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늑대와 소녀
정성희 글 / 염예슬 그림 | 출판놀이 | 2017년 12월 0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리뷰 총점10.0 리뷰 11건 | 판매지수 1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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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7년 1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196쪽 | 255g | 210*148*20mm
ISBN13 9791195726462
ISBN10 1195726465
KC인증 kc마크 인증유형 : 적합성확인
인증번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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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새 하늘이 개어 언덕 너머로 반쯤 몸을 가린 붉은 태양이 눈부시게 빛났다. 물을 한껏 먹은 푸른 초원의 싱그러움이 코끝을 스치고 지나갔다. 타미르는 눈을 감으며 숨을 깊게 들이마셨다. 학교가 있는 울란바토르는 콘크리트 건물에다 자동차가 많아 공해가 심했다. 신선한 공기를 마시자 비로소 집에 온 실감이 났다.
--- p.24

헤를렝이 앓아누웠다. 열이 오르자 엄마는 약을 먹였다. 그러고는 밤새 헤를렝을 끌어안고 밤을 지새웠지만 열은 내리지 않았다. 타미르는 방목을 나가는 대신 화덕에 불이 꺼지지 않게 피우고 물을 길어와야 했다. 두 양동이 가득 물을 길어와 물통에 붓는데, 말 울음소리가 들렸다. 돌아보니 삼촌이 땔감을 말에서 내렸다.
“헤를렝은 좀 어떠니?”
“약 먹었으니까 괜찮아지겠죠.”
대수롭지 않게 여기는 말에 삼촌이 복잡한 표정을 지었다.
--- p.67

“안 돼, 암스갈 거기 서!”
막대기를 찾아 쥔 타미르가 암스갈을 향해 뛰었다. 산으로 도망친 녀석을 따라갔다. 늑대 떼를 만난다면 꼼짝없이 당할 수밖에 없다. 타미르의 우려와는 다르게 암스갈은 금방 돌아왔다. 타미르는 반가운 마음에 팔을 벌리는데 암스갈은 곧장 피를 흘리며 쓰러진 염소에게 달려들었다. 타미르가 순간적으로 몸으로 막았지만 암스갈이 좀 더 빨랐다. 암스갈은 간신히 숨이 붙어 있던 염소를 거칠게 물어뜯었다. 그 모습이 어찌나 사나운지 막대기를 쥔 타미르의 손이 부들부들 떨렸다.
--- p.95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타미르는 아이와 눈이 마주쳤다. 겁에 질린 까만 눈동자에는 자기를 혼자 두지 말라는 애원이 담겨 있었다.
“가자.”
타미르는 아이를 번쩍 안아 내쯔에 태웠다.
눈은 허벅지까지 찼다. 한 발 한 발 앞으로 내딛는 데도 엄청난 체력이 필요했다. 내쯔의 체력이 왜 급격히 떨어졌는지 알 수 있었다. 여기까지 용케 버텨 준 게 고마울 따름이었다. 타미르는 숨이 턱까지 찼지만 쉴 틈이 없었다. 주변이 서서히 어두워지고 있었다. 얼마쯤 지났을까. 타미르의 발걸음이 현저히 느려졌다. 고삐를 쥔 손이 무뎌져 손가락이 부러져도 모를 정도였다.
--- p.108~109

타미르는 내쯔의 고삐를 단단히 틀어쥐고는 마지막으로 뒤를 돌아보았다. 저만치 늑대 두 마리가 눈으로 뒤덮인 산을 향해 걸어가고 있었다. 타미르는 잠시 늑대를 바라보다 헤를렝의 유품을 묻은 나무에게로 시선을 돌렸다. 한참을 바라보던 타미르는 고개를 한번 끄덕이고는 이내 짙은 안개 속으로 걸어 들어갔다.
올 때보다도 더 짙은 안개에 한 치 앞도 분간이 어려웠지만 타미르는 당황하지 않았다. 그는 묵묵히 앞을 향해 나아갔다.
--- p.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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