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런데 그녀의 천부적인 첼로 실력은 왜, 어디로, 어떻게 사라져버린 걸까요? 그녀의 병명은 다발성경화증이었습니다. 뇌신경의 연결을 감싸고 있는 ‘미엘린’이라는 세포구조가 손상되는 병입니다. ‘미엘린’은 뇌 속의 신경섬유를 감싸고 있습니다. 마치 전선의 피복과 비슷한 기능을 합니다. 미엘린은 뇌신경의 신경 신호 누수를 방지하고 신호 전달 속도를 수십 배 증폭하는 역할을 합니다. 다발성경화증은 외부 병균에 대한 방어시스템인 면역세포가 미엘린을 착각하여 일으키는 병입니다. 면역세포가 ‘미엘린’을 외부의 병균으로 착각해서 공격하고 ‘미엘린’이 결국 조금씩 파괴되어 갑니다. 그녀가 수십 년간 애써 만들어놓은 첼로 재능은 ‘미엘린’이 파괴되며 함께 사라져갔습니다.
이처럼 뇌신경연결이 파괴되면 우리의 소중한 재능도 파괴됩니다. 내 머릿속 뇌신경연결은 ‘나’를 ‘나’이도록 만드는 핵심입니다. 뇌신경이 서로 연결되며 작용한 결과가 지금의 나인 것입니다. 따라서 뇌신경연결이 손상되면 그만큼 나의 자아도 손상됩니다.
-PART 1 ‘뇌신경, 연결, 조합’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뇌신경은 서로 연결되면서 일합니다. 그리고 그 연결은 몹시 다양하게 조합되어 다양한 기억, 다양한 재능을 만들어냅니다. 앞에서 소개한 말소리를 이해하지 못했던 소녀는 언어 해독 부분의 뇌신경연결조합에 문제가 있었던 것입니다. 제가 지금 글을 쓰고 있는 것도 다양한 뇌신경연결조합이 만들어낸 재능입니다. 머릿속 아이디어가 발화(發火)되고, 이야기로 풀어내는 언어 영역이 발화되고, 이를 손가락을 움직이는 영역이 발화되어 글쓰기라는 재능이 만들어진 것입니다.
-PART 1 ‘뇌신경, 연결, 조합’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우리의 생각, 실력, 재능, 느낌, 감각들은 모두 뇌에서 일어납니다. 뇌신경연결은 ‘나’라는 존재, 그 자체라고 할 수 있습니다. 뇌신경연결이 발화되어 감정을 만들고, 골프 스윙을 만들고, 집중력을 발휘하고, 글을 쓰고, 책을 읽습니다. 즉 감정을 순화하고, 골프 스윙을 만들고, 집중력을 키우고, 글을 잘 쓰고, 책을 효과적으로 읽으려면 뇌신경연결 상태를 바꾸면 됩니다. 나의 모든 것은 뇌신경연결 상태이기 때문입니다. ‘내가 변한다’는 것은 ‘뇌신경연결 상태가 변한다’는 의미입니다. 감정을, 골프를, 집중을, 글을, 독서를 제대로 하도록 변화할 수 있습니다. 모든 변화의 중심에 뇌가 있습니다. 뇌신경연결의 변화는 그 변화의 핵심입니다.
-PART 1 ‘뇌신경, 연결, 조합’이란 무엇인가 중에서
뇌신경연결을 반복해서 쓰면 뇌신경연결은 강해지고 때로는 변하기도 합니다. 역으로 오랫동안 자극되지 않는 뇌신경연결망은 약해지고 수축합니다. 뇌신경연결망은 정보의 흐름과 서로 역동적 관계입니다. 기존 연결망을 타고 정보가 흐르고, 정보가 흐르면 기존 연결망은 촘촘해집니다. 정보와 연결망은 얽히고설키며 주거니 받거니 합니다.
-PART 2 왜 결국 반복이 답인가 중에서
장기기억은 여러 번의 정보가 흘러갈 때 생깁니다. 정보가 뇌신경을 타고 여러 번 흘러가면 뇌신경은 모양을 바꿉니다. 뇌신경이 가지를 뻗는 것이죠. 이렇게 가지를 뻗는 것은 해부학적인 모양의 변화입니다. 가지를 뻗기 위해서는 뇌신경의 DNA가 작동해야 합니다. 즉, 유전자가 작동되어 필요한 가지를 뻗게 하는 것이죠.
-PART 2 왜 결국 반복이 답인가 중에서
단기기억이 장기기억이 되기 위해서는 뇌신경이 가지를 뻗어야 합니다. 장기기억이 자동기억이 되기 위해서도 기저핵에서 뇌신경이 가지를 뻗어야 합니다. ‘가지를 뻗는다.’를 의학적으로 표현하면 ‘뇌신경의 시냅스를 만든다.’입니다. 시냅스는 신경과 신경의 연결을 의미합니다. 즉 ‘연결을 만든다.’라는 뜻입니다.
뇌신경이 한 번 자극을 받으면 뇌신경 내에 특정 물질(단백질 키나아제A)이 생깁니다. 이 물질은 일정한 주기로 세포가 자극될 때마다 세포 안에 조금씩 쌓입니다. 그리고 세포 전체로 서서히 퍼져나갑니다. 세포 안에 쌓인 단백질 키나아제A는 세포 안 구석구석으로 확산됩니다. 물이 들어 있는 비커에 잉크 한 방울을 떨어뜨리면 잉크가 비커에 서서히 퍼져나가듯이 단백질 키나아제A라는 물질도 세포 구석구석으로 퍼지다가 결국 세포핵 속까지 퍼져갑니다. 그러고는 핵 속에서 크랩(CREB)이라는 물질을 만들어냅니다. 크랩은 DNA의 특정 유전자 부위에 달라붙어서 유전자가 일을 하도록 합니다. 즉, 유전자, DNA가 일을 해서 뇌신경이 가지를 뻗게 됩니다.
-PART 2 왜 결국 반복이 답인가 중에서
글씨를 쓰는 상상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먼저 눈을 감고 오른손을 이용해서 글씨를 쓰는 상상을 해보세요. 이어서 왼손으로 글씨를 쓰는 상상을 합니다. 어떤가요? 오른손으로 쓰는 상상이 왼손으로 쓰는 상상보다 더 자연스럽게 느껴지나요? 물론 오른손잡이라면 그렇다는 것입니다. 왼손잡이는 왼손이 더 자연스럽게 느껴질 것입니다.
파킨슨병 환자는 뇌간의 도파민 세포 부족으로 몸의 움직임이 느리고 부자연스럽게 됩니다. 그런데 몸을 움직이는 속도만 느려지는 것이 아닙니다. 이들의 상상 속 몸의 움직임 또한 느려집니다.
-PART 3 ‘어떻게’ 반복해야 하는가 중에서
연습은 아무런 생각 없이 반복해서는 안 됩니다. ‘신중하게 계획’해서 해야 합니다.
1)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연습
약점을 극복하기 위한 연습을 해야 합니다. 아무런 목적 없이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약점을 찾고, 들추어내어 이를 넘어서기 위한 연습을 고민해야 합니다.
2) 결과가 빠르게 나오는 연습
의도했던 결과가 나오는지 빠르게 알 수 있어야 합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목표를 작게 설정하는 것이 좋습니다. 만약 목표에 이르지 못했다면 다시 약점을 찾아 전략을 고민해야 합니다.
3) 과정의 반복
위의 1,2 과정을 계속 반복합니다. 즉, 약점을 극복하고, 피드백을 받는 과정을 끊임없이 반복하는 것입니다.
-PART 4 무엇을 반복해야 하는가
목표를 설정한다는 것은 지금의 상태와 목표 상태를 비교하여 목표 상태에 이르지 못하게 하는 부분, 즉 약점을 찾아낸다는 것입니다. 그 약점을 없앤 상태가 목표에 이른 상태겠죠.
피드백은 개선하고자 하는 약점이 잘 개선되고 있는지를 빠르고 정확하게 알 수 있어야 합니다. 뇌신경연결조합이 정확하게 자극돼야 반복이 의미를 갖기 때문입니다. 필요한 뇌신경연결조합이 정확하게 반복 자극되어야 단기→장기→자동연결을 이룰 수 있습니다.
이 지점에서 고민해야 할 것이 있습니다. 바로 반복의 환경입니다. 매일, 자주, 꾸준히, 즐겁게 반복 자극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를 고민해야 합니다. 그런 환경을 만드느냐 만들지 못하느냐는 결과에 큰 차이를 낳을 수밖에 없습니다.
-PART 4 무엇을 반복해야 하는가
약점은 큰 목표를 향해 있어야 하며, 너무 크지도 너무 작지도 않은 깰 듯 말 듯한 도전적인 수준이어야 합니다. 또 여러 약점 모듈 중에서 시급하고 중요한 모듈을 먼저 약점으로 잡아 연결합니다.
피드백이 빠르고 정확할수록 뇌신경은 빠르게 연결되고 정교해집니다. 피드백은 성공과 실패가 명확해야 합니다. 특히 오감을 이용해서 알 수 있도록 구체적인 피드백이어야 합니다.
반복은 매일, 자주, 꾸준히, 즐겁게 할 수 있는 구조여야 합니다. 또한 같은 시간, 같은 반복이라도 밀도가 있어야 합니다.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