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면과 기억력의 관계에 대한 실험과 이론에서 보듯이 기억 과정은 잠을 자는 동안 이루어진다. 어떤 일을 경험하고 그 문제를 풀려고 노력하는 과정과 실제 그 문제가 해결되는 과정이 오프라인(off-line)이라는 것이다. 이는 문제를 경험하고 있는 동안에는 그 문제를 푸는 데 뇌의 모든 자원을 동원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사건을 경험하는 동안에 시각, 청각, 촉각을 비롯한 감각기관과 운동기관을 움직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뇌의 자원을 동원해야 한다. 그러면서 동시에 문제를 푸는 과정을 진행시키기 위해서는 뇌의 자원이 더 많아야 한다(컴퓨터의 예로 들자면 더 큰 용량의 RAM을 가져야 한다). 또 뇌의 각 영역 간에 정보의 교통량도 더 많고 빨라야 한다(정보 처리도 16비트가 아닌 32비트여야 하며 처리 속도도 더 빨라야 한다). 뇌를 이런 상태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뇌가 지금보다 더 커져야 할 것이다. 뇌를 유지하기 위한 에너지도 더 많이 들 것이다.
우리가 수면을 취하는 동안에, 뇌는 오프라인으로 작업하면서 적은 자원으로도 많은 정보를 효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 수면시간이 짧은 쥐나 새의 경우에는 수면 동안 이런 일이 일어날 수 없으므로 깨어서 활동하는 중에 정보의 처리와 문제 해결이 동시에 일어나야 하고, 그 결과 처리되는 정보의 양도 제한되며 문제를 해결하는 방식도 더 열등하다고 한다.
인간을 비롯한 고등동물이 수면을 취하는 것은 한정된 뇌 자원을 이용하여 고차원적인 두뇌 활동을 하기 위한 방편인 셈이다.
--- p.45~46
앞의 실험 결과를 잠을 줄여서 공부하는 학생에 적용시켜보면 다음과 같다. 그 전날 2시간 더 공부하기 위해서 잠을 줄였다. 그리고 다음날 낮 동안 새로운 내용을 공부한다. 그런데 그 학생의 뇌는 수면 부족 상태에 빠져 있고 간간이 졸기도 한다. 그 학생의 뇌는 일단 각성을 유지해야 하므로 시상과 뇌줄기를 활성화시킨다. 시상과 뇌줄기를 활성화시키는 데 에너지를 일부 사용하고 있으므로 해마의 활성을 충분히 유지하기 힘들다. 또 정상적인 학습에서 일어나야 하는 두정엽, 소뇌의 활성도 제대로 일어나지 않는다. 그 결과 겉으로 보기에는 공부를 하고 있을지 모르지만, 뇌에서는 효율적인 학습이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 낮 동안 효율이 떨어지는 뇌로 공부하게 됨으로써 그 전날 2시간 더 길게 공부해서 얻은 것 이상을 잃게 되는 것이다.
잠이 부족하면 새로운 것을 배울 수 없다. 이런 사실을 알고도 잠을 줄여서 공부하는 것이 성적을 올리는 길이라는 생각이 드는가?
--- p.56~57
최근에는 소아들에게서도 우울증이나 자살충동, 불안증 등이 흔히 나타난다. 우리나라 청소년들을 대상으로 수면시간과 감정 상태를 연구한 결과를 보면, 수면시간이 평균보다 짧은 경우에 우울, 불안과 같은 정신병리적 현상이 더 자주 나타났다. 수면은 기억력을 좋게 하고 학습효율을 높여줄 뿐 아니라, 감정 상태를 안정화시켜 학습과 관련된 스트레스를 이기면서 지속적으로 공부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역할을 한다.
--- p.70
누구에게나 하루 24시간이 주어진다. 24시간 중 적어도 6시간, 이상적으로는 8시간 정도의 수면을 취해야 최적의 상태에서 공부하고 활동할 수 있다. 필자는 잠을 줄여 공부하는 것에 반대한다. 2시간 잠을 줄이면 깨어 활동하는 4시간의 효율을 떨어뜨려, 24시간 전체를 놓고 보면 각성도와 학습 효율에서 더 손해를 보기 때문이다.
각성도 맞춤 학습은 우리 몸과 정신이 각 시간대별로 갖는 특성에 맞추어 학습함으로써 학습 효율을 극대화시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제대로 공부하는 시간’을 늘리는 효과를 가져오는 것이다. 4시간 자면서 공부한 사람이 20시간을 공부했다고 믿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한 사람이 24시간 동안 공부에 최대로 투자할 수 있는 시간은, 수면시간 8시간, 식사시간 3시간, 기타 개인 위생을 위한 시간 2시간을 제외하면 최대 11시간 내외다. 이 시간을 어떻게 활용하는가가 중요하다.
공부나 일을 할 때, 상대적으로 더 중요한 일과 덜 중요한 일을 구분해서 하라. 각성의 황금시간대에 가장 어렵고 중요한 공부를 하고 각성이 떨어지는 시간에 주로 몸을 움직이는 일이나 휴식을 취한다면 자신에게 주어진 11시간을 가장 잘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시간대별 각성도를 알아보고 이를 실제 생활에 응용해보자.
--- p.87~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