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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당신의 거리

나와 당신의 거리

: 아날로그 감성으로 만나는 김정한의 두 번째 사랑에세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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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1월 06일
쪽수, 무게, 크기 256쪽 | 408g | 145*200*20mm
ISBN13 9788992289986
ISBN10 89922899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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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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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잃어버린 시간을 찾아서’의 작가 마르셀 프루스트는
지혜를 얻는 방법에는
‘선생을 통해서 고통스럽지 않게 얻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삶을 통해서 고통스럽게 얻는다’고 했다.
지혜는 이론을 통해 배우기보다는 경험을 통해 깨닫는다.
사랑도 사랑하는 과정에서 배운다.
서로 사랑하면서 기쁨, 고통과 만나며
사랑에 대한 예의를 배운다.
오늘따라 세상이 빗속에 갇혀 촉촉이 젖어 있다.
그리움이 깃털보다 가벼워 바람에도 흔들린다.
사방이 고독으로 가득 차 있다.
끝없이 펼쳐진 고비사막을 홀로 힘겹게 걷는 기분,
모래사막을 오르다가도 모래사막을 내려가다가도
그리운 목소리 들릴까 사방을 두리번거린다.
보헤미안이 되어 마르지 않는 그리움을 안고 떠난다.
---「그를 만나러 간다」중에서

통화음이 뇌리에서 벗어나는 순간
달칵하고 문이 닫힌다.
쏟아내고 싶은 모든 말을 삼켰다.
마지막으로 하고 싶었던,
“사랑해”란 말은 삼키고 “잘 살아”로 대신했다.
이유는 부질없기에.
이별이다. 끝이다.
내 안에 머물던 모든 걸,
억지로 마음 밖으로 밀어낸다.
나 혼자 방 안에 다시 갇혔다.
나를 가두고, 내 마음을 가둔 채
문을 잠갔다. 아무도 돌아오지 못하도록.
아니, 마음까지 잠갔다.
곧 사방이 어두워지고,
사물을 분간할 수 없는 곳,
한 줄의 빛도 용납하지 않는 곳에,
나는, 내 마음은 갇혔다.
---「이별, 나를 찾아 유랑할 것이다」중에서

정말 퇴로는 없을까요.
수백 번을 생각하다 선택한 것인데 지금은 혼돈의 도가니 속에 빠진 듯 합니다.
어둠에 갇혀 더 이상 나뭇가지를 흔들지 못하니 참 외롭습니다.
희미한 철길에는 부산발 서울행 막차가 막 플랫폼을 들어오고 있습니다.
그리운 사람을 가득 싣고 고단한 듯 낮은 기침 소리를 내뿜으며 들어옵니다.
백색의 차량을 보며 어떤 여인은 연분홍빛 스카프를 흔듭니다.
휩쓸려 내리는 탑승객 중에는 내가 기다리는 당신은 없었습니다.
토요일이면 늘 막차를 타고 왔던 당신은 끝내 보이지 않았습니다.
나는 이번 주에도 당신을 만나지 못했습니다.
이 기다림의 장례식은 언제가 될지 정말 모르겠습니다.
---「기다림의 장례식은 언제인가요」중에서

이효석은 그의 소설 ‘메밀꽃 필 무렵’에
메밀꽃을 이렇게 표현했다.
‘흐벅진 달빛 아래 굵은 소금을 흩뿌려 놓은 듯’
그렇다. 진한 달빛을 품은 메밀꽃,
그것도 짙은 안개가 능선을 감싸는 새벽 2시.
소금을 뿌려놓은 듯 새하얀 메밀꽃,
은은한 향기는 첫사랑을 시작하는 설렘.
따뜻함, 촉촉함, 상쾌함 자체.
영혼까지 맑아진다.
내 발길을 꽁꽁 묶어둔 미술전람회에서 본,
최고의 수채화랄까.
새벽, 메밀꽃, 어둠, 월광月狂,
끌리는 것들은 마음을 움직인다.
예쁜 모습 흐트러질까 봐 눈길도 조심스럽다.
오묘하다. 신비롭다. 깊이 빠져든다.
---「월광에 물들고」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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