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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데 꼭 필요한 만큼의 힘

사는 데 꼭 필요한 만큼의 힘

: 동화작가 노경실 인생 산문집

노경실 | 다우 | 2017년 12월 0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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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192쪽 | 326g | 144*205*20mm
ISBN13 9788988964453
ISBN10 8988964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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떠올리기도 힘들 만큼 아팠던 청년기를 지나, 나는 지금 태양과 달과 별의 호위를 받으며 살아간다. 언젠가는 안착할 수 있다는 삶의 약속을 믿고 인생이란 넓디넓은 광야를 통과하고 있다. 살아오는 동안 단 한 번도 마음껏 두 다리를 뻗고 호의호식을 누리며 희희낙락한 기억은 없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걸음을 멈추지 않은 나 자신을 누군가 축복해 준다는 믿음이 있기에 묵묵히 내 갈 길을 간다.
---「작가의 말」중에서

“동생을 떠나보내고 겨우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 돌아온 나는 한동안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설상가상 아버지가 하시던 사업까지 완전히 어그러지고 급기야 돌아가시기까지 하자, 나는 더 이상 살아야 할 의미를 찾지 못했다. 세상 모든 사람과 모든 것을 원망하고 저주하던 끝에 나는 독한 마음을 먹고 홀로 남은 엄마와 셋이나 되는 어린 동생들 곁을 떠나려고 했었다. 몇 번이나 그랬다.”
---「소명」중에서

혼자 산 지 참으로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것이 있다. 외출했다 돌아오면 어김없이 대면해야 하는 침묵. 그런 집 안으로 들어갈 때 나는 유독 힘들다. 특히 추운 겨울날이나 늦은 밤에는 훨씬 더하다. 문을 열 때마다 나는 어린아이처럼 스스로 외로움이란 이름의 칙칙한 담요를 걸친다.
---「습관」중에서

십육 년 전 엄마는 저 두 아주머니와 비슷한 연세였다. 아, 그때 나는 왜 단 한 번도 엄마에게 묻지 않았을까? 얼마나 아픈지, 언제부터 그랬는지. 병원에 같이 가자는 말도, 혼자 아파하지 말라는 위로도 왜 하지 못했을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어느 틈에 엄마는 느릿느릿 걷는 할머니가 되었는데 왜 나만 몰랐을까. 무심한 나는 십 년도 훨씬 지난 지금에야 깨달았다. 우리 모녀의 오랜 평화는 철저히 엄마 덕분이었다는 것을.
---「엄마의 침묵」중에서

누군가는 인생을 안개에 비유했다. 인생이란 눈 뜨면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안개를 닮지 않았냐고. 그러고 보니 지나온 삶이 한순간의 꿈처럼 느껴질 때가 있었다. 뒤처지는 게 두려워 발버둥 치며 살아왔는데 뒤돌아보니 아무것도 남은 게 없었다. 그래서 우리는 한낱 안개에 불과할지 모르겠다. 살기 위해 몸부림치고, 적당히 모른 척하고, 오로지 나 자신에게만 집중하며 독하게 살아남는다고 해도 끝내 흔적조차 없이 사라질 것이다. 그런데 이것을 자꾸만 잊어버리고 목소리를 키운다
---「안개」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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