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건 오디의 이야기이자 내 이야기다. 사랑하는 동물이 늙어가고, 노화에 따른 질환에 시달리고, 죽음으로 향하는 내리막길을 걷는 모습을 바라보는 나의 이야기. 선택하고 선택하지 않는, 행동하고 행동하지 않는 나의 이야기. 변화와 타협하는, 불가피함을 받아들이는, 오디의 목숨을 손에 쥐고 어떻게 해야 할지 고심하는 나의 이야기 말이다. 나는 오디가 늙기 한참 전부터 오디의 죽음을 걱정했고, 그게 너무나 무서웠다. 내 마음 한구석에는 언젠가 오디를 ‘내려놓기’로 결정해야 한다거나 오디가 고통에 시달리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는 두려움, 신의 역할을 대신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어둠 속에서 먹잇감을 쫓는 짐승처럼 도사리고 있었다. 결국 그 시간이 오고야 말았다.
--- p.15

우리는 그날 오후 탱크라는 이름이 잘 어울리는 오디의 형제와 오디를 만났다. 딱 두 마리가 남았다. 우리는 서로 깨물고 몸싸움하는 둘을 보았다. 한눈에도 한 녀석이 대장이었다. 자신만만하고 정신없이 바빠서 우리에게는 관심도 없었다. 몸집이 작은 나머지 강아지는 얌전하고 살가웠는데, 탱크에게 깔렸다가 비집고 나오자 뒤뚱뒤뚱 걸어서 우리 무릎 위로 기어올랐다. 우리는 오디와 사랑에 빠졌고, 나머지 이야기는 다들 아시다시피…
--- p.16-17

인간에게는 이상한 습관이 있다. 동물에게 의지가 있다는 건 대부분 부인하면서 우리가 성가시게 여기거나 용납하지 않는 행동에는 개가 온갖 심술 맞고 짓궂은 생각을 하는 양 미친 듯이 인격화한다. 물어뜯긴 신발이나 조리대에서 사라진 음식에 대한 일반적인 반응이 가장 확실한 증거다. “저 개 좀 봐! 쟤도 자기가 잘못한 걸 알아!” 최근 대다수 연구에 따르면, 개들은 죄책감이 없고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 않는다. 그러나 공감 능력은 뛰어나다.
--- p.322


오디 일기 출연자

오디Ody 곧 만난다.

마야Maya 저먼쇼트헤어와 잉글리시포인터 믹스 암컷. 이야기가 시작될 때 마야는 일곱 살. 12주 무렵부터 우리 식구였다. 마야의 엄마 오초Ocho 는 우리와 몇 킬로미터 떨어진 콜로라도 하이진Hygiene 에 살고, 마야의 아빠 버즈 라이트이어Buzz Lightyear 도 가까이 사는 친구들과 함께 지낸다. 버즈가 새 사냥을 위한 품종이라 그런지 마야의 사냥 본능은 대단하다. 마야는 하루에도 몇 번씩 뒷마당에 있는 다람쥐와 집 앞 진입로의 새, 가끔은 종이 가방이나 낙엽 덩어리를 쫓아다닌다. 마야의 별명은 새대가리Bird Brain 다. 아주 똑똑하지는 않지만 내가 아는 사랑스러운 개 중 하나다. 오디를 사랑하고 엄마 닭처럼 보살핀다.

토파즈Topaz 레드힐러와 보더콜리 믹스 수컷. 토파즈는 10주 차 강아지일 때 입양했다. 세이지Sage 가 키우고 훈련하게 할 생각이었다. 안타깝게도 토파즈는 나와 친해졌고, 다른 힐러들이 그렇듯 한 사람의 개가 되어 내 그림자보다 찰싹 붙어 다녔다. 이야기가 시작될 무렵 거의 한 살이 된 토파즈는 이 집의 우두머리가 되겠다는 사명을 띠고, 호시탐탐 힘을 키우면서 오디와 마야를 서서히 누르던 참이다. 꿍꿍이가 훤히 보일 정도. 오디에게는 토파즈가 생존을 위협하는 골칫거리다. 토파즈의 별명은 착하게 굴 때 와지Wazzy , 못되게 굴 때는 케르베로스Cerberus다. 잠재적으로 가치 있는 것(나, 음식, 장난감, 뼈다귀, 사무실, 욕실, 주방, 집 앞 진입로) 은 뭐든지 철통같이 지키고, 기본적으로 오디의 인생을 지옥으로 만들기 때문이다.

크리스 나의 남편이자 이 여정의 동반자.

세이지 우리 딸. 이야기가 시작될 때 열한 살.
--- p.33-34

2009년 12월 31일
오디는 우리와 침대에서 함께 자기를 좋아했다. 이불 아래로 굴을 파고 들어와서 제일 늦게 일어났다.
오늘 오후에는 오디를 침대에 올려놨더니 지금까지 큰대자로 뻗어서 요란하게 코를 곤다. 아주 활동적인 꿈을 꾸는지 씰룩거리는 정도가 아니라 다리를 격렬하게 움직인다.
이제 오디가 아주 멀게 느껴진다. 예전처럼 나와 눈을 맞추지도 않고, 애정에는 완전히 관심이 없는 것 같다.
--- p.48

2010년 7월 8일
오늘 밤에는 오디와 다정한 한때를 보냈다. 나는 벽난로 옆 안락의자에서 편안하게 몸을 말고 책을 읽었고, 오디는 바닥 한가운데 누웠다. 그건 ‘순간을 사는’ 순간 가운데 하나다. 나는 혼자 생각했다. 오디가 자신이 사랑받는 걸 알아야 한다고. 오디는 뒤에 남겨지고, 제외되고, 옆으로 밀릴 때가 많으니까. 내가 오디를 얼마나 사랑하는지 보여줄 기회가 몇 번이나 더 남았을까? 나는 온몸으로 오디를 감싸고 머리에서 꼬리까지 털을 쓰다듬으며 앞다리를 차례로 쓸어내렸다. 그렇게 한참 오디를 껴안았다. 질투심에 사로잡힌 토파즈가 오디와 내 얼굴 사이로 코를 들이밀어서 마법 같은 순간은 깨졌지만.
--- p.148-149

2010년 9월 3일
데이지는 두말할 것도 없이 내가 본 개 중에서 미적으로 가장 아쉬웠다. 빵 한 덩어리 정도 되는 크기였는데, 그 위에 올라타려고 애쓰는 오디를 보자니 웃기다 못해 약간 슬펐다. 데이지에게 앞발조차 두를 수 없자, 오디는 데이지의 뒤로 가서 허공에 대고 교미하는 시늉을 했다. 당혹스러운 쾌락의 표정을 지으며. 올라타는 게 반드시 성적으로 끌린다는 표시가 아니라는 건 안다. 특히 가해자가 오디처럼 고환이 제거된 경우에는. 하지만 나는 오디가 데이지에게 열렬한 감정을 품었다고 생각한다.
--- p.158

2010년 10월 3일
집에 왔더니 오디가 땅콩버터 과자 한 봉지를 조리대에서 끌어내려 마룻바닥에 비닐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기쁘다. 오디가 아직 기력이 있구나! 게다가 바닥에 내가 청소할 부스러기는 하나도 남지 않았다.
--- p.221

2010년 10월 8일
오디가 음식을 잘 먹지 않고 개 먹이에는 입맛이 돌지 않는 것 같아서 특별한 아침 식사를 준비했다. 참치 통조림을 얹은 사료. 오디는 게걸스럽게 먹어 치웠다. 그런데 급히 먹었나 보다. 거실 바닥에 먹은 걸 몽땅 토했다.
--- p.223

2010년 11월 16일
오디 때문에 미치고 팔짝 뛰겠다! 내가 컴퓨터 앞에서 일하든, 피아노 연습을 하든, 요리하든, 책을 읽든, 하루 종일 나를 따라다니며 헐떡거린다. 그냥 나를 바라보고 씨근거린다. 항상 주둥이를 내 코앞에 들이대서 고약한 입 냄새를 최대한 맡게 만든다. 원하는 게 뭘까? 필요한 건? 괴로운가? 스테로이드 때문일까?
--- p.286

2010년 11월 30일
우리는 각자 다른 방식으로 애도했다. 세이지는 자기 방에 들어가 컴퓨터게임을 했다. 크리스와 나는 다른 개들을 데리고 산책했다. 그런 다음 남편은 저녁을 차리고, TV를 켰다. 나는 침실로 가서 파자마를 입고 이불 속으로 들어가 울었다.

<b>반려동물과 우리의 삶을 더 가치 있게 만드는 이별 방법<br/></b><br/>한국갤럽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7년 9월 현재 우리나라에서 세 가구 중 약 한 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양육 중인 반려동물은 925만 마리로 추산된다. 이 가운데 개가 666만 마리로 가장 많고(72%), 다음은 고양이로 207만 마리다. 반려동물을 기르지 않는 세 가구 중 한 가구는 향후 반려동물을 기를 의향이 있는 것으로 조사되어, 반려동물 수는 계속 늘 것으로 예상된다.<br/>이는 많은 이들이 인생의 한 시기를 반려동물 덕분에 위로받고 행복하게 보낸다는 뜻이고, 많은 이들이 자신의 반려동물이 나이 들고 고단한 말년에 시달리다가 결국 죽음에 이르는 모습을 지켜봐야 한다는 의미다. 그러나 이 필연적인 결과에 대해 깊이 생각해본 적이 없거나 잘 모르는 사람이 대부분이다. 지은이도 그랬다. <br/><br/>노견과 사는 일이 힘들 거라고, 노견의 다가오는 죽음이 내 심장에 이토록 큰 두려움을 줄 거라고 아무도 말해주지 않았다. 오디가 어떻게 하면 좋은 죽음을 맞을지, 오디의 몸에 어떤 일이 생길지, 건설적인 애도 방식은 어떻게 찾을지 등 오디의 죽음을 차근차근 계획해야 수많은 후회를 남기지 않고 그 일을 더 잘 해낼 수 있다는 사실을 몰랐다.<br/><br/>팻로스 관련서가 대부분 상실감을 위로하는 데 초점을 맞춘다면, 이 책은 반려동물의 노화와 죽음을 본격적으로 다룬다. 나이 든 동물이 누리는 삶의 질 문제부터 안락사를 둘러싼 논쟁, 반려동물을 떠나보내는 구체적인 방식까지 동물과 함께 사는 반려인이라면 언젠가 마주할 질문과 고민을 빠짐없이 짚어낸다.<br/>지은이는 오디를 돌보고 떠나보낸 경험을 통해 반려동물에게 최선을 다한다는 것이 말처럼 쉽지 않다는 사실을 인정한다. 그러나 반려동물을 가치 있게 여긴다면 그들이 잘 늙어가도록 돕고, 신체나 행동의 변화에 적응하도록 여러 가지 일을 해야 하며, 그들을 위해 좋은 죽음을 준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br/>지은이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동물은 죽음을 인지하는가’ ‘동물에게는 연민 어린 결말이라 여겨지는 안락사가 인간에게는 왜 그렇지 않은가’ ‘건강한 동물을 안락사 시킬 정당한 이유가 있는가’ ‘사람들은 왜 사람의 죽음보다 반려동물의 죽음에 슬퍼하는가’ 같은 질문을 던지고 탐구하여 주장의 정당성을 확보한다. 반려동물의 노화와 죽음이라는 무거운 주제를 다루지만, 곳곳에 포진한 위트와 유머가 글 읽는 재미를 더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