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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모든 것을 합치면 사랑이 되었다

이 모든 것을 합치면 사랑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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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1월 23일
쪽수, 무게, 크기 224쪽 | 290g | 140*195*20mm
ISBN13 9791196192600
ISBN10 119619260X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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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 생각에

당신도 어렴풋이 아시겠지만
이건 모두 당신 탓이에요.
오늘 난 아무 일도 못 했거든요.
당신 생각이 떠올라서요.

하긴…,
하루 중에서 당신을 떠올리지 않는 시간이
얼마나 될까요?
지는 해가 아름다운 건
이제 곧 볼 수 없기 때문일 거예요.
이렇듯 아름다운 건 내 손에 잡히지 않아요.
그러므로 아름다운 건 주로 슬퍼요.


그랬었군요.
여태껏 나는 잡히지 않는 그것들을 사랑하는군요.
잡히지 않아 아름다운 그것들을.
잡히지 않아 못내 슬픈 당신을.
---「1장_사랑이 시작되다」중에서


사랑이 변하는 건가?
사람이 변하는 건가?

동창회 참석을 해달라는 전화에 선뜻 예스라고
대답을 하지 못한 건 나름대로 이유가 있었죠.
내가 기억하고 있는 친구들의 모습은 궁금했지만
그들이 기억하고 있는 나를 보여줄 자신이
없었다고나 할까.
그땐 나름 인기 최고였으나
10년도 훌쩍 지난 지금에는 걱정이 최고예요.
위로는 그대로고 옆으로만 퍼져 있는 탓에
친구들이 나를 알아보기나 할는지….

아무튼 두 눈 딱 감고 나가기로 한 건
정말 잘한 결정이었어요.
민준이를 만날 수 있었기 때문이죠.
꿈에도 못 잊던 나의 첫사랑.
남자답게 잘생긴 외모는 물론이고 공부면 공부,
운동이면 운동, 못하는 게 없어서 당시 나뿐만 아니라
우리 반 여학생들의 혼을 쏙 빼놓았지요.
6학년 2학기 때 전학 가는 바람에
참 어지간히도 속앓이를 했었는데.

글쎄, 걔가 나온다잖아요.
민준이도 은근 나를 좋아했기에 나는
온갖 멋을 다 부린 후 참석하게 되었는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대실망!
그동안 내가 상상해왔던 민준이가 아니라
무슨 옆집 아저씨가 나왔나 싶을 정도였으니.
올챙이처럼 배가 볼록 튀어나온 건 둘째 치고
얘가 여자들에게 얼마나 껄떡대던지
차마 눈 뜨고는 못 볼 지경이었죠.
물론 그쪽도 실망한 건 마찬가지였을 겁니다.
나를 한 번 천천히 훑어보고는
말 한 번 안 붙였으니까.
그런데 말이죠, 아까부터 가만히 나를 지켜보고 있던
훤칠한 그가 내게 뚜벅뚜벅 걸어오는 게 아니겠어요.
두근두근.

“슬기야, 잘 지냈지?”
“누구…?”
“나야 나, 현민이.”
그러자 퍼뜩 떠오르는 한 인물. 그땐 참 지긋지긋했던,
어지간히도 나를 따라다녀 괴롭기 짝이 없던 녀석.
그랬던 그가 이렇게 멋지게 변하다니!
“널 만나면 꼭 전해주고 싶었어.
그땐 정말 미안했다고.”

나는 쓴웃음을 지었어요. 그때의 괴로움이
다시 생각나서가 결코 아닌.
나는 왜 사람 보는 눈이 이렇게도 없을까.
자존심이고 뭐고 나는 얼른 이렇게 말했죠.
“미안하긴. 근데 말이야…
지금도 좀 괴롭혀주면 안 되겠니?”
---「2장_사랑한다는 것은」중에서


부모님의 기도

새벽에 잠 깨어 오래전 새벽을 떠올렸습니다.
고등학생이었던 나는, 시를 쓴답시고 배를 깔고 누워
나름 세기의 역작을 쓰기 위해 끙끙거리고 있었는데,
슬그머니 현관문을 열고 밖으로 나가시는
아버지의 기척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추운 겨울날이었습니다.
그렇게 나간 아버지는 한참동안이나 바깥에서
발작과도 같은 거친 기침을 쏟아내고 있었죠.
식구들 잠을 깨우지 않으려고 그러신다는 것을
내가 왜 모르겠습니까.
기침이 나올 때면 어김없이 밖으로 나가시던 아버지.
그때 나는 알았습니다, 내가 쓰는 한 줄의 시가
아버지의 기침소리에 비하면 턱도 없다는 것을.
한겨울 매서운 추위에 떨던 아버지의 기침소리야말로
진정한 한 편의 시라는 것을.

어머니는 자식들 앞에서 눈물을 보입니다.
어떨 땐 소리 내어 울기도 합니다.
그러나 아버지는 결코 그러지 않습니다.
대신 슬그머니 현관을 나서 하늘을 올려다봅니다.

나의 아버지는 돌아가실 때까지
‘정철 영어회화’ 카세트테이프를 달고 살았습니다.
아버지의 유일한 취미가 영어회화 공부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외국에 나가 그동안 공부했던 영어회화를 한 번
써보는 것이 평생의 소원이었습니다.
그러나 나는 보내드리지 못했습니다.
나중에 형편이 좀 더 펴이면… 이라고 생각했던 게
영원히 보내드리지 못하게 되었습니다.

여든을 훌쩍 넘기신 나의 어머니는
일주일에 세 번 투석을 받으십니다.
투석을 받고난 뒤
병원에서 형 집으로 모셔다 드리고 돌아서자면
쉬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습니다.
그런 제게 어머니는 어서 가라고 손을 휘휘
내저으십니다. 어서 가, 이 에민 뒤돌아보지 말고.
어서 가서 너흰 창창한 세상 살아야지.

명심하세요, 오늘의 우리가 이만큼 사는 것은
결코 내가 잘나서 된 게 아니라는 것을.
그 뒤에는 부모님의 간절한 기도와 눈물이
있었다는 것을.
---「3장_길 위에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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