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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의 밤은 빨리 찾아온다

도쿄의 밤은 빨리 찾아온다

걸어본다-15 도쿄이동
고운기 | 난다 | 2017년 11월 30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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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1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288쪽 | 442g | 140*210*17mm
ISBN13 9791196152468
ISBN10 11961524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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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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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1월 31일, 게이샤 출신의 평범한 할머니 한 분이 세상을 떠났다. 고다카 기쿠小高キク, 향년 84세. 병석에 누워서도 책 읽기를 즐겨 했다. 간호원이 지나가다 무심코 묻는다.
?연애소설이라도 읽으시나요?
할머니는 읽던 책을 내려놓고 간호원을 빤히 올려다보며 대답한다.
?연애는 읽는 게 아니라 하는 거유.
말하는 재치가 남다르다. 온천으로 유명한 니가타의 유자와에서 20대 중반까지 게이샤 생활을 한 이 할머니는 1934년 이제 막 스무 살로 접어드는 겨울에 소설을 쓰러 온 가와바타 야스나리와 운명적으로 만났다.
그리고 거기서『 설국』이 탄생하였다.

게이샤로서 이름은 마츠에松榮였다. 마츠에는『 설국』의 주인공 고마코의 모델로 알려져 있다.

여자의 인상은 뜻밖에 청결했다. 발가락 밑의 옴쏙 들어간 곳까지도 깨끗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온천 여관에서 남자 주인공 시마무라가 고마코를 처음 만나는 장면이다. 그리고 좀더 뒤로 가면 보다 상세한 묘사가 나온다. 날씬하면서도 오똑하게 솟은 코, 아름다운 자줏빛 환형동물의 테처럼 매끄러운 입술, 약간 밑으로 처진 듯한 눈썹, 아래로 눈초리가 치켜 붙지도 처지지도 않아서, 일부러 똑바로 그려놓은 듯한 눈, 산 빛이 물들었다고도 할 수 있는 백합이나 양파의 구근을 벗겨놓은 듯한 싱싱한 살결. 그리고 이 모습을 한마디로 “밝고 깨끗했다”라고 맺는다.
시마무라는 특별히 하는 일 없이 여행과 무용 공부를 즐기는 사람이다. 기차가 다니게 되면서 번성해진 온천 마을에 와서 등산이나 하면서 빈둥거리는 중이었다. 소설 속에서 마을의 이름은 나오지 않는다. 그러나 유자와가 그 무대임은 확실하다.
---「얼굴 그리고 목소리-가와바타 야스나리의 『설국』과 게이샤 마츠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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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살았던 시절의 이야기를 깨달음으로 적당히 포장한 비슷비슷한 소재의 글이 끊임없이 발표된다. 아름다운 기억도 있겠지만, 대체로 기억은 그렇게 쉽게 미화될 성질의 것도, 잠언화할 성질의 것도 아니다. 기억의 시화詩化에는 오늘의 불안한 현실을 살고 있는, 매순간 떠날 수밖에 없는 예술가의 초상이 담겨야 한다. 예술가에게 기억은 세상과의 불화와 화해 사이에 떠도는 유빙遊氷이며, 따라서 그것의 시화는 깨달음으로 귀착되어야 할 것이 아니라 팽팽한 긴장으로 오늘의 현실에 무섭도록 치열하게 각성의 신호로 기능해야 한다.

고운기 시인은, 그의 어떤 시에서, 남은 자나 떠난 자나 매순간 아득하고 불안하고 지쳐 있는 상태에, 비록 산화散華한다 해도 그 흔적조차 애처롭거나 아름답지 않다고 노래한 바 있다. 그러나 이러한 역설은 포기와 좌절로 귀착되는 것이 아니라 뜨거운 무엇으로 옮아가게 하는 아름다운 무력한 힘의 위대함을 보여준다. 나는 이 책에 실린 산문 또한 비유와 상징, 작법을 그럴듯하게 설명하기보다 그저 읽고 그 감동을 오래 간직하고 싶다. 그것은 내가 고운기 시인에게 보낼 수 있는 유일한 최고의 찬사이기도 하다.
- 박형준(시인 · 동국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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