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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의 게임 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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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1995년 05월 31일
쪽수, 무게, 크기 511쪽 | 크기확인중
ISBN13 9788900035834
ISBN10 8900035835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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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에 들어와 전기 스위치를 올리고 나는 잠시 어쩔 줄을 몰라 멍청히 전들을 올려다보았다. 그리고는 생각난 듯 책상 서랍을 열었다. 아가, 날 데려가 줘. 여긴 무섭고 쓸쓸하단다. 어머니는 막 글을 매우기 시작한 아이들처럼 크고 비뚤비뚤한 글씨로 비명을 질렀따. 그리고 여백마다 동체는 없이 공처럼 둥근 머리와 나뭇가지같이 뻗은 팔과 다리로 물구나무 선 사람들을 그려 넣었다. 나는 종이뭉치를 코에 대고 그 흐릿하게 피어나는 마른 꽃 냄새를 들이마셨다.

장식 없는 펜던트의 뚜껑을 열면 희끗희끗한 잿빛 머리털에서도 역시 마른 꽃 냄새가 풍기었다. 우리가 도착하자 기다렸다는 듯 관뚜껑에 못질이 시작되었다. 그 소리는 상상처럼 우람하지도 않았다. 시취를 풍기기 시작한 어머니에게선서는 역시 연기처럼 매움한 꽃 냄새가 났다. 뙤년들보다 더 더러웠지. 죽자고 목욕을 안 해도 향수는 꼭 뿌리곤 했다. 워낙 사치하고 허영심이 많았거든. 그렇다면 살비듬내와 뒤섞인 향수 냄새일까.

나는 찬 방바닥에 몸을 뉘었따. 아버지가 아직 방에 들어가는 기척이 없다는 걸 떠올리며 나는 빈 집에서처럼 스커트를 끌어 올리고 스웨터도 겨드랑이까지 걷어 올렸다. 자박자박 여전히 아이를 재우는 여자의 발소리는 머리 위에서 들려왔다. 금자동아 은자동아 세상에서 귀한 아기. 나는 누운 채 손을 뻗어 스위치를 내렸다. 방은 조용한 어둠 속에 가라앉기 시작했다. 이윽고 집 전체가 수렁 같은 어둠 속으로 삐그덕거리며 서서히 잠겨들기 시작했다. 여자는 침몰하는 배의 마스트에 꽂힌, 구조를 청하는 낡은 헝겊 쪼가리처럼 밤새 헛되고 헛되이 펄럭일 것이다.
--- p.95-96
'넌 짐승만도 못해'
아이를 버리고 달아났던 아내의 등을 밀어 내며 나는 차갑게 내뱉었다.
'네가 인생에 대해 조금만 겸손한다면 네가 하는 짓거리가 얼마나 감상적이고 교만한 것인가를 알 텐데.'
나는 나름대로 아내의 우울증을 이해하려고 애썼다. 물론 전문 적인 진료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여러 각도에서 분석해 보기도 했다. 그러나 아내의 대답은 한곁 같았다.
'그냥 그럴 때가 있어요. 그냥 어떻게 이렇게 평생을 사나, 사는게 이런 건가 하는 생각이 들곤 해요'
어떻게 이렇게 살다니? 아이에게 젖꼭지를 물린 여편네가 어떻게 그런 무책임한 소리를 할 수 있는가. 서른 살의 여자가 사춘기 아이들도 유치해서 입에 올리지 못하는 소리를 거침없이 해대다니.
--- p.297
나는 이러한 광경을 보며 주머니속의 케이크를 꺼내 물었다. 그것을 다 먹고 났을 때 갑자기 욕지기가 치밀었다. 참을 수가 없었다. 나는 꾸역꾸역 토해 냈다. 단 케이크는 한없이 한없이 목을 타고 넘어왔다. 까닭모를 서러움으로 눈물니 자꾸 자꾸 흘러 내렸다. 나는 다리 사이에 머리를 박고 구역질을 하며 똥통 속을 들여다 보았다.
--- p.1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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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출판사에서 출간된 한국소설문학대계는 우리 소설사에서 한 페이지를 장식한 작가들의 작품을 섭렵한다는 취지보다는 이데올로기적 고립에 의한 분열된 작가와 그의 정신을 되살리려는 취지에서 그리고 묻혀졌던 작품을 세상 밖으로 꺼내놓음으로써 이를 극복하며 한편으로 새로운 작품을 발굴하는 한편 텍스트의 원문을 밝히는 등의 텍스트로서의 텍스트 역할에 충실한 시리즈이다. 작가 선정 기준은 현재성과 문학성에 기초한 것이므로 이념이나 사조로부터 자유를 획득하고 있으며 설문조사를 통한 연구자들과 문학비평가들의 다양한 의견 수렴 등을 거쳐 나름의 객관적이며 기념비적인 의미를 세운다. 또한 각 작품에 대한 새로운 해석은 이 시리즈에서 놓치지 말아야 할 또 하나의 문학사 대계라 할 만한 것으로 그것 자체가 높은 문학성을 획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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