 된 나는 헐떡거리며 눈물로 흐릿해진 세상을 쳐다보고 있지. 간신히 가슴의 통증이 사라지고 제대로 숨을 쉴 때쯤, 물끄러미 나를 쳐다보던 엄마가 비명을 질러대는 거야. 들고 있던 베개를 물어뜯으며 고통스럽게 울음을 토해내. 그 소리가 너무나 무서워서 간신히 울음을 참고 있던 나도 덩달아 목청이 터져라 울기 시작하지. 엄마는 그런 나를 흔들며 더 큰 소리로 비명을 질러대고 몸부림을 쳐. --- p.34

“궁금했죠?”
“……?”
“이 사람이 날 어떻게 알지, 왜 하필이면 나지? 그렇게 생각했죠?”
선경을 쳐다보는 그의 눈이 웃고 있었다. 선경은 속마음을 들킨 것 같아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그렇다고 아닌 척 태연하고 있고 싶은 맘은 없었다. 적어도 솔직하게 자신을 보여야 면담이 부드럽게 풀려 나갈 거란 생각이 들었다. 가만히 들여다보니 선해 보이는 눈매에 묘한 서늘함이 담겨 있다. 그의 미소도 눈 안의 냉기는 감추지 못했다. --- p.94

도려내고 싶었다. 조금씩 썩어 들어오는 자신의 머릿속을 도려내고 아줌마에게 대답한 대로 아무 일도 아닌 것처럼 살고 싶었다. 하지만 그럴 수 없었다. 이미 온몸으로 퍼져 버린 엄마에 대한 기억은 그의 피와 살, 뼈를 오염시켰다. 그는 빠른 속도로 썩어 가는 자신을 느끼며 강물에 몸을 던졌다.
그날 뼛속을 시리게 하는 강물 속에서 병도는 깨달았다. 떠나야 한다. 그도 강물에 버려진 썩은 사과와 다를 바 없다. 남아 있어 봐야 아줌마와 누이들에게 썩은 내를 풍기며 피해를 줄 뿐이다. 시간이 지나 아줌마도, 누이도 썩게 만들지 모른다. 그럴 수는 없었다. --- p.176

아이의 잘못은 아니다. 어쩌다 보니 애정에 굶주려 자신이 무슨 짓을 하는지도 모르는 엄마에게 학대를 당했다. 그 일이 아이의 영혼에 금이 가게 만들었다면 오늘 밤 이 사건은 또 어떤 흔적을 남겼을까? 자신이 저지른 일은 아니지만 선경은 하영의 친엄마가 했던 것보다 더 끔찍한 일을 저질렀다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과 함께 살지 않았다면 아이가 이런 경험을 했을까? 선경은 두려워졌다. 왜 하영에게 자꾸 이런 일이 일어나는 것인지 누구라도 붙잡고 물어보고 싶었다. 하영의 운명은 마치 준비된 수순을 밟아 가고 있는 것 같았다. 그 길의 끝에 무엇이 있을지 확인하는 것이 두려웠다.
--- p.3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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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한 전개에 정신없이 몰입하게 된다. 그 끝에는 슬픔과 크나큰 울림이 남는다. 우리는 유영철, 정남규, 강호순으로 이어지는 한국 연쇄살인범의 등장이 몸서리치며 그들이 왜 그랬는지, 그리고 무엇이 그들을 만들어냈는지 궁금해했다. 작가는 우리를 연쇄살인범의 심연 끝까지 데리고 가 그 대답을 들려준다.”
최진호(영화감독, 대표작 〈집행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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