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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0월 17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44g | 152*224*20mm
ISBN13 9791185393476
ISBN10 1185393471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고작 34층짜리 땅딸막한 잿빛 건물. 정문 입구 상단에 ‘런던 중앙 배양 조절 센터’란 글씨, 방패 모양에는 세계국 표어 ‘공공성, 동일성, 안정성’.
1층 거대한 공간이 북쪽을 바라본다. 창문 바깥은 무더운 여름이고 실내도 푹푹 찌는 건 마찬가진데 분위기는 하나같이 을씨년스럽고, 창문마다 가느다란 빛줄기가 매섭게 노려보며 차림새 헐렁한 허수아비를, 살빛이 파리한 전문가를 열심히 찾지만, 보이는 건 유리와 니켈, 번뜩이는 건 음산한 실험도구가 전부다. 음습한 느낌이 사방에 가득하다. 작업자가 걸친 작업복은 하얗고 두 손엔 시체처럼 창백한 고무장갑을 꼈다. 조명은 얼어붙다 죽어, 유령으로 변했다. 누런 현미경 원통이 그나마 조명을 받고, 생명이 깃든 물체는 반질반질한 시험관에 버터처럼 담겨서 황홀하게 쭉쭉 이어지며 작업대를 지난다.
“그리고 여기는 ‘수정실’이다.”
‘배양 조절 센터’ 소장이 설명하며 방문을 연다. 안에서는 수정 담당자 300명이 하나같이 상체를 숙이고 숨소리조차 안 날 정도로 작업에 몰두하다 자신도 모르게 중얼거리거나 감탄한다. 잇따라 들어온 수습생 무리는 머리에 피도 안 마른 풋내기로, 잔뜩 주눅 들다 못해 비굴한 표정까지 떠올리며 소장 뒤꿈치를 졸졸 따라다닌다. 손에는 하나같이 조그만 공책을 들어, 위대한 인물이 말할 때마다 열심히 받아적는다. 최고 권위자에게 직접 듣는 설명. 정말 대단한 특권이다. ‘런던 중앙 배양 조절 센터’ 소장은 수습생이 올 때마다 다양한 부서로 직접 데리고 다니며 설명하는 걸 원칙으로 한다.
소장은 그 이유를 “모든 과정을 전체적으로 보여주려는 거”라고 말한다. 모든 과정을 당연히 어느 정도는 알아야 하기 때문이다, 맡은 일을 지혜롭게 수행하려면. 하지만 최대한 조금만 아는 것 역시 중요하다, 착하고 행복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려면. 전문지식은 도덕을 지키며 행복하게 살아가는 데 바람직하지만, 전체를 아우르는 지식은 모를수록 좋다. 사회를 이루는 근간은 철학자가 아니라 정밀작업 일꾼이나 우표 수집가다.
그래서 소장은 자상하면서도 강압적인 분위기로 웃으며 덧붙인다.
“내일부터 여러분은 본격적인 작업에 들어간다. 그러면 전체를 둘러볼 여유가 없다. 그때까지……”
그때까지 특권이다. 최고 권위자 말을 공책에 그대로 받아적는 특권. 수습생 모두 정신없이 휘갈긴다.


시끄럽게 폭발하는 소리가 일어난다. 사이렌이 날카롭게 일어나며 점차 커진다. 종소리가 사방에서 미친 듯이 일어난다.
아이들이 깜짝 놀라서 비명을 지르고 얼굴은 공포로 일그러진다.
“이제부터 전기충격을 약하게 가해서 조건반사를 주입할 거야.”
소장이 소리친다. 주변 소음이 너무 강해서 안 들리기 때문이다.
소장이 손을 또 흔들자, 보모 우두머리가 두 번째 레버를 내린다. 아이들이 내지르던 비명이 갑자기 변한다. 발작하듯 뱉어내는 소리가 절박하다. 금방이라도 미칠 것 같다. 가녀린 몸뚱이는 뒤틀리다 딱딱하게 굳고, 팔다리는 안 보이는 철삿줄로 당긴 것처럼 움찔댄다.
“바닥 전체에 전기충격을 가할 수 있어. 하지만 이 정도면 충분해.”
소장이 소리쳐서 설명하더니, 보모 우두머리에게 신호한다.
폭발음이 멈추고 종소리가 가라앉고 날카로운 사이렌 소리가 줄어들면서 조용하게 변한다. 딱딱하게 뒤틀리던 몸뚱이는 느긋하게 풀리고, 아기들이 미친 듯이 흐느끼고 울부짖던 소리는 무서워서 우는 소리로 조금씩 평범하게 변한다.
“아이들한테 꽃과 책을 다시 보여주도록.”
보모들이 명령에 따른다. 하지만 장미가 다가오는 순간, 새끼 고양이와 꼬꼬댁 닭과 음매 음매 까만 양을 화려한 색채로 담은 그림이 보이는 순간, 아기들은 무서워서 하나같이 움츠러들고 울부짖는 소리는 갑자기 늘어난다.
“잘 보도록.”
소장이 의기양양하게 말한다.
책은 커다란 소음으로, 꽃은 전기충격으로 이어진다는 게 아기들 마음속에 단단히 틀어박혔다. 이런 식으로 200번만 반복하면 완전히 뿌리내린다. 인간이 주입한 조건반사를 자연은 결코 해소할 수 없다.
“저들은 어른이 되면 책과 꽃을 보는 순간에 심리학자가 말하는 ‘본능적인 증오심’을 느낀다. 조건반사를 확고하게 주입하기 때문이다. 저들은 책과 꽃을 평생에 걸쳐 회피할 수밖에 없다.”


근처 숲에서 보모가 나오며 조그만 손을 잡아끌고, 사내아이는 열심히 울어대며 끌려 나온다. 여자애 한 명도 바로 뒤에서 불안한 표정으로 쫓아온다.
“무슨 일인가?”
소장이 묻자, 보모가 어깨를 으쓱하며 대답한다.
“별거 아닙니다. 꼬맹이가 흔한 섹스 놀이에 끼지 않으려는 것 같아서요. 전에도 그러는 걸 한두 번 봤거든요. 그런데 이번에 또 그러네요. 조금 전에는 소리까지 지르면서……”
“정말이에요. 저는 저 애를 해치려 하지 않았어요. 정말이에요.”
여자애가 불안한 표정으로 재빨리 끼어들자, 보모가 달래는 어투로 “그럼, 그럼, 너는 잘못한 게 없어”라고 대답하더니, 소장을 다시 쳐다보며 말한다.
“그래서 저 애를 심리상담 선생님께 데려가려고요. 비정상은 아닌지 살펴야 하겠어요.”
“잘하는군. 어서 데려가게.”
소장이 말하더니, 보모가 울부짖는 아이를 데려가자, 이렇게 덧붙인다.
“너는 남고, 꼬마야. 이름이 뭐지?”
“폴리 트로츠키요.”
“이름이 예쁘구나. 어서 가서 다른 사내아이를 찾아보려무나.”
여자애가 수풀로 뛰어가며 순식간에 사라지자, 소장은 뒷모습을 바라보며 “정말 멋있는 꼬맹이야!” 하고 감탄하더니, 수습생들에게 고개를 돌리며 말한다.


“굴뚝마다 난간 같은 거로 동그랗게 에워싼 이유는 뭐지?”
레니나가 묻자, 포스터가 간결하게 설명한다.
“인 회수장치. 연기가 굴뚝을 타고 올라가는 동안 네 단계로 회수하는 거야. 예전에는 시신을 화장하면서 P2O5를 대기에 그대로 배출했어. 그런데 지금은 98%를 회수해. 성인 시신 한 구당 1.5kg이 넘어. 영국 한 곳에서만 연간 400톤이 넘는 인을 생산하는 거야.”
마치 자신이 올린 업적이라도 되는 듯 포스터가 자랑스럽게 얘기하다 덧붙인다.
“우리가 죽어서도 사회를 돕는다는 사실이 정말 기뻐. 식물을 자라게 해서.”
그러는 동안 레니나는 시선을 돌려서 모노레일 역전을 수직으로 내려다보며 공감한다.
“맞아. 하지만 알파나 베타가 저 밑에서 꿈지럭대는 감마나 델타나 엡실론처럼 역겹고 보잘것없는 존재보다 식물을 많이 자라게 하는 건 아니라는 사실이 이상해.”
“인간은 물리적 화학적으로 누구나 똑같으니까. 게다가 엡실론도 사회에 꼭 필요한 역할을 하고.”
“엡실론도……”
어려서 공부하던 시절, 레니나는 한밤중에 깨어나 자신이 잠자던 내내 속삭이던 소리를 처음으로 또렷하게 들은 기억이 갑자기 떠오른다. 환한 달빛에 조그만 침대는 하얗게 늘어서고, “모두는 모두를 위해 일한다. 우리는 모두가 필요하다. 엡실론도 필요하다. 엡실론도 꼭 있어야 한다. 모두는 모두를 위해 일한다. 우리는 모두가 필요하다……”고 다정하게 속삭이는 목소리가, 수많은 밤이 지나도록 결코 잊을 수 없고 잊히지도 않는 말이, 다시 들린다. 깜짝 놀라며 무서워하던 기억도, 삼십 분 동안 곰곰이 생각하던 기억도, 끝없이 되풀이하는 구절에 빠져들어 마음을 달래고 또 달래고 또 달래다 잠으로 스르륵 빠져들던 기억도 떠오른다. 그래서 커다랗게 말한다.
“엡실론은 엡실론으로 살아도 신경 안 쓰겠지.”
“당연하지. 어떻게 신경 쓰겠어? 다른 식으로 살아가는 게 어떤지도 모르는데. 물론 우리는 신경 쓰겠지. 하지만 그건 우리가 다른 조건을 부여받았기 때문이야. 애초에 유전자부터 다르다고.”
“나는 엡실론이 아니라서 다행이야.”
레니나가 말하는데, 확신이 가득하다.
“네가 엡실론이라면 자신이 베타나 알파가 아닌 걸 좋아하겠지. 그런 조건을 부여받았으니까.”


“위대한 존재께서 강림하시는 발소리. 위대한 존재께서 강림하시는 발소리.”
똑같은 말을 두 번 반복하더니, “위대한 존재께서 강림하시는 발소리가 계단에서 일어난다”는 말과 함께 속삭임이 사라진다. 침묵이 다시 감돈다. 잠시 풀리던 기대감이 다시 깃들며 팽팽하게 뭉치고 또 뭉쳐, 금방이라도 터질 것 같다. 위대한 존재께서 강림하시는 발소리가…… 아, 들린다, 계단을 내려오는 소리가, 눈에 안 보이는 계단을 내려오며 다가오고 또 다가오는 소리가 조금씩 들린다. 위대한 존재께서 강림하시는 발소리. 모르가나 로스차일드가 갑자기 임계점에 도달한다. 두 눈은 멍하니 쳐다보고 입술은 벌어진다. 그러다가 벌떡 일어서며 소리친다.
“소리가 들린다. 소리가 들린다.”
사로지니 엥겔스도 소리친다.
“그분이 강림하신다.”
피피 브래드래프와 톰 카와구치가 동시에 일어나며 소리친다.
“그래, 그분이 강림하신다. 소리가 들린다.”
조안나가 황홀경에 빠져든다.
“아, 아, 아!”
짐 보카노프스키가 소리친다.
“그분이 강림하신다!”
회장이 상체를 앞으로 숙이며 손가락을 움직이니, 심벌즈와 금관악기 선율이 열정적인 북소리와 함께 황홀하게 흘러나온다.
“아, 그분이 강림하신다! 아이에!”
클라라 디터링이 소리치는데, 목이 잘려나간 것 같다.
마르크스도 반응을 보여야 한다 생각하고 똑같이 벌떡 일어나며 소리친다.
“그분 소리가 들린다. 그분이 강림하신다.”
하지만 사실이 아니다. 아무 소리도 안 들리고 아무도 안 다가온다. 아무도…… 음악 소리, 그리고 모두 흥분해서 날뛰는 게 전부다. 하지만 마르크스 역시 두 팔을 마구 흔들며 최대한 커다랗게 소리친다. 다른 사람들이 몸을 흔들고 발을 구르며 춤추자, 똑같이 몸을 흔들고 발을 구르며 춤춘다.
이윽고 모두가 동그라미를 그리며 춤추다 두 손을 앞사람 엉덩이에 대고 동그라미를 돌면서 음악에 맞춰 발을 구르고 소리치고 앞사람 엉덩이를 때린다. 손 열두 쌍이 하나처럼 때리고, 엉덩이 열두 개는 맞는 소리가 착착 울린다. 열둘이 하나처럼, 열둘이 하나처럼.
“그분 소리가 들린다, 그분이 강림하시는 소리가 들린다.”
음악이 빨라진다. 발을 구르는 소리도 빨라지고 엉덩이 때리는 박자도 빨라진다. 갑자기 커다란 금관악기 합성음과 함께 ‘이제 회개하고 속죄할 때가, 열둘이 하나로 될 때가, 위대한 존재로 현신할 때가 왔노라’고 선언하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그러는 동안에도 북소리는 끊임없이 일며 열정을 북돋우고, 마침내 ‘흥청망청 난교’ 노래까지 흘러나온다.


노인이 손뼉 친다. 열여덟 살 정도로 보이는 소년이 벌거벗은 몸으로 허리에 하얀 천 하나만 두른 채 군중 사이에서 나와 두 손을 가슴에 겹치고 노인에게 머리를 숙인다. 노인은 소년에게 십자가 표식을 하고 물러난다.
소년은 뱀이 잔뜩 모여서 꿈틀거리는 주변을 천천히 돈다. 한 바퀴 반을 돌 즈음에, 춤꾼 사이에서 커다란 사내가 코요테 가면을 쓰고 가죽 채찍을 들고나와, 소년에게 다가간다. 소년은 아무것도 모르는 듯 계속 걷는다. 코요테 가면이 채찍을 들고, 기대감이 가득한 가운데, 팔을 재빨리 휘두르자, 채찍이 찰싹! 소리와 함께 맨살에 날카롭게 꽂힌다. 소년이 움찔한다. 하지만 아무런 소리도 안 낸 채 천천히 꾸준히 걷는다. 코요테가 다시 때리고 또 때리고, 군중 사이에서 헉! 하는 소리와 묵직하게 신음하는 소리가 잇따라 흘러나온다.
소년은 계속 걷는다. 두 바퀴, 세 바퀴, 네 바퀴. 피가 흐른다. 다섯 바퀴, 여섯 바퀴. 레니나가 갑자기 두 손으로 얼굴을 감싸며 흐느낀다. “아, 그만하라고 하세요, 그만하라고 하세요!” 하고 애원한다. 하지만 채찍은 무정하게 꽂히고 또 꽂힌다.
일곱 바퀴. 소년이 비틀거리더니, 여전히 아무 소리도 안 내고, 앞으로 꼬꾸라진다. 노인이 허리를 숙여서 하얗고 기다란 깃털로 소년 등을 훑더니, 핏빛이 가득한 깃털을 들어 올려, 꿈틀거리는 뱀 무더기에 대고 세 차례 흔든다. 핏방울은 서너 차례 떨어지고 북소리는 갑자기 급하게 일어나고 함성은 거대하게 치솟는다.
춤꾼들이 달려 나와 뱀을 집어 들고 광장을 빠져나간다.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든 사람이 그 뒤를 따라간다. 잠시 후에 광장은 텅 비고 소년만 쓰러진 자리에 그대로 엎드린 채 꼼짝을 않는다. 원주민 오두막 한 곳에서 늙은 여인 셋이 나와 소년을 어렵사리 일으켜서 안으로 데려간다. 십자가에 못 박힌 사내 그림과 독수리 그림이 텅 빈 촌락을 한동안 바라보다, 이제 충분하다는 듯, 구멍으로 천천히 내려가 지하세계로 빠져들며 사라진다.
레니나는 여전히 흐느낀다. “너무 끔찍하다”는 말만 반복할 뿐, 마르크스가 아무리 달래도 소용없다.
“너무 끔찍해요! 저 피 좀 보세요!”
레니나가 소리치더니, 부르르 떨며 덧붙인다.
“아, 소마가 있으면 좋겠어요.”
건물 안쪽에서 발소리가 일어난다. 레니나는 꼼짝을 않고 가만히 앉아서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릴 뿐, 쳐다보지도 않는다. 마르크스만 돌아본다.
이번에 나타나서 테라스로 올라선 젊은이는 원주민 옷차림인데 뒤로 땋아 내린 머리칼은 노란색이고 두 눈은 연한 파란색이며 살갗은 햇볕에 그을렸지만 하얀색이다.
“안녕하세요, 좋은 아침입니다. 문명인이군요, 그죠? ‘다른 세계’에서 왔나요, 보호구역 밖에서?”
이상한 젊은이가 말하는데 영어가 완벽하면서도 독특하다.
“도대체 어떻게……?”
마르크스가 깜짝 놀라자, 젊은이는 광장 한가운데 얼룩진 핏자국을 가리키고 “정말 불쌍한 친구예요”라며 한숨을 내쉬고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더니, 감정이 격해서 떨리는 목소리로 묻는다.


야만인은 천박한 쾌락만 가득한 꿈에서 끌어내려는 듯, 비열하고 가증스러운 기억에서 현재로, 현실로, 섬뜩한 현재로, 끔찍한 현실로 끌어내려는 듯, 두려울 정도로 절박한 만큼 숭고하고 고귀하고 중요한 현실로 끌어내려는 듯, 축 늘어진 엄마 손을 거칠게 움켜잡으며 묻는다.
“내가 누군지 모르겠어요?”
엄마 손이 약하게 누르며 대답하는 느낌이 든다. 야만인은 눈물이 솟구친다. 그리곤 허리를 숙여서 엄마에게 뽀뽀한다.
엄마 입술이 움직인다. “포페!” 하고 다시 속삭인다. 야만인은 얼굴에 오물을 한 통 얻어맞은 기분이다.
분노가 갑자기 끓어오른다. 두 번이나 좌절하니, 가슴에 가득한 슬픔이 다른 출구를 찾다가 고통스러운 분노로 변한다. 그래서 소리친다.
“나는 존이라고요! 당신 아들, 존!”
비참하고 씁쓸한 분노에 휩싸이며 엄마 어깨를 잡고 마구 흔든다.
엄마가 눈을 파르르 떨다가 뜨더니, 아들을 쳐다보고 알아본다.
“존!”
실제 얼굴을, 분노에 휘감긴 두 손을, 꿀풀 향기와 ‘슈퍼 음성 월리처 스피커’ 소리만큼이나 은밀한 내면세계로, 상상 세계로, 아름다운 추억과 이상하게 뒤틀린 감각 사이로 옮겨간다. 아들을, 자신이 낳은 아들을 알아보면서도 포페와 소마 휴일을 즐기던 말파이스 낙원에 침입한 방해꾼으로 여긴다.
야만인은 엄마가 포페 아저씨를 좋아해서 화나고, 지금 포페 아저씨가 침대에 있다고 착각해서 화난다. 그래서 엄마를 마구 흔든다, 무언가 크게 잘못됐다는 듯, 문명인은 누구도 안 그런다는 듯.
“인간은 누구나 모두에게……”
엄마 목소리가 갑자기 일어나더니, 숨이 막혀서 캑캑대는 소리로 줄어들다 사그라진다. 엄마가 입을 크게 벌려, 공기를 빨아들이려고 몸부림친다. 하지만 숨 쉬는 법은 완전히 잊어버린 것 같다. 엄마가 소리치려고 아무리 애써도 소리는 안 나온다. 엄마가 물끄러미 쳐다보는 눈에 깃든 공포 하나만 크나큰 고통을 고스란히 드러낸다. 엄마가 두 손을 목에 대더니, 공기를 할퀸다, 이제 더는 들이마실 수 없는 공기를, 엄마에겐 다가가길 거부하는 공기를.
--- 본문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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