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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7의 고백

리뷰 총점9.5 리뷰 2건 | 판매지수 120
[작가를 찾습니다] 미리 만나는 "한국 문학의 미래가 될 젊은 작가" - 한정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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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출간일 2018년 03월 12일
쪽수, 무게, 크기 308쪽 | 364g | 133*200*30mm
ISBN13 9788954650267
ISBN10 8954650260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불온한 세계를 예민하고 집요하게 응시하는 작가,
조용하고 성실해서 더 치명적인 분노의 기록


세계의 그늘에 가려진 사회적 약자와 일상화된 불의에 무감해진 현대인의 삶을 예민하고 집요하게 포착해온 작가 안보윤의 두번째 소설집 『소년7의 고백』이 출간되었다. 2014년 출간된 첫 소설집 『비교적 안녕한 당신의 하루』 이후 4년 만에 묶는 이 책에는 2013년부터 2017년 상반기까지 발표된 9편의 단편이 수록되었다. 어두웠던 지난 10년의 시간이 무대가 된 만큼, 소설들에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힘겨운 삶부터 쉽사리 눈에 띄지 않는 구조적 폭력, 그리고 세월호 사건과 같은 국가적 재난까지, 지속적으로 관심을 가져야 할 사회문제들이 갈무리되어 있다. 남겨진 이들이 만들어낸 추모의 물결과, 광장을 수놓은 무수한 촛불의 빛 또한 안보윤 특유의 상상력을 거쳐 소설적 의미를 획득하고 있다.

더욱 날카로워진 시선으로 아무도 들여다보려 하지 않던 사회의 사각지대까지 파고드는 안보윤 소설은 “조용하고 성실해서 더 치명적인 분노”(소설가 윤이형)의 기록이기도 하다. 이런 분노야말로 우리 개인이 일그러진 세계를 변화시킬 수 있는 가장 중요한 동력이라는 점에서, 어둡고 긴 터널을 지나 비로소 조우하게 된 이 책이 더욱 값지다.

목차 목차 보이기/감추기

소년7의 고백 _007
포스트잇 _037
불행한 사람들 _069
일그러진 남자 _101
여진 _131
이형의 계절 _165
때로는 아무것도 _191
순환의 법칙 _225
어느 연극배우의 고백 _255

해설|양윤의(문학평론가)
‘도도’와 ‘두두’의 세계에서 _281

작가의 말 _305

저자 소개 (1명)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저 사실은 알아요. 경훈이 형이요, 자격증 따서 취직해서 부모님 모시고 똑바로 살겠다고 했어요. 저도 들었어요. 근데 그럼요, 애들 막 실컷 패고 졸라 밟은 다음에 혼자 맘잡았다 그러면 끝나는 거예요? 그건 처맞은 새끼들만 졸라 억울한 일이잖아요. 근데 그렇게 나쁜 새끼는 토끼고 저는요, 저는 누나 가슴 진짜 딱 한 번, 딱 한 번 만져본 건데, 저는 감옥 가고요. 영장 나왔다면서요. 그럼 저는 감옥 가서 평생, 평생 전자발찌 차고, 저만…… 저 혼자만요…… 억울해요. 억울해 미치겠어요.---「소년7의 고백」중에서

아니, 너랑 만나면 나는 늘 불행해져. 널 만나서 얘기하는 동안 불행이 내 등이랑 옆구리에 박음질되는 것만 같아. 네가 다리미로 불행을 꾹꾹 눌러 붙여준 것만 같아. 넌 내 친구고, 사회에 잘 적응한 사람이고, 성실한 알바생이고, 현실과 성공적으로 타협한 사람인데, 나는 네가 너무 무거워. 사람이니 그럴 수 있다고? 살다보면 그런 일도 생기지 않느냐고? 남의 돈 버는 게 다 그런 거라고? 그래, 그럴 수 있어. 근데, 그러지 않는 게 사람 아니니. 그러지 않으려고 노력하는 게 사람 아니야? 그런 일, 그게 뭐든, 그러지 않으려고.---「불행한 사람들」중에서

선생님은 아이 일 주기에 받는 출산장려금이, 상상이 되세요? 어서 둘째를 낳아 이전 아이를 잊어버리라며 출산장려회에서 보내온 돈이었죠. 그 사람들은 정말,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한 걸까요? 전 아무래도 조롱 같아서 그대로 돌려보냈어요. 다른 걸로 대체될 수 있는 목숨이란 게 존재할 리 없잖아요. 아닌가요? 그 돈은 죽어버린 아이와, 혹시 태어날지 모를 아이 둘 다를 모욕한 돈이었어요.---「일그러진 남자」중에서

쟤들이 걔들이야. 바로 그애들.
상점가의 수군거림이 되살아났다.
그래도 그게 오죽했으면.
학교에서의 미심쩍어하던 얼굴들이 일렁거렸다.
꼭 그렇지만은 않지 않나. 애들이란 게 아무래도.
남매의 뒤에서 모호하게 얼버무려지던 문장들이 한꺼번에 밀려들었다.
소년은 이제 알 수 있었다. 소년과 소년의 누나 안에서 어떤 세계가 완전히 막을 내렸음을. 희망이나 기적이나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습니다 같은 것들을 간직하고 있던 세계가 지금,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렸음을. 소년은 도도의 발가락과 두두의 발뒤꿈치를 간신히 바닥에 붙이고 섰다. 서서히 땅이 흔들리기 시작했다.---「여진」중에서

한결같이 성실한 삶을 살아왔는데 나는 왜 여전히 가난하지. 누구도 속이지 않고 정직한 삶을 살아왔는데 나는 왜 천덕꾸러기가 되었지. 그런 의심이 들다 문득 깨닫게 되는 겁니다. 잘못 살았구나. 이 세상은 더이상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을 원하지 않는데 나 혼자 촌스럽게 그딴 걸 자랑스러워하면서 살았구나. (……)
내가 특별히 나쁜 인간이었던 게 아닙니다. 그동안 당해온 것들을 대갚음한 것뿐이에요. 남들은 되고 나는 안 된다니 그런 게 어딨습니까. 나는 그들이 했던 그대로 했고, 또다른 그들도 내가 한 그대로 했습니다. 세상의 순환 논리를 비로소 깨달은 거죠. 실제로 나는 점점 더 잘살게 되었습니다.
---「순환의 법칙」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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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실이 힘을 잃는 곳, 불행이 순환하는 곳
이 ‘일그러진 세계’에 대한 서늘한 고발


사회의 어두운 일면들을 능숙하게 소설화하며 의미 있는 작품세계를 구축해온 안보윤. 그는 이번 소설집에서 현실의 사건과 사회적 문제들을 좀더 구체적으로 소설 속에 끌고 들어와 생에 드리운 구조적 폭력을 때로는 아프도록 생생하게, 때로는 기묘하고 몽환적으로 그려낸다.

표제작 「소년7의 고백」은 경찰의 강압 수사에 의해 자신이 짓지 않은 죄를 고백하게 되는 어리숙한 소년의 육성을 통해 이 사회가 얼마나 쉽게 한 사람을 범죄자로 만들어낼 수 있는지를 흡인력 있게 보여준다. 그러나 진술의 틈새에서 밝혀지는 소년의 과거에는 무겁다고 할 수는 없지만 결코 그냥 지나칠 수도 없는 불순한 순간들이 점점이 박혀 있다. 이렇게 하나의 사건을 다각도로 바라보도록 하는 소설적 장치를 마련해둠으로써, 안보윤은 부조리한 사회를 예리하게 고발하는 동시에 가해와 피해, 선과 악으로 이분화할 수 없는 세계의 구조에 대한 복잡한 질문을 던진다.

「여진」에서 소년과 누나가 서 있는 자리 또한 단순하게 정의 내릴 수 없다. 남매의 조부모를 끔찍하게 살해한 아랫집 남자는 아이들이 위층에서 뛰어다니는 소리 때문에 정신병에 걸릴 지경이었다고 진술한다. 사실 남매는 우울증을 앓다가 자살까지 시도한 조모를 보살피기 위해 지루하고도 버거운 나날을 보내고 있었는데, 그런 남매에게 돌아오는 것은 이웃의 수군거림과 못마땅한 눈초리다. 남매의 고모가 내뱉고야 마는 “웃는구나, 너희는. (……) 웃기도 하는구나. 아주, 잘 웃네”(162쪽) 같은 비난과 “정말로, 너희들 때문이었니?”(163쪽) 같은 가시 돋친 물음은 그래서 더 가혹하다. 그러나 과연 이 소설에 마음껏 책망해도 괜찮은 인물이 있을까.

「포스트잇」은 이러한 질문을 다른 각도에서 한번 더 비틀어낸다. 한 윤리교사가 가정폭력으로 안타깝게 생을 마감한 여학생을 모욕했다는 누명을 쓰고 순식간에 나락으로 떨어진다. “진실이란 건 때론 엄청나게 힘이 없는 모양”(48쪽)인지, SNS에서 쏟아지는 폭언과 학생들의 멸시도 모자라 가족들조차 그를 외면한다. 그런 그의 눈에 여학생의 사망 장소에 빼곡히 붙은 추모 포스트잇은 애도의 마음으로 겹겹이, 단단히 둘러쳐진 “벽”(51쪽)으로 보인다. 그러나 윤리교사가 자신을 매도한 사람들을 떳떳하게 비판할 수 있는지 소설은 되묻는다. 윤리교사 또한 그 여학생의 죽음을 외면했다는 사실을 밝혀내면서, 이 단편은 타인의 불행이 자신에게 옮을까봐 무심히 외면한 자의 초라한 말로를 재조명한다.

그런데 진실과 상관없이 타인의 불행을 소비해버리거나 외면하는 태도가 순전히 그들 개인의 탓일까. 「불행한 사람들」에는 타인은커녕 제 불행의 원인에도 의문을 가질 여력이 없는 이들이 등장한다. 이 단편이 적나라하게 묘사하는 비정규직 노동자의 삶은 비참하기 이를 데 없다. 팔뼈가 부러져도 고통을 느끼지 못한 채 내일도 일을 나갈 수 있을지를 먼저 걱정해야 하는 삶, 생계를 위해 수치심을 견디고 존엄성을 포기한 채 인간의 영역에서 매일 조금씩 밀려나는 이러한 삶은 우리 모두의 일상과 근본적으로 다르지 않다. 비정상적인 사회구조와 타협하기를 종용하는 이런 세계에서는 부조리에 눈뜨고 의구심을 품을수록 고립될 뿐임을 우리는 안다.

그래서 「때로는 아무것도」의 인물들은 사회와 타협하기 위해 당장의 실리와 손익에 따라 보아야 할 것과 보지 말아야 할 것을 취사선택하기에 이른다. 그들의 시야에는 광장의 촛불과 노란 리본 같은 것은 보이지 않고, 시험에 나올 단어나 아르바이트 일감만이 존재한다. 그러나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여겨진 것들을 바라보지 않은 대가는 그들에게 고스란히 되돌아온다. 그들은 결국 불의를 외면한 사실이 밝혀져 사회에서 설 자리를 잃거나, 죽어서도 ‘중요하지 않은 것’으로 치부되어 오래도록 골목에 방치된다. 그렇게 가해자와 피해자의 자리는 또다시 뒤집힌다. 불행에 연루되지 않으려는 이들이 오히려 불행의 악순환을 만들고 결국 그 순환 속으로 빠져드는 것이다.

「순환의 법칙」에 이르면, 인물들은 자신의 삶을 불행의 순환에서 건져내기 위해 타인의 삶을 불행에 빠뜨리기까지 한다. ‘도운’은 다단계 사기에 여자친구 ‘미주’를 끌어들이고, 미주는 도운이 모은 돈을 훔쳐 달아난다. 그런데 찜질방에 숨어 지내던 미주에게 호텔 무료숙박권에 당첨되는 ‘낯선’ 행운이 찾아든다. 그러나 미주가 묵게 된 방은 모습과 장소를 자꾸만 바꾸고, 라디오에서는 불쾌한 목소리가 끔찍한 사연을 시도 때도 없이 들려준다. 제 인생을 ‘플러스 순환’의 궤도에 올리기 위해 타인을 ‘마이너스 순환’에 빠뜨려왔다는 그 목소리의 주인은 결국 보복성 염산 테러로 자신의 아이를 잃고 말았다는 고백을 들려주는데, 그 사고에 미주와 도운이 연루되었음이 드러난다. 물고 물리던, 쫓고 쫓기던 악운의 꼬리 잇기 끝에 미주와 목소리는 한방에 갇혀 가라앉는 중이다. 그러므로 이 ‘순환하는 방’은 벗어날 수 없는 불행한 세계에 대한 비유일 것이다.

심장과 폐를 일그러뜨리며 미약하고 참담한 목소리를 기록하는 것
그것밖엔 할 수 없고, 또 해야만 했다


이처럼 안보윤 소설에서는 가해와 피해의 가혹한 자리바꿈으로 인해 불행의 순환이 더욱 맹렬해지고, 그 순환의 고리가 인물들을 더욱 공고히 옥죈다. 이 일그러진 순환을 벗어날 출구는 없는 것인가.

그 문을 열 가능성은 이 세계를 구성하는 개인들의 작은 움직임으로부터 생겨나는지도 모른다. 단편 「일그러진 남자」의 주인공 ‘일그러진 남자’는 어느 해 봄 아내를 잃은 뒤 손목에 시곗줄 자국을 갖게 된다. 아내의 시계가 수심 37미터, 세월호가 가라앉았던 그 바닷속에서 여전히 움직이고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 시곗줄 자국은 갖가지 이유로 소중한 존재를 잃은 다른 사람들의 손목에도 나타나고 있다. 일그러진 남자는 자신과 같은 ‘시곗줄 증후군’을 겪는 사람들을 찾아가 그들의 육성을 기록하기 시작한다. 기록이 이어질수록 남자의 시곗줄 자국은 정교해진다. 목소리들을 기록하는 한 그 자국은 옅어지지 않으므로, 일그러진 남자는 아내의 죽음을 계속 기억할 것이다.

“손으로 꼭꼭 눌러 접은 슬픔과 죽음의 기억처럼 단단한 것들, 상실과 분노와 공포처럼 흉포하고 허기진 것들”(128쪽)을 적어나가는 일그러진 남자의 모습은 『소년7의 고백』을 쓴 안보윤의 모습과 겹친다. 자신과 타인의 아픔을 손목에 난 자국처럼 생생히 느끼고, 우리에게 일어난 일들을 잊지 않으려 다짐하고, 일그러진 세계를 고발함으로써만 우리는 불행의 순환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다. 그리고 지금, 작가 안보윤이 『소년7의 고백』으로 또하나의 움직임을 만들어내기 시작했다.

*

일그러지다.

세계를 떠올리면 늘 저 단어가 떠올랐다. 사람과 사물과 감정과 상식에 ‘일그러진’을 붙이면 이 세계가 되었다. 누구도 바라지 않는 순환이 있었고, 그 아래에는 대개 일그러진 그림자들이 서로의 목을 밟고 서 있었다. (……)
세계를 떠올리며 숨을 몰아쉬지 않아도 되는 날이 올까. 검은 분진이 날리는 글자들을 빼고도 세계에 대해 기록할 수 있는 날이 올까. 가죽 주머니를 꽉 움켜쥐고 기다리면 어느 날은 홀가분하다, 라고 쓸 수 있는 날이 오기도 할까. _‘작가의 말’에서

안보윤의 소설을 읽는 일은 마음의 표면에 수많은 실금들을 갖게 되는 경험이다. 겉으로 보기에는 대수롭지 않으나 표면 아래에는 날카로운 칼로 깊이 베인 듯 잊기 힘든 아픔들이 남고, 선과 악, 가해와 피해 같은 단순한 단어들로는 설명되거나 해소되지 않는 복잡한 질문들이 맺힌다. 세계의 시선이 그냥 지나쳐버리는 곳, 인간에게 가해지는 숱한 폭력을 말할 때조차 가시화되지 않는 가장 고독한 지점들에 그는 예민하고도 집요한 관찰자로 버티고 서서 우리의 시선에 깃든 타성과 무심함을 고발한다. 조용하고 성실해서 더 치명적인 분노가 있다면 바로 이런 것이 아닐까. _윤이형(소설가)

이 세계는 나와 나와 나들이 모여서 하나의 ‘큰 나’로 통일되는 것도 아니고, 나와 나와 내가 상호작용하면서 조화를 이루는 것도 아니다. 이들은 그저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얽히고설켜 점점 더 엉망인 세상”을 만들어간다. (……) ‘나와나와나의 세계’는 바로 이 출구 없는 악무한의 세계다. 금지하는 자가 금지되고 질책하는 자가 질책받으며 징벌하는 자가 그 대가를 치르는 세계. _양윤의(문학평론가)

회원리뷰 (2건) 리뷰 총점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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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 7의 고백 내용 평점4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YES마니아 : 골드 스타블로거 : 블루스타 꿈*******자 | 2022.07.04 | 추천4 | 댓글2 리뷰제목
문제는 인간의 생이 그렇게 짧지 않다는 데 있지. 환호와 응원이 모두 끝나버린 뒤에도 버텨내야 할 생이 남아 있거든, 훨씬 더 비루하고 끔찍한 모양새로 말일세. (124) 돈이 돈을 쫓는 것처럼 가난은 가난을 쫓습니다. 불행을 맹렬히 뒤쫓는 건 불행뿐이죠. (248)   단편 소설은 어려워 가능하면 읽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읽을 수밖에 없다. 작가가;
리뷰제목

문제는 인간의 생이 그렇게 짧지 않다는 데 있지. 환호와 응원이 모두 끝나버린 뒤에도 버텨내야 할 생이 남아 있거든, 훨씬 더 비루하고 끔찍한 모양새로 말일세. (124)

돈이 돈을 쫓는 것처럼 가난은 가난을 쫓습니다. 불행을 맹렬히 뒤쫓는 건 불행뿐이죠. (248)

 

단편 소설은 어려워 가능하면 읽지 않으려고 한다. 하지만 좋아하는 작가의 책은 읽을 수밖에 없다.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가 뭔지 알고 싶으니까. 안보윤 작가의 책을 좋아한다. 그래서 읽은 책이지만 단편이라 망설였던 건 사실이다. 단편 소설은 쉽지 않으니까. 그래도 좋아하는 작가라는 사실 하나로 읽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읽기를 잘했노라고.

 

모두 9개의 단편으로 구성된 소설 중 기억에 남는 것이 있다. ‘포스트 잇’. 윤리교사가 가정폭력으로 생을 마감한 여학생을 모욕했다는 누명을 쓰고 인터넷에 회자 된다. 하지만 과연 그 말이 맞을까? 단편 소설은 윤리교사 또한 여학생의 죽음을 외면한 사실이 밝혀진다. 나와는 상관 없을 거라 생각하고 무시했던 일. 그리고 나 아니고 다른 사람이 도와줬을 거라 믿었지만 아무도 도와주지 않았던 사실. 윤리교사는 억울했을지 모르지만, 진실을 알면 억울하다는 자체가 말도 안 되는 거지. 나는 타인에게, 나와 상관없는 사람에게 관심이 없다. 그들이 무슨 인생을 살던, 어떤 모습을 하든 상관하지 않는다. 하지만 이런 나 같은 사람 때문에 누군가가 죽을 수 있다는 사실. 그럼에도, 나는 아마 변하지 않을 것이다. 나는 나와 상관없는 누군가의 인생에 관여하고 싶지 않고, 알고 싶어 하지 않으니까. 하지만, 그래서 슬펐다. 나 같은 사람이 많을수록 거리의 누군가가 죽을 수도 있을 테니까. 타인의 불행이 나에게 다가오지 않게 외면하는 사람이라니..

 

순환의 법칙이라는 단편 또한 내 삶을 돌아보게 한다. 도운은 다단계 사기로 여자친구 미주를 끌어들이고 미주는 그런 도운의 돈을 훔쳐 달아난다. 그런 어느 날 미주는 호텔 무료숙박권에 당첨된다. 미주가 묵게 된 방은 자꾸만 바뀌고 호텔 라디오에서는 끔찍한 사연을 시도 때도 없이 들려준다. 순환하는 방은 벗어날 수 없는 불행한 세계를 비유하는 것 같아 답답하고 아프기만 하다.

 

불행은 뫼비우스의 띠처럼 연달아 오는 것일까? 사는 게 쉬우면 좋겠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고, 내가 하고 싶은 것만 하며 살고 싶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 하고 싶지 않은 것을 해야 하고, 참아야 하는 것도 많다. 왜 이 소설의 인물들은 모두 힘들고 아픈 삶을 사는지. 20대 초반의 내 아이들도 인생이 힘들겠지? 그게 인생이라고, 그렇게 모두 가장의 무게를 견디는 거라고 말할 수 있을까? 하고 싶은 것만 하고 눈치 보지 않는 삶. 이런 삶을 사는 사람은 세상에 얼마나 될까? 사는 것에 무심한 편이지만, 내 아이들이 누군가의 눈치를 보는 삶을 살 수 있다는 것이 서글프기도 하다.

 

안보윤의 단편 소설. 어렵기도 하지만 많은 생각하게 하는 책임에는 틀림이 없다. 소설보다 더 소설 같은 우리네 인생들. 모두 파이팅하기를. ^^

 
댓글 2 4명이 이 리뷰를 추천합니다. 공감 4
나와나와나의 세계, 그리고 우리들의 무관심에 대한 이야기 내용 평점5점   편집/디자인 평점5점 인***험 | 2018.03.18 | 추천3 | 댓글0 리뷰제목
안보윤 작가는 매작품마다 흔히들 말하는 '무관심'의 근간을 흔든다.요즘 사람들은 무관심이 매너다. 남의 일에 끼어들어봤자 괜히 분란만 일으킬것 같고, 또 사실관계도 확인 되지 않았는데 무슨 정의감 이랍시고 간섭하는 것들은 죄다 불필요한 일들이라고, 그냥 묵인하고 조용히 자기 갈길이나 가는게 맞는거라고.그렇게 배우고 믿고, 믿게되니 그런것도 같아서 사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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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보윤 작가는 매작품마다 흔히들 말하는 '무관심'의 근간을 흔든다.

요즘 사람들은 무관심이 매너다. 남의 일에 끼어들어봤자 괜히 분란만 일으킬것 같고, 또 사실관계도 확인 되지 않았는데 무슨 정의감 이랍시고 간섭하는 것들은 죄다 불필요한 일들이라고, 그냥 묵인하고 조용히 자기 갈길이나 가는게 맞는거라고.
그렇게 배우고 믿고, 믿게되니 그런것도 같아서 사실이 되어버리고, 그렇게 서로는 회색인간처럼 살아가게 되고.

9개의 단편중 밝고 따뜻한 작품은 하나도 없었다. 모든 소재가 이유없이 화끈거렸고, 잔기침을 하게 만들었으며, 입안에 고여있지도 않는 침만 꿀꺽 삼키게 만들었다.

어쩌면 부끄러움이 전부였다. 그리고 너무나 미안했다. 태초에 창조주가 인간을 부끄러움이 가득한 존재로 만들었기에, 소설속 이야기였음에도 쿵쾅거리는 심장 소리를 들으며 매 페이지 마다를 소심하게 넘겼다. 그나마 나는 이런 감정이라도 가지고 있다는 위안을 삼으며 말이다.

<포스트잇>은 무관심의 세상이 빚은, 그러면서 오해 가능한 상황까지 겹쳐버린, 우리 모두가 살인자이자 공범일 수 밖에 없는 우연을 섬뜩하게 그려냈다. 윤리선생은 왜 항변하지 않았을까? 자신이 아니라고 나는 그날 거기에 그냥 서 있을 뿐이라고 왜 말을 못했을까?
나의 답답함은 결국 이세상 모든 일들이 바로 나와나와나의 세계이면서, 너와너와우리들의 세계로 연결됨을 암시한다. 우리는 그렇게 서로가 서로에게 날선 부메랑을 날려가며 살아간다. 아무일도 일어나지 않았다고 믿으면서 말이다.

<불행한 사람들>에서는 작가가 누구에게 들었는지 직접 경험했는지, 아니면 어느 기사나 구직광고에서 보았는지는 모르겠지만 말뚝의 인생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을 소재로 삼았다. 나 역시 20대초반 학비문제로 잦은 휴학을 하며 어디선가 불행과 불안과 분노를 참으며, 주은처럼 말뚝으로 살았던 적이 있었다. 갑의 관계에 있던 여러 사람들은 나를 소모품 대하듯 했다. 언제라도 벼룩시장이나 교차로와 같은 구인전문 무가지들엔 돈만 몇푼 이체해주면 나를 대체할 잉여들로 넘쳐났다. 그랬기에 우리들은 더욱 진짜같은 말뚝행세에 매진했다.
가난은 인간을 구속한다. 이성조차 지배해버리는 돈의 세계. 그리고 인간성이라고는 코빼기도 보이지 않는 아주 거룩하기만 한, 참..잘..난, 대한민국.
지금도 별반 다를바 없다.

p97. 스쳐지나가는 것 이상의 의미를 두어서는 안 되는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을 나는 자꾸 잊고, 새삼 깨달았다.


<일그러진남자>는 아무 잘못이 없다. 단지 그에게 닥친 형벌과도 같은 과거의 아픔을 다른 사람이 겪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에서 정의를 몸소 실천한 것 뿐이다. 그는 결코 그런 정도의 용기와 결단력을 갖고 있는 사람이 아니었다. 하지만 나와 같은 아픔을 다른 사람이 겪지는 말아야지 와 같은 공감은 항상 품고 살았다. 우리 대부분도 그 '공감'이라는 단어에 공감하지만 실천으로 옮길 수 있는 사람은, 글쎄 몇 이나 될까? 그리고 그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우리가 얼마나 공감할 수 있을까? 단지 난 그런 고통에 빠지지 않았다는 다행스런 한숨이, 이 글을 읽고 난 후 말도안되는 환멸로 변했다. 다시 또 몇 번이나 부끄러워졌다.

p127 살아남았다고 해서 모두 다 숨을 쉴 수 있는 건 아니에요. 그렇게 말하더군요. 살아남았다고 해서 모두 다 살아 있는건 아니라고 말일세.


<여진>은 아마도 지진이 일어났을때 말하는 그 여진을 뜻하나 보다.
층간소음으로 인한 살인사건을 모티브로 했지만, 속뜻은 그것과는 전혀다른 의미를 갖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아래층 남자는 윗층에서 울려퍼지는 아이들의 '도도두두'놀이로 인한 쿵쾅거림을 참지 못하고 결국 위층 노부부를 잔인하게 살해한다. 하지만 작가는 층간소음이 발생한 사건의 맥락보다는 이 살인이 발생하게 된 배경, 이를테면 손자손녀를 봐야하는 조부모의 현실과, 살인을 저지르게 한 근본적인 동기가 바로 아이들 자신 때문이라는 것을 어린 그들이 알아버렸을때 받게 되는 충격, 상처에 관해 더 깊이 있게 썼다.
안보윤 작가의 인터뷰를 읽다보니, 이 단편을 장편으로 쓰고 싶다고 했다. 작가의 모든 책을 읽어본 바, 분명 장편에서 더 역량을 발휘할 것으로 기대된다. 이 단편의 리뷰는 그때가서 다시 해보기로...

 

<이형의 계절> 이 작품과는 관계없지만 작가 윤이형(본명 이슬) 역시 자신의 가명을 이 단편에 등장하는 주인공의 이름과 같은 한자로 사용하고 있을 것이다.물론 본명이 아니니 한자가 없을 수 도 있지만...

異形..다른 형상, 무언가 현실과는 다른 그 무엇

이 단편을 윤이형 작가가 좋아했을것 같다. 그래서 일까? 이 소설집의 추천사를 윤이형 작가님이 썼다.

<때로는 아무것도>에서의 환청은 새롭게 해석된다.
'중요한건 그런게 아니지'를 중요한 타이밍에 해주는 어떤 존재.
우리 인간이 그런 존재를 만나 매순간 조언을 듣고 최적의 결정을 내린다면, 그 결정은 합당할까? 
내 판단으로는 분명, 번거로운 일이 더 불편하기 때문에 가볍게 지나쳐버린 것인데, 의도와는 다르게 이상하게 배배꼬여버린 너무나 많은 일들은, 어떻게 설명해야 변명이라도 될 수 있는 걸까?

이번 소설집에서 그나마 한번 크게 웃은 단편이었다.
냉동닭이 허공을 가르는 장면.
그 어린나이에 도영의 기억속 한 순간으로 포착하고 있는 그 부분에서 왜 그렇게 웃음이 났을까? 세쌍둥이의 재잘대는 잡담은 또 얼마나 희극적이었는지.

"아무것도 아니라고 생각했던 것들이 때로는 세상의 전부가 되기도 한다는 뜻인가요 
"반대이기도 하고. 세상의 전부라고 생각했던 게 한순간 아무것도 아닌 게 되기도 하니까.


<순환의 법칙>은 전에 호텔프린스 책에서 미리 읽었다. 그리고 내 블로그 어딘가에 이렇게 써두었다.

매번 느껴왔던 거지만 안보윤 작품은 고어 스러움이 소재로 등장할 때가 있다.
공포의 민낯을 여실히 드러내는 그녀의 작품들은, 이번에는 개구리를 뜨거운 물에 집어넣는 것과 염산테러를 당한 5살짜리 아이를 소재로 삼았다.

고통이 순환된다는 것인지, 아니면 원래 자리잡은 행복이 불행의 이중나선에서 결코 헤어나오지 못한다는 것인지는 일견 이해가 되지는 않았지만(작가의 해석이 일정부분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분명한 것은 일생을 살면서 다양한 일(좋은, 나쁜)은 한가지 유형만 반복되지 않는다는 점이다.

어떻게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때까지 고통속에서만 살 수 있겠는가? 그리고 행복하게만 살 수 있겠는가?
외부에서 오는 고통의 강도가 자신이 충분히 감내할 수 있는 양으로 판단된다면, 행복이라는 방향추 쪽으로 더 큰 힘을 실어 볼 수 있을 것이다.

<어느 연극배우의 고백>


사람의 기억은 비열하고 앙큼해서 지나간 것들, 사라진 것들에 대해 무턱대고 관대해요. 미화하는 속도도 빠르죠.

존재하지 않음으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는 한 연극배우에 대한 이야기.
그는 사라진 것으로 모두가 알고 있지만, 우리들 어딘가에서 행동 하나하나를 바라보고 있을지도 모른다. 이 단편이 의미하는 바가 쉽지가 않았다. 작가가 의미심장하게 설명하고 싶었던 이야기가 있을 것 같다. 기회가 되면 꼭 물어봐야겠다.
연극천재 '그애'는 왜 사라져버린 것일까? 작가는 왜 그를 사라지게 만들어 버렸을까? 천재적 재능을 가진 대상에 대한 극작가의 질투심? 아니다. 그렇게 단순하지 않을 것 같다. 이 작품은 여러번 다시 읽어봐야겠다.

관심있게 보아온 작가들의 소설은 어쩌다 우연히 책으로 발간되기 전 미리 읽을 기회가 종종 있다.
표제작인 소년7의 고백순환의 법칙이 그렇다.
재미있는 사실은 몇년이 지나 다른 여러 작품들과 한권으로 묶여 발간되었음에도 몇줄을 읽자마자 '어라? 이거 그때 그 작품인데?'라며 즉시 기억에서 불러들여진다는 점이다. 매년 몇십권의 소설(소설집)을 읽는데도 애정하는 작가의 작품들은 쉽게 잊혀지질 않는가 보다.

이 책은 출판된 날로부터 하루만에 나에게 왔다. 그만큼 기다렸다. 마침 기회가 좋아 책을 바로 살 수 있어서 안보윤 작가 트위터에 이렇게 남겼다.

"소설집 고맙습니다. 감사히 잘 읽을게요. 언제나오나 기다렸는데...항상 열심히 써주신 덕에 행복한 책읽기 하고 있답니다."

그랬더니, 작가님이 친히 답글을 달아주셨다.

"감사합니다! 읽어주시는 분이 있어 행복한 글쓰기(사실은 조금 힘들지만요 엉엉)하고 있습니다^^"

창작의 고통을 나 따위가 어떻게 알겠냐만은, 정말이지 목숨걸고 쓰고 있다는 그 마음만은 충분히 와 닿았다. 그녀의 책을 통해 이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 관심을 가지는 혹은 공감할 수 있는 능력치가 +1 향상 되었다는 나름의 노력상(?)을 받은 기분이다.
또다른 작품을 통해 이번에는 어떤 +1을 받을지 기대된다. 마냥 기다려진다.


책 속으로

p60 - 내 소설 속 세계는 이렇습니다. 지구상에 존재하는 인간은 한 명뿐인데 그의 전생과 현생과 후생이 전부 뒤엉켜 지표면 위로 쏟아져나와 있는 상태인 겁니다. 그가 삼천 번쯤 죽고 환생하길 거듭했다면 삼천 명이 동시에 튀어나와 제각각 살아가는 거죠. 세계에 깔려 있는 모든 사람이 근본적으로는 나인 셈입니다. 나는 나에게 영향을 받고 또다른 나에게 영향을 주고 그게 얽히고설켜 점점 더 엉망인 세상을 만들어갑니다. 세계 어느 곳에서 나는 나를 돕거나 위로하고 반대편에서 나는 나를 괴롭히거나 죽입니다.

p90 - 주은씨, 인간적이라는 게 뭔지 알아요? 설움이나 고통이나 상실이나 그딴 걸 구구절절 이해한다는 게 뭔지 알아요? 그건 가난한 인간이라는 거예요. 가난을 이해하는 건 가난한 사람뿐이에요. 말뚝을 이해하는 건 우리 같은 말뚝뿐인 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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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줄평 (2건) 한줄평 총점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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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매 평점5점
잔뜩 기대하고 있는 책^^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b******l | 2018.04.13
구매 평점5점
신간나오기를 기다렸어요
1명이 이 한줄평을 추천합니다. 공감 1
YES마니아 : 로얄 f*****m | 2018.0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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