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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서의 나라

용서의 나라

: 성폭력 생존자와 가해자가 함께 써내려간 기적의 대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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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2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468쪽 | 536g | 140*210*30mm
ISBN13 9791159311833
ISBN10 11593118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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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3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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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몇 주 후 어느 황량한 오후에 나는 연인과 싸운 뒤 흐느끼며 어느 카페에 들어갔다. 낙서를 하면서 마음을 좀 진정시키고자 가방에서 수첩을 꺼낸 뒤 웨이트리스에게 펜을 부탁했다. 그런데 놀랍게도 내 낙서가 글자로 변하더니, 글자는 다시 문장으로, 문장은 다시 내가 써본 편지들 가운데 가장 중요한 편지로 변하는 것이었다. 나를 범했던 사람에게 쓰는 편지였다. 그가 나에게 저지른 폭력에 대한 이야기와 함께 ‘나는 용서하고 싶어’라는 문장이 나를 마주 보고 있었다. 대체 어디서 그런 말이 나왔을까? 용서라니, 내가 전혀 생각해본 말이 아니었다. 그에게 만남을 제안한 이유는 그를 한껏 움츠러들게 할 말을 그의 뇌리에 콕 박히도록 퍼부어서, 남은 평생 자나 깨나 그 말에서 그가 벗어날 수 없게 만들어놓고 싶어서였다. 그 남자로 인해 나도 그런 현실에 처했으니 말이다. 그런데 ‘용서’라고? 그 단어가 내 펜에서 흘러나오는 것을 보고 나는 깜짝 놀랐다. 동시에 위안도 느꼈다. 정말이지 쓰라린 상처에 연고를 바르는 듯한 느낌이었다. 잠시 어리둥절하던 나는, 나를 가두고 있던 새장의 열쇠를 마침내 찾아냈다는 걸 깨달았다. 엄청난 발견이었다. 그것도 막 단념하려던 차에. --- p. 25~26

● “나는 너를 ‘강간범’이라고, 적어도 ‘나를 강간한 사람’이라고 불러도 돼. 그렇지만 그 말이 곧 너를 말하는 건 아니야. 절대 아니지. 그 말로는 네가 진짜로 어떤 사람인지 십 분의 일도 나타낼 수가 없어. 난 기억을 잃을 정도로 술을 마신 적이 있어. 하지만 그게 날 ‘알코올 중독자’로 만들 수는 없어. 난 가끔 거짓말을 하지만 그게 날 ‘거짓말쟁이’로 만드는 것도 아니고. 난 강간당한 적이 있지만 그게 날 ‘희생자’로 만들진 않아. 사람은 평생 살면서 좋은 일도 하고 나쁜 일도 해. 요지는 나는 사람이라는 말이야. 딱지표가 아니고. 나라는 사람이 그날 밤 일어났던 일로 축소될 수는 없어. 그리고 그건 너도 마찬가지야.” --- p.177

● 그가 벌떡 일어나 초조하게 움직이더니 침대 맞은편 벽으로 걸어갔다. “네 옷을 전부 벗겼어. 벌거벗고 내 몸 아래 누워 있던 네가 기억난다. 침대에 대각선으로 누워 있었어……나는 셔츠를 벗는 수고조차 하지 않았지.” 그가 말을 멈추더니 고개를 떨구었다. “얼마나 오래였는지는 기억나지 않지만, 오래 했어.”
“두 시간이야.” 내가 건조하게 말했다. “네가 날 눕힌 자리에서는 바로 눈앞에 시계가 보여서 똑똑히 봤어. 형광 시계여서 캄캄해도 보였어. 나는 머리는 활짝 깼는데 몸은 여전히 꼼짝할 수가 없었어. 그래서 뒤척이지도 못하고 움직이지도 못했어. 할 수 있는 거라곤 일이 끝날 때까지 일분일초를 세는 것밖에 없었어.”
창밖에서 바람이 처참하게 울부짖고 있었다.
“두 시간은 7200초야.” 내가 덧붙였다.
톰이 울기 시작했다. “토르디스, 내가 왜 그런 짓을 했는지 설명할 수 있다면 좋겠어.”
“무슨 짓?”
“너를 강간한 거.” 그가 조용히 대답했다.
내가 바로 들은 건가 싶어서 눈을 깜박였다. “너 뭐라고 했니?”
“내가 너를 강간했어.”
그의 목소리가 허공에 매달렸다. 면도칼처럼 날카로웠다. 손을 뻗어 만져보고 싶었다. 지면으로는 그의 고백을 이미 읽었다. 그렇다 해도 지금 내 면전에서 그가 소리 내어 말로 인정하자 그 충격이 조금도 덜하지 않았다. 갑자기 내 마음의 벽이 와르르 무너져 내렸다. 나는 침대에 엎어지고 말았다. --- p.188

● 나는 그녀가 두려워하고 있는 걸까 생각했지만, 그녀의 마음에 두려움을 위한 자리는 없다는 걸 곧 깨달았다. 몇 년 동안 우리 두 사람은 이 순간을 향해서 걸어왔다. 바야흐로 우리가 걸어갈 길에 대해 그녀가 완벽하게 준비를 갖췄다는 것에 나는 한 치의 의심도 없었다. 그녀의 태도엔 전혀 긴장이 보이지 않았고, 그런 고요함 때문에 나도 좀 더 느긋해질 수 있었다. 바람이 몰아치는데 이상하게도 실내는 고요했다. 서로 양해가 된 상황인 것 같았다. 우리 둘이 수행하고 있는 작은 예식도 그랬다. 우리에게 남아 있던 두려움이 휘몰아치는 바람에 휩싸여 전부 사라져버렸다.
--- p. 212

● 눈물이 차오르고 소름이 돋았다. 세계사의 기념비적인 한 장으로 들어가는 입구에 서니 가슴이 벅찼다. 그토록 망가진 과거를 가진 나라에서, 뭇사람들이 내가 멸시하길 기대하는 남자와 나란히 서 있다니 가슴이 벅찼다. 바로 그때 톰이 커피 두 잔을 들고 아무것도 모른 채 경쾌하게 들어왔다. ‘복수로 내가 얻은 건 하나도 없어.’ 그의 손에서 커피를 받아 들며 생각했다. ‘어둠과 정체만 있었지.’ 증오가 몇 세대에 걸쳐 세상을 지배하다가 마침내 패배하고 물러난 이 나라에서 수난이란 무의미한 고통이 아니고 배움의 기회가 된다는 희망을 나는 찾았다. --- p.269

● “선악을 알게 하는 나무 열매를 따 먹은 적 있어?” 내가 물었다.
그가 시선을 피했다. 우리 눈이 다시 마주쳤을 때 그의 영혼이 활짝 열려서 나는 놀랐다.
“응, 한입 먹은 적 있어.” 그가 나직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가 무얼 말하는지 나는 알고 있었다. ‘나도 거기 있었으니까.’
갑자기 산 위의 구름이 갈라지며 해가 나와서 우리를 금빛으로 흠뻑 적셨다. 내 무릎이 풀리면서 뺨으로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심장이 헬륨 풍선처럼 부풀어 갈비뼈 밖으로 터져 나올 것만 같았다.
톰이 잔디밭 위 내 옆으로 와서 앉았다. 그의 눈빛에 걱정과 호기심이 어려 있었다.
“안전해.” 잠긴 목을 풀며 내가 말했다. “지금까지 안전하다고 느껴본 적이 없었는데. 여기가 성지로구나. 집에 온 것 같은 느낌이야.”
그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끄덕여 내 말을 존중해주었다. 가슴이 진정될 때까지 나는 마음껏 눈물을 흘렸다. --- p. 342

● “이제 때가 된 것 같아.” 지난 16년간 우리 이야기의 무게를 짊어졌던 돌을 그가 주머니에서 꺼내 나무옹이 하나에 박아 넣었다. 아몬드 모양으로 갈라진 옹이는 사람 눈처럼 보였는데 그 틈에 돌을 넣으니 마치 금갈색 눈동자처럼 보였다. 크기가 아주 딱 맞지는 않아서 돌이 둥근 틈에서 조금 튀어나왔지만 신기하리만치 단단하게 고정되었다. 돌을 그곳에 박아 넣으니 마지막 퍼즐 한 조각이 드디어 제자리를 찾은 것 같았다. 나는 뒤로 물러나 미소를 지었다. ‘우리를 보살펴주셔서 감사합니다. 우리 이야기를 이곳에서, 이런 식으로 끝맺게 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침묵의 기도였다. 이날 올렸던 많은 기도 가운데 하나였다.
나는 나무를 쓰다듬으며 작별 인사를 한 후 화단에서 나왔다. 톰은 좀 더 머물렀다. 바오바브나무의 툭 튀어나온 눈 옆에서 뱀의 독니 같은 선인장과 늘어진 나무 가지들에 둘러싸인 채 무릎을 꿇고 있는 톰의 모습이 내 기억에 각인되어 영원히 남을 것 같았다.
--- p. 356~3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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