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속도와 더불어 디지털혁명은 우리 삶 대부분 영역에 상상을 뛰어넘는 방식으로 변화를 가져왔다. 비즈니스 세계에서는 산업이 분리되고 경제구조가 하루아침에 뒤바뀌기도 했다. 오늘날 은행들은 결제 서비스를 제공하는 전자통신회사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호텔·관광산업은 에어비앤비와 카우치서핑처럼 방이나 주택을 빌려주는 서비스의 위협으로부터 사업 영역을 지키기 위해 동분서주하고 있다. 전통적인 교통·운송회사들은 미국의 우버와 중국의 디디추싱, 말레이시아의 그랩, 인도네시아의 고젝 같은 온라인 교통 서비스 회사의 등장으로 시장점유율을 빼앗기면서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 경쟁의 본질이 극적으로 바뀌었다. 디지털 파괴는 물건을 구입하는 방식부터 시작해서 돈을 지불하고, 사용하고, 버리는 방식까지 소비자 행동에 영향을 줬다. 소비자들이 미디어를 활용하는 전통적인 방식도 극적인 변화를 겪었기에 이제 마케터는 소비자와 보다 효율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대안을 마련해야 한다. 온라인과 오프라인에서 나오는 다양한 정보가 소비자에게 영향을 주면서 그들의 의사결정 과정 역시 보다 복잡해졌다. _17쪽
점차 기업은 고객으로부터 피드백과 비판을 받기 시작했다. 생산프로세스와 제품혁신은 여전히 경쟁우위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소비자가 알고 싶어 하는 것에서부터 그들을 끌어들이는 것까지, 이제 기업은 소비자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이제 기업은 효율성과 생산성만 추구하지 않는다. 제품 중심의 기업은 여전히 제품의 연구·개발에 막대한 돈을 투자하고 있지만, 마케팅과 소비자 행동도 연구하기 시작했다. (…) 아직까지 혁신적인 제품이라면 시장에서 자신의 자리를 성공적으로 찾아갈 것이라는 기본 원칙을 철저히 지키는 기업들도
물론 있다. 일례로 애플의 공동 창립자인 스티브 잡스는 이렇게 말했다. “소비자는 자신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모른다.” 잡스의 관점에서 애플이 할 일은 소비자가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것이었다. _93쪽
오늘날의 소비자는 어느 때보다 똑똑하고 요구가 많다. 정보통신기술은 소비자에게 제품 정보를 충분하게 제공해 때로는 소비자가 기업의 세일즈맨보다 제품에 대해 더 많이 아는 경우도 있다. (…) 이제 소비자들은 ‘이봐, 이제부터 내가 제품을 스스로 공부하고 스스로 책임질 거야’라고 말한다.” 소비자의 의사결정 과정은 그들이 시장에 가거나 영업사원을 만나기 훨씬 전부터 시작된다. 새로운 시대의 소비자는 휴대전화를 집어 들거나 노트북을 켤 때, 또는 그 밖의 디지털기기를 사용할 때 소비와 관련한 수많은 의사결정을 한다. 바로 이 순간이 마케팅이 시작되는 순간이며, 정보가 생겨나고 소비자가 선택을 하는 순간이다. 그리고 그 선택은 세계 대부분 브랜드의 성공과 실패에 영향을 준다. 구글은 바로 이 순간을 ‘Zero Moment of Truth’ 또는 줄여서 ‘ZMOT’라고 부른다. 즉 ZMOT는 소비자가 노트북이나 스마트폰 또는 그 외 디지털기기를 활용해 살지 말지를 고민하는, ‘특정 제품이나 서비스를 검색하는 순간’을 가리킨다._ 125쪽
질문과 옹호 단계는 소비자들이 더는 혼자서 구입 결정을 하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이제 소비자들은 다른 소비자들에게 의견을 적극적으로 물어보는 것만이 아니라 좋아하는 제품과 서비스를 가까운 지인들과 많은 소비자를 대상으로 옹호하기도 한다. 이를 가능케 한 것이 바로 인터넷과 소셜 미디어의 확산이다. 옹호는 분
명 소비자의 구입 결정에 영향을 끼치며 정보기술의 발전은 정보공유를 더 쉽게 했다. 즉 한 푼도 쓰지 않고 큰 노력을 들이지 않고도 오늘날의 소비자는 세계의 여러 소비자와 소통할 수 있다. 따라서 소비자들이 충분히 인식할 수 있도록 방대한 광고 캠페인을 펼치는 것은 과거처럼 효과적이지 않다. 단순한 부정적 의견이 인터넷에서 확산되면 기업의 방대한 광고 캠페인이 무색해질 만큼 소비자의 노골적인 거부로까지 이어질 수 있기 때문이다. _219쪽
세스 고딘은 한 사람의 소비자가 하루 평균 3,000개의 마케팅 메시지를 받는다고 말했다. 그리고 누구도 그렇게나 많은 메시지에 일일이 관심을 쏟지 못한다. 이러한 수치를 고려할 때 점점 더 많은 사람이 다양한 형태의 광고를 무시하는 것에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은 놀랄 일이 아니다. 소비자들은 더는 이런 대량 판매 시장을 대상으로 한 무차별적 광고에 관심을 보이지 않는다. (…) 고딘은 새로운 시대에 맞는 대안적 광고 유형을 제안했다. ‘퍼미션 마케팅’이라고 불리는 그의 대안적 광고는 강력하며 친근하기까지 하다. 고딘은 마케터들을 향해 소비자의 시간에 ‘끼어들기’전에 먼저 허락(퍼미션)을 받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퍼미션 마케팅은 소비자가 실제로 얻고 싶어 하는, 개인적이고 관련성 있는 메시지를 전달할 수 있는 특전(권리가 아니다)이다. 예컨대 특정 서비스에 가입하고 구독하는 것을 허락의 한 종류로 볼 수 있다. 만약 어떤 기업이 특정 소비자들에게 광고성 메시지를 보내고자 한다면 반드시 사전에 허락을 받아야 한다. 하지만 허락했다 해서 소비자가 기업의 마케팅을 자동으로 받아들인다는 말은 아니다. 허락을 받았다는 것은 소비자의 주의를 얻은 것에 불과하며, 곧 무시될 수도 있다. _259~260쪽
로컬 챔피언의 놀라운 전략은 도대체 어떤 것일까? 상품과 서비스에 대한 소비자 선택권이 대폭 확대된 오늘날의 시장에서 소비자의 존경과 충성심을 얻어낸다는 점에서 말이다. 매우 치열한 글로벌 경쟁에도 불구하고, 현지 브랜드는 어떻게 해서 승승장구할 수 있는 것일까? 로컬 챔피언이 되기 위해서 애국심에 호소하는 방식은 단연코 지속 가능한 전략이 아니다. 다만, 현지 시장에 대한 높은 이해도가 현지 소비자의 욕구와 불안감을 더 잘 해결해주는 제품과 서비스의 생산으로 이어질 수 있다. (…) 대부분의 아시아 로컬 챔피언, 특히 개발도상국의 로컬 챔피언들이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정부규제로 인한 독점적 지위가 있었다. 하지만 이제 시장은 개방됐고 아시아의 로컬 챔피언들은 한층 치열한 경쟁에 맞닥뜨리게 됐다. 이런 상황에서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탁월한 전략, 전술, 가치는 로컬 챔피언들의 우월성을 유지하는 중요한 열쇠가 된다. _330~331쪽
진정으로 글로벌한 기업은 많지 않다. 대부분의 기업은 특정 지역에서만 강세를 보일 뿐이다. 만약 어떤 지역에 수익을 올릴 기회가 많다면, 그 지역은 매력적인 지역으로 떠오를 것이다. 하지만 유명한 브랜드와 풍부한 자원, 수십 년의 경험, 그리고 세계적인 경영진으로 구성된 대기업들조차 본국에서 멀리 떨어진 해외 시장에서 성장하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런데 몇몇 아시아 기업이 안전지대에서 벗어나 해외 시장에서 힘찬 날갯짓을 시작했다. 그들은 자국 시장과 아시아 시장에서 성공을 거둔 후 아시아를 넘어 글로벌 시장에 제품과 서비스를 선보이는 모험을 시작했다. 하지만 말처럼 쉽지는 않았다. 글로벌 시장의 역동성과 경쟁을 견디지 못한 기업들은 글로벌 시장에서 철수하고 본국으로 돌아오기도 했다. 하지만 소수의 기업은 살아남았고, 전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글로벌 기업으로 거듭났다. (…) 글로벌 시장에서 존재감을 키워가는 아시아 기업들에 대해 논의하고자 한다. 필리핀의 졸리비, 일본의 혼다, 한국의 삼성을 사례로 들어 이 책에서 소개한 개념들이 실제로 어떻게 도입되고 활용됐는지를 살펴볼 것이다. 이런 기업들이 어떤 가치를 제공하고 어떤 전략과 전술을 활용하는지를 분석해보기 바란다. _ 378~379쪽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