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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저를 떨어뜨려 봐

수저를 떨어뜨려 봐

: 팅, 소리에 깨어나는 내 안의 우주

이명훈 | 들녘 | 2018년 02월 05일   저자/출판사 더보기/감추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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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2월 05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188g | 130*188*20mm
ISBN13 9791159253133
ISBN10 11592531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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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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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볼펜을 분해했다.
우연한 일이었다. 분해한 조각들을 가지고 놀다가 상상이 꿈틀거렸다. 상상은 멈추지 않고 계속 흘러갔다. 다다른 곳에서 돌아보니 ‘하늘과 땅’이 있었다.
흔하고 사소한 볼펜에서 비롯된 상상 여행이 하늘과 땅, 곧 우주로 향했다가 삶의 초석인 의식주에 관련된 다채로운 것들을 통과해 골목으로 나아갔다. 이 책에서는 거기까지만이다. ---「들어가며」중에서


눈을 떴지만 울적한 마음이 들어 선뜻 일어나지지가 않았다. 어젯밤까지 나를 괴롭히던 문제가 침대 위에 먹구름처럼 떠서 내 몸을 짓누르고 있었다. 머리맡엔 노트와 볼펜이 놓여 있다. 꿈결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적기 위한 것이다. 엎드려 볼펜을 무심코 바라보다가 장난기가 동했다.
볼펜을 손에 들고 요모조모 뜯어보다가 상단부를 잡고 하단부를 돌려나갔다. 위아래가 분리되었다. 볼펜심을 빼냈다. 그것들을 노트 위에 놓고 이리저리 움직여보았다. 그러다 보니 이런 모양이 되었다.

가만히 들여다보고 있자니 생각이 떠올랐다. ---「볼펜 한 자루」중에서


“떨어뜨려봐.”

작곡을 하는 친구가 말했다. 순간 아! 감탄이 절로 나왔다. 숟가락을 쥔 녀석이 어리둥절해하는 사이 그가 다시 말했다.

“숟가락을 바닥에 떨어뜨려봐.
그리고 소리를 들어봐.”

숟가락을 쥐고 있는 녀석이나 다른 녀석들이나 그 의미를 파고들 감수성이 그다지 없어 보였지만 나는 느끼고 있었다. 그가 무엇을 원하는지, 마음속에 어떤 강렬함이 수런거리고 있는지. 숟가락을 받아 쥔 녀석이 어색하게 웃고만 있자 그는 숟가락을 도로 가져갔다. 그러곤 허공에 들고 있던 숟가락을 살짝 놓았다.

팅,

청아함이 퍼져나갔다.
황홀함과 행복감이 너무도 커 나는 어쩔 줄 모를 지경이었다. ---「수저를 떨어뜨려봐」중에서


숲길을 걷다 보니 바닥에 내 눈길을 휘어잡는 것이 있었다.

나뭇가지. 평소에도 흔하디흔한 그것이 갑자기 가슴을 후비며 들어온 것이다.

330만 년 전의 석기 발견.
인류 최초의 도구 역사 새로 쓰다.

어느 기사의 제목이다.

기사를 읽던 나는 뭔가 시원하지 않은 기분이 들었다. 이건 평소의 생각이기도 한데, 나는 저 기사의 내용에 오독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본다. 저 기사에서 말하는 ‘최초의 도구’란 현재 발견된 것 중에서, 또 발견될 수 있는 도구 중에서 ‘최초’란 의미이다. 이 부분을 우리는 쉽게 읽어 넘긴다. 즉, 발견될 수 없는 도구도 있다는 말이다. 썩어 사라지는 것들. 가령 앞서 내 발에 차였던 나뭇가지나 넝쿨 같은 것들이다.
---「나뭇가지와 천연도구 시대」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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