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권의 책을 브랜드에 비유한다면, 좋아하는 곳에서 좋아하는 것들을 접하고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과 즐겁게 이야기를 나누며 쓰고 싶은 글을 쓰는 일 또한 올바른 브랜드라고 생각합니다. 다른 지역에도 좋은 브랜드가 많이 있겠지만, 제가 좋아하는 곳에서 찾아보고 싶었습니다. 단지 그뿐입니다. 잠시나마 이곳에 살면서 좋은 생각을 지닌 사람들을 만나고, 거창하진 않을지라도 묵묵히 자신만의 것을 만들어가는 소소한 브랜드들의 이야기를 기록했습니다.
28쪽, 「브랜드와 브랜드적인 삶에 대하여」에서
브랜드는 지극히 주관적이다. 어쩌면 사람과 사람 간의 관계와도 비슷하다고 할 수 있다. 그 사람의 인상이나 태도, 가치관이나 겉으로 보이는 스타일 등 여러 이유에서 그런 좋고 싫음이 생기기 마련인데, 이는 브랜드를 대하거나 어떤 공간에 대해서도 비슷하다. …… 아마 누구나 지극히 개인적이고 사소한 몇 가지 이유로 어떤 공간을 좋아하기도 하고, 반대로 별것 아닌 것 때문에 다른 어떤 공간에는 발길을 끊기도 한다. 마음이 가지 않는 것은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아마도 모든 사람을 만족시키는 공간은 세상에 존재하지 않을지도 모른다.
37쪽, 「한없이 따스한 비밀의 공원 · 오브젝트늘」에서
겉모습만을 믿는 것이 아니라 내면을 찬찬히 들여다보고 새롭게 해석하는 것, 거기에 나름의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자신만의 사적인 예술로 승화시키는 것. 어쩌면 많은 것을 쉽게 지나쳐버리고 새로운 것만 좇는 지금의 우리에게 꼭 필요한 자세가 아닐까 싶다.
81쪽, 「두 번째 미술관, 두 번째 삶 · 세컨드뮤지오」에서
문득 사람은 매일 무엇을 보는지가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똑같은 일도 어떻게 보이는지에 따라 대하는 마음이 달라지죠. 어느 순간 마음이 편해지고, 예전보다 많이 천천히 지내요. 여기에서 눈에 보이는 것들 때문이라고 믿어요.
89쪽, 「제주의 속살을 이야기하는 사람들 · 매거진 《인》」에서
굳이 누군가의 소중한 시간과 노력을 들여 희생을 감수하면서까지 수고스러움을 이어갈 수는 없다. 사람들이 좋아한다는 이유로 억지로 할 필요도 없다. 스스로가 즐겁지 않은 일을 주변의 시선이나 반응 때문에 마지못해 이어가는 것이야말로 우리가 살아가는 데 지양해야 하는 소위 마케팅적인 사고라고 생각한다. 앞에서도 언급했지만 내가 즐거워야 다른 사람들도 즐겁다. 최소한의 현실적인 부분이 충족되지 않으면 아무리 좋은 취지의 활동도 지속하기란 쉽지 않다.
134-135쪽, 「섬마을 작은 영화관 · 우리각자의영화관」에서
원하는 곡의 분위기를 만들기 위해 스스로 납득할 만한 이유를 찾으려고 한다. 어떤 물리적인 기준이 있는 건 아니지만, 감각적으로 ‘이제 되었다’라고 느끼는 지점에 이르면 프로듀서에게 굳이 설명하거나 설득하지 않아도 공감을 얻는다. 자연스러운 것에는 과하거나 어긋남이 없다.
157쪽, 「바다의 플레이리스트 · 강아솔」에서
브랜드는 규모가 아니라 방향이다. 지역 주민이 주체가 되어 운영하고 참여하는 공간, 오래된 장소를 보존하고 새롭게 활용하는 공간, 결코 세련되지는 않았지만 지역 주민과 여행객에게 특별한 경험을 제공하는 공간. 시간의 흐름과 지역의 기억을 이어가고자 하는 그들의 자세와 그에 기반한 여러 활동들이 지역의 거리를 되살리는 계기가 되고 있다.
188쪽, 「함께 만드는 오래된 미래 · 서귀포관광극장」에서
두 사람은 좋은 제품, 좋은 브랜드를 만들기 위한 덕목으로 정직과 정성을 꼽았다. 상품을 만들 때는 늘 정직해야 하고 정성을 들여야 한다. 마찬가지로 소비자에게 제품을 판매하는 것에도 늘 정직하고 정성을 다해야 한다. 당장의 이익에 눈이 멀어 제품을 속여 만들거나 소비자를 기만하지 않는다.
212쪽, 「자연의 맛 요구르트 · 아침미소목장」에서
두 사람은 이곳에서 적지 않은 위로를 받았기 때문에 다른 곳과 경쟁하거나 더 잘하려고 애쓰지 않으려 한다. …… 두 사람이 좋을 만큼만, 두 사람이 좋아하는 일이 싫어지지 않을 정도로만 운영한다. 좋아서 시작한 일로 도리어 스트레스를 받거나 마음을 다치지 않기 위함이다. 조급함은 본연의 색채를 잃게 한다.
233쪽, 「가장 제주스러운 책방 · 소심한책방」에서
누군가가 어떤 일에 대해 소명 의식을 지니고 꾸준히 지속할 때 사람들은 비로소 그것을 브랜드라고 부릅니다.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일이라면 그게 무엇이든 심취할 만한 가치가 있고 또 잘해낼 자격이 있습니다. 무심코 지나친 작은 브랜드가 그 올곧음을 지켜내 언젠가 수많은 사람들의 입에 오르내리는 브랜드로 성장할지도 모르는 일입니다. 책에서 언급한 여덟 가지 브랜드 모두 적어도 저에겐 브랜드였기에 꼭 그렇게 되었으면 하는 바람입니다.
---249쪽, 「마치며」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