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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석헌 수필선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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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8월 10일
쪽수, 무게, 크기 330쪽 | 128*188*30mm
ISBN13 9791128838606
ISBN10 11288386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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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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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자 : 남승원
문학 평론가다. 경희대학교에서 「한국 근대시의 물신화 연구」로 박사 학위를 받았으며, 대학에서 문학과 글쓰기를 가르치고 있다. 2010년 ≪서울신문≫으로 등단, 문학 계간지 ≪시인동네≫의 편집위원을 지냈다. 현재 ≪포지션≫의 편집위원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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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늦어 가는 가을날 궁금한 생각에 채마밭에 들어가니 다 늙어 가는 넝쿨 밑에 오이가 하나 달렸는데 아직 어려서 먹을 나위가 없었습니다. 그래 며칠 기다렸다 따 먹으리라 하고 보아 두었습니다. 그런데 그럴 만한 날이 되어서 가보니 없습니다. 우리 집에 불문율로 당연히 내 차지인 것을 감히 누가 먹었을까? 알아보니 내 바로 밑의 여동생이 따 먹었다는 것입니다. 그 여동생은 우리 5남매 중에서도 좀 못난 편이어서 모든 것에 남한테 뒤지기를 싫어하시는 어머니가 그 때문에 속도 적잖이 썩혔습니다.
물론 내가 언제 내 것이다 선언한 일도 없었습니다. 그것은 순전히 나의 특권 의식에서 나온 횡포였습니다. 그래서 그 불쌍한 것을 나는 구박을 했습니다. 나는 어머니도 당연 내 편을 들 줄 알았는데, 뜻밖에도 어머니는 부드럽고 미는 듯하면서도 단연한 목소리로 “얘 그건 사람이 아니냐?” 했습니다. 나는 부끄러웠습니다. 지금도 그때 그 어머니의 모습을 나는 못 잊습니다.
“그건 사람이 아니냐?” 그 음성은 늘 살아 있어 내 속에 몇 번을 부르짖어졌는지 모릅니다. 나는 이제 자유와 평등사상을 내놓고는 살 수가 없습니다. 나는 씨알 사상을 부르짖고, 스스로 타고난 민주주의자라 하기도 합니다마는 나는 그 밑바닥의 반석은 어머니가 놓아 주셨다고 합니다.
---「나의 어머니(그건 사람이 아니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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