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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2월 13일
쪽수, 무게, 크기 488쪽 | 528g | 128*188*30mm
ISBN13 9791160260687
ISBN10 11602606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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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나는 사실 눈 물고기를 더 이상 믿지 않지만 아직도 은유로서는 믿는다. 열정적인 포옹을 하고 있는 중에 숨결이, 숨소리가 가장 거세어지고 피부가 가장 짜릿해질 때 나는 아직도 내가 무아지경에서 바다의 일렁임을 듣고 느낄 수 있다는 생각 같은 것을 한다. 지금도 나는, 사랑하는 사람과 키스를 할 때면, 우리가 눈의 표면으로 솟아오르는 에인절피시와 해마들을 봄으로써 축복을 받을 것이라고, 그 물고기들이 우리 사랑의 분명한 증거라고 믿는다. 어찌 됐든 간에, 나는 아직도 사랑은 대양 같은 것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 p.33

우리 부모는 일찍부터 페미니스트들이었던 관계로 성을 이야기할 때 ‘상반된다’는 말을 쓰지 않았다. 사실, 무슨 이유로 두 성이 상반된다고 여겨야 했을까? 그 말은 공격적이고 부정적이고 뜻하는 바도 거의 없다. 우리 부모는 두 성이 보완적 - 내게 비슷한 예를 들어 설명해준 좀 더 복잡한 말 - 이라고 했다. 즉 남성과 여성은 비와 토양 같다는 것이었다. 그들이 성에 대해서, 생물학의 일반적인 세부 사항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었던 것이 아니라면, 나는 그 말을 내가 이미 알고 있던 것에 대한 좀 더 자세한 설명, 사랑에 대한 이야기로 이해했다. 그 당시 내게는 우주가 놀랄 만큼 잘 짜여 있는 것 같았다. 이렇게 상상해보자. 완전히 동떨어지고 기원도 다른 저 먼 우주 어딘가에 나에게 맞도록, 나에게 꼭 맞도록 만들어진 성기가 있다고. 그리고 나는 내 보완적인 성기, 내 진정한 사랑을 찾아 떠난다고.
--- p.38

“뭐랄까, 사실 그건 양성이야. 지렁이는 암컷이기도 하고 수컷이기도 해. 법칙에 대한 예외인 거지.” 나는 그 우주적인 기적에 도취되었다. 그 말 - “암컷이기도 하고 수컷이기도 해!” - 이 다시 떠오를 때마다 나는 새로이 놀랐다. 만일 하느님이 존재 - ? - 한다면, 남성이건 여성이건, 그 하느님의 머리는 벌레처럼 꿈틀거릴 것이 틀림없었다. 나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아주 분명하게 잘 보였다. 하늘은 지구를 감싸고 하얀 구름들 사이로 이리저리 우아하게 움직이는 거대하고 아름다운 벌레였다. 나는 몇 분 동안 예수 그리스도하고 같이 놀다가 생식기관을 찾아보려고 날카로운 칼로 조각조각 잘랐다. 믿을 수 없는 이야기지만.
--- p.49~50

한번은 학교 근처의 맥도날드 햄버거 가게에서 공교롭게도 나는 소냐, 다정한 소냐와 하필이면 화장실 앞에서 마주쳤다. 한쪽 문에는 신사용, 다른 쪽 문에는 숙녀용이라는 글자가 적혀 있었다. 그때 나는 속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아니, 아니, 이건 옳지가 못해. 이런 식이어서는 안 돼. 신사용 숙녀용이 아니라 친구용과 원수용이라야 해. 그러는 게 자연스러운 구분법, 현실을 더 잘 반영하는 구분법일 거야. 그런 식으로라면 소냐하고 나는 한쪽 문으로 같이 들어갈 수 있고 다른 사람들은 다른 쪽 문으로 들어갈 수 있어.’
--- p.101

그 일은 하룻밤이 지나는 동안에 걸쳐 이루어졌다. 나는 갑자기 잠을 깼다. 내가 무슨 꿈을 꾸고 있었는지, 왜 깨야 했는지는 모른다. 나는 일어나 앉았다. 혼란스러웠다. 아무것도―내 이름도, 나이도, 내가 어디에 있는지도―기억이 나지 않았다. 완전한 기억상실이었다. 내 실체는 프랑스어에 매인 몸이었다. 그리고 내가 여자라는 것, 그것도 알 수 있었다. 프랑스어로 말을 하는 여자. 그것이 내 존재의 핵심이었다.
--- p.162

나는 사람들이 왜 그것을 강간이라고 하는지 모르겠다. 내게 그것은 살인이었다. 나는 그날 살해되었고 그 후로 언제까지고 내 안에 죽음을, 다채로운 내면에서 배회하는 회색을 끌고 돌아다녀야 했다. 어떤 때는 죽은 것이 내 위胃였고, 어떤 때는 내 머리, 또 어떤 때는 내 장臟, 그리고 자주는 내 심장이었다.
--- p.453~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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