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소진의 소설은 흔히 말하는 ‘열린 사회’가 주변부 달동네에 이미 있었음을 밀도 있게 전달하는 한편 그렇게 이미 구축되어 있는 ‘열린 사회’를 그 ‘적’인 모더니티가 얼마나 치명적으로 훼손시키고 있는지를 설득력 있게 전달한다. 이렇게 김소진의 소설들은 이미 70년대 변두리에 건설되었던 공감의 공동체를 놀랍도록 밀도 있게 제시하거니와 그를 통해 그곳은 단순히 그리워하는 추억 속의 옛 곳이 아니라 우리가 반드시 다시 도달해야 할 그곳임을 분명히 한다. 이것 역시 김소진 소설이 지나간 과거의 소설 정도가 아니라 우리 문학의 오래된 미래임을 알려주는 주요한 표지임은 물론이다. - 류보선(문학평론가, 군산대 국문과 교수)
1990년대 이후에 나타나는 김소진 문학의 새로운 형태의 기억의 서사는, 현재의 변화에 대해 합리적인 설명을 부여할 수 없게 된 상황과 그러한 상황을 초래한 보다 더 근본적인 힘의 발견에 대응된다. 때문에 이 기억의 서사는 이전 시기의 공적이자 역사적인 존재로서의 주체보다 사적이자 실존적인 주체에 더욱 밀착되어 있다. 현재와 단절된 그 기억의 풍경 속에 현실의 변화 속도가 감히 손을 미치지 못하는 황금의 시간들이 놓여 있다. 순금처럼 단단하고도 아름답게 굳어 있는 시간들을 불러내어 현실의 변화에 맞설 수 있다는 것, 바로 이것이 기억의 서사가 갖는 의미에 다름아닐 터이다. 손정수(문학평론가, 계명대 문예창작과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