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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이 되면 그녀는

4월이 되면 그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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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08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276쪽 | 370g | 140*210*20mm
ISBN13 9788925562124
ISBN10 892556212X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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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가 안 맞는 옆얼굴. 은색 빛이 쏟아져 들어오는 전철안에서 문 옆에 서서 온 얼굴을 구기며 웃고 있었다. 노래하는 아이처럼 보이기도 했다. 어느 틈에 찍혔을까. 마음이 술렁이며, 심장 고동소리가 귓전에 울렸다. 그것은 한 번도 본 적 없는 자신의 웃는 얼굴이었다. --- p.26

“편지, 또 올까?”라는 목소리가 들렸다. 그러나 표정은 보이지 않았다. 아니, 보이지 않는 건 아니다. 알 수 없는 거라고 후지시로는 깨달았다. 이 기억도 이제 곧 사라져. 파란 머리칼 여자가 말했다. 그래도 계속 사랑해! 파란 눈의 남자가 외쳤다. 그 후 두 사람은 어떻게 됐을까. 라스트신의 기억을 더듬어 보지만, 도무지 떠오르질 않았다. 후지시로와 야요이는 각자의 방으로 들어가서 각자의 침대에서 잠들었다. 그럭저럭 이 년, 섹스는 없다. --- p.43

머리로는 채 이해하지 못한 채, 다리만 움직여서 하루를 쫓아갔다. 드문드문 서 있는 가로등이 이따금 자그마한 등을 비춰서 하루가 나타났다 금세 다시 사라졌다. 어두운 해변에서 숲을 빠져나가자, 형광등 불빛을 과하게 들쓴 모노레일 역이 모습을 드러냈다. 가차 없이 쏟아지는 눈부신 불빛에 무심코 실눈을 떴다. 역으로 뛰어들어 계단을 성큼성큼 올라갔다. 숨이 찼다. 발바닥이 뜨거워졌다. 자동개찰구를 빠져나가 플랫폼에 막 들어선 모노레일에 올라탔다. 늦지 않았다. 하루가 콜록 거리며 옅은 파란색 자리에 앉았다. 후지시로도 흔들리는 모노레일 안에서 비틀비틀 걸으며 하루 옆자리에 앉았다. 고속으로뛰는 심장 고동소리가 귓전에 울렸다. 하루는 대체 어디에 가려는 것일까. 혼란과 함께 우습기도 해서 웃음이 터질 것 같았다. 전속력으로 달려본 게 과연 몇 년 만일까. --- p.53

“지금 언니 모습에서는 상상도 안 되겠지만, 남자친구가 생기면 늘 지나치게 진지해서 힘들었어요. 그래서 매번 차였죠. 언제부터인가 자신의 그런 진지한 성격을 전부 떨쳐버리고, 마치 전혀 안 그랬던 사람처럼 살지만.”
“형부, 흥미 있어요?”
“뭐가?”
“언니에 관해서. 아무것도 모르고, 알고 싶어 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그렇진 않아, 라고 말하려다 후지시로는 그만두었다. 이럴때마다 늘 생각한다. 그녀의 마음 이전에 자기 마음을 모른다. --- p.127

후지시로는 혼자 지하로 내려가서 암실 문을 열었다. 아세트산 냄새가 그 시절의 기억을 단숨에 되살려냈다. 이곳에 나도 있었고, 하루도 있었고, 오시마도 있었다. 빨간 램프 속에서 떠오르는 사진의 형상을 가슴을 두근거리며 기다렸다. 필름을 릴에 감고, 확대기를 들여다보고, 인화지를 현상액에 담가 흔든다. 그리고 정지액, 정착액으로 흘려 넣는다. 사진 현상 공정을 하나씩 떠올리며 하루의 사진을 인화해갔다.
--- p.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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