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금 인류사회에는 두 가지 뉴스가 전해지고 있다. 먼저 좋은 소식이다. 인간이 폭발적인 기술혁명으로 신의 경지에 이르는 존재, 곧 “호모 데우스”가 됨과 동시에, 노화 속도가 느려지는 나이혁명에 따라 100세가 넘도록 장수하는 존재, 곧 “호모 헌드레드”가 될 것이란 소식이다. 물론 이에 따른 나쁜 소식도 있다. 그것은 20년 내에 임금노동에 기초한 노동체계가 붕괴될 것이란 소식이다. 게다가 크게 늘어난 장수인간이 쓸모없는 잉여인간이 되어 결국 복지체계마저 붕괴시킬 것이란 소식이다.
** 기술혁명에 의한 인조인간과 나이혁명에 의한 장수인간이 잉여인간을 대거 창출하고 있다. 일자리가 사라지고 있다! 잉여인간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노동이 사라진 세상, 어떻게 살 것인가? 노동시장으로부터 퇴출된 710만 베이비붐세대를 비롯하여 빠른 속도로 세상을 뒤덮는 1천만 잉여인간을 어떻게 처분할 것인가? 동시에 노동시장 진입조차 못 하고 “헬조선”을 외치며 배회하는 젊은 잉여인간들은 어떻게 처분할 것인가?
** 이 책은 기본적으로 일자리의 소멸이라는 생존 위기에 어떻게 대처할 것인가, 곧 위기극복의 방안을 고찰한 보고서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하자면, 지금의 일자리는 빠른 속도로 사라질 것이다. 그렇다면 일자리가 사라진 세계, 임금노동이 소멸된 노동사회에서 우리는 어떻게 먹고살 것인가?
** 우리는 지금 인구변동으로 인한 딜레마에 처해 있다. 저출산 현상을 둘러싸고 노동력 부족을 우려하지만 현실은 일자리 부족으로 아우성치고 있다. 과연 우리나라는 노동력 부족 국가인가? 일자리 부족 국가인가? 이 딜레마는 우리나라만의 문제가 아니다. 지금 전 세계는 치열한 일자리 전쟁을 치루면서 한편으로는 생산가능인구의 감소에 따른 노동력 부족 사태를 우려하고 있다.
** 지금 세계는 경제와 정치, 사회 전반에 걸쳐 뭔가 크게 잘못되고 있음이 틀림없다. 무엇이 문제일까? “바보야, 문제는 경제야(It's the economy, stupid)” 이 말은 빌 클린턴을 미국 대통령으로 만들어준 슬로건이다. 경제회복을 기대하는 유권자들의 안타까운 마음을 파고든 이 말은 1992년 그가 조지 허버트 워커 부시를 누르고 대권을 거머쥐는 데 한몫했다. 과연 경제가 문제일까?
그러나 “바보야, 문제는 인구야!” 그렇다. 세계는 인구변동 충격에 휘청거리고 있다. 일찍이 인구고령화를 경험한 프랑스가 그렇고 일본이 그렇다. 우리도 이제 설상가상 인구충격이 시작되었다. 오늘날 경제를 움직이고 있는 것은 경기의 파도가 아니라 인구의 파도이다. 양적 및 질적 측면의 인구변동에 부합된 경제체계와 사회질서를 구축하는 것이 오늘날 경제위기를 극복하고 평화로운 세상을 회복하는 길이다.
** 만일 이런 상황에서 아무런 대책 없이 “너희들이 알아서 하라”고 방치한다면 노후난민, 노인파산, 노인범죄, 노인자살 등의 문제로 인하여 후세대가 짊어져야 할 사회적 비용은 크게 증폭될 것이다. 그렇다면 대책은 무엇인가? 이 질문에 답하는 것이 이 책의 목적이지만 일단, 현재의 사회체계에선 답이 있을 수 없다. 전혀 새로운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
** 이제 우리는 새로운 모델을 찾아야 한다. 그것은 노동시장 이중구조와 복지체계의 이중구조를 동시에 해체시키는 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한다. 동시에 “나이혁명-장수인간”과 “기술혁명-인조인간”에 따른 잉여인간의 증가를 수용하는 다층노동체계를 구축하고, 이 새로운 노동체계 밖의 사회보장을 감당하는 새로운 복지체계를 구성해야 한다. 요컨대 잉여인간 시대를 맞아 인간의 쓸모를 재구성하고, 동시에 노동을 재구조화하여 임금노동 신성불가침으로부터 해방되는 것이다. 비스마르크여 안녕!
** 대한민국은 노동력 부족 국가인가? 아니면 일자리 부족 국가인가? 한편에선 노동력 부족을 우려하며 천문학적 예산을 퍼붓고 있지만 출산율은 갈수록 낮아지고 있다. 다른 한편에선 일자리 창출에 천문학적 재정을 쏟아 붓고 있지만 일자리는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있다.
최근 일자리 창출을 약속하며 대통령 집무실에 상황판까지 설치했지만, 고용지표는 계속 더 나빠지고 있다. 2017년 경제성장률이 3%대를 기록했음에도 일자리 증가폭은 1%대에 머물러 '고용 없는 성장' 현상만 보여주고 말았다.
** 1천만 노인의 고령사회가 1천만 잉여인간 사회가 되지 않으려면 시급하게 발상을 전환해야 한다. 노동시장 밖에서 대안을 찾아야 할 만큼 노동시장이 심각한 위기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그것은 가족과 이웃들의 보살핌과 공동노동, 자원봉사로 전승되던 전통적인 공동체노동에서 대안을 찾아야 한다는 것이다.
** 그러면 어떻게 해야 할까? 총체적 상황을 고려할 때 공동체노동을 도입해야 한다. 기술혁명과 나이혁명으로 파생된 문제들에 대응하기 위한 대안은 “노동혁명”이다. 노동혁명은 노동의 모티브를 재해석하고, 시장 중심 임금노동 독점적 지배체계를 허물고 시장 내는 물론 시장 밖의 다양한 노동형태를 모두 포괄하는 다중노동체계를 구축하는 것이다.
즉, 시장경제 내의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임금노동, 자기고용노동, 자급자족 자율노동 등과 함께 시장 밖, 선물경제 영역에서 이루어지는 자원봉사노동에 기초한 공동체노동(앙드레 고르의 자활노동, 울리히 벡의 시민노동, 제레미 리프킨의 제3부문노동 포함)을 제도적으로 수용하여 체계화하자는 제안이다. 여기에 부가되어야 할 것은 노동연계복지 정책으로 제공되는 공공근로활동 역시 별도의 개념으로 다중노동체계에 포괄해야 할 것이다.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