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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아리랑

춘천아리랑

: 강원소설 창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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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1월 27일
쪽수, 무게, 크기 248쪽 | 152*225*20mm
ISBN13 9772586342003
ISBN10 25863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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춘천아리랑

삐, 삐리, 삐, 빼에∼
나, 점순이가 부는 호들기 소리다. 수아리골 개울에서 파릇하니 물오른 갯버들을 잘라 그 껍질로 요만하게 작게 만든 거라 소리가 좀 까불대긴 하지만 자우룩 가라앉은 산속을 깨우기엔 썩 그만이다.
빼에엥, 삐리리 삐∼
금병산 어디선가 낭구하고 있을 춘배 들으라고 부는 호들기다. 우리 수탉을 때려죽인 뒤로 춘밴 내가 부는 호들기 소리만 들으면 득달같이 달려오기로 나하고 손가락을 걸었다. 하지만 뭐 둘이 그렇게 만난다고 해서 시시덕대며 좋아할 그런 별일은 츰부터 글렀다. 춘배가 본디 그런 애다. 내 호들기 소릴 듣고 와선 기껏 한다는 말이, 너 호들기 불면 뱀 나온다거나, 낭구 팔러 읍에 가야 한다며 부리나케 내빼기 일쑤다. 하긴 내 호들기 소리에 장단 맞춘답시고, 아주까리 동백아 열지를 마라 산골의 큰애기 떼난봉난다, 이렇게 강원도 아리랑 한 구절을 흥얼거린 적이 딱 한 번 있긴 하다.
아무튼 난 춘배 걔 상판때기만 쳐다 봐두 되우 좋다. 근데 증말 이상한 건 춘배만 보면 그리 절로 흥이 솟으면서도 괜히 맘 한구석이 짜안하다는 거다. 그건 울 아부지가 나 시집갈 때 됐단 얘길 할 때마다 춘천 아리랑 그 서러운 한 대목을 흥얼거리게 되는 거와도 같다.
- 춘천아 봉의산아 너 잘 있거라 신연강 뱃터가 하직일세 아리
랑 아리랑 아라리요 아리랑 고래로 넘어간다.
“점순아, 점순아! 이 지즈배가 어디 간 거야?”
오늘이야말로 춘배를 만나 긴히 할 말이 있어 싸리다래끼를 허리에 차는데 어머이가 날 찾는다. 아부지 앞에서는 풀죽은 개 모양 목을 폭 움츠려 기신대면서도 나한텐 늘 저런다. 집에 중신애비가 드나들면서부터 부썩 여잔 조신해야 시집 잘 갈 수 있다면서 저래 들볶는다.
“어머이, 나 뒷간에 있는데 왜 자꾸 그래유?”
“이년아, 똥은 나중에 싸구 닭새끼들부터 가둬.”
오늘도 또 닭 타령이다. 하긴 울 아부지가 알면 큰일이다. 우리 수탉이 죽은 뒤로 암탉 네 마리가 춘배네 집을 제집으로 알고 아예 거기서 산다. 실은 춘배네 수탉이 구구구 우리 암탉들을 꽤 들인다. 춘배네 수탉 놈이 자기네 암탉까지 모두 여섯 마리를 거느리고 다니는 꼴이라니! 죽은 우리 수탉 앞에서는 쪽도 못 쓰던 것이 목을 한껏 치켜들고 기세 좋게 우리 암탉 등허리에 올라타 껍죽대는 꼴은 증말 보기에도 썩 쟁그랍다.
--- p.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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