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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우리는 모두 어른이 될 수 없었다

[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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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본소설 top100 6주
정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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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3월 29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244쪽 | 320g | 128*188*20mm
ISBN13 9788984373495
ISBN10 8984373494

책소개 책소개 보이기/감추기

책 속으로 책속으로 보이기/감추기

“언젠가 트위터에 댓글을 달아준 적 있는데, 혹시 기억 안 나요?”
그녀는 타이트한 스커트 주머니에서 꺼낸 스마트폰으로 오래 전 트위터에서 오간 대화내용을 보여주었다. 내가 언제 그녀와 그런 대화를 나누었는지 기억하려고 애써보았지만 전혀 떠오르지 않았다.
“트위터 사진이 예쁘네요. 당신이 예쁘다는 사실을 너무 늦게 알아봐서 미안해요.”
“아, 그래요? 예쁘다니 기분 좋아요. 자, 그럼 예쁜 여자와 사진 한 컷 찍어야죠.”
그녀는 스마트폰을 셀프모드로 바꾸며 다정하게 내 팔짱을 끼었다.
“치즈.”
연회장 여기저기에서 왁자지껄 떠들어대고, 건배하고, 셀프카메라로 사진을 찍는 일련의 의식이 모두 끝나갈 무렵 그녀의 목소리가 갑자기 은근해졌다.
“저기요, 메일로 사진을 보내드릴게요.”
그녀가 씽긋 웃어 보이고 나서 연회장을 떠나는 손님들에게 일일이 인사를 건넸다. 파티참석자들 대부분이 밖으로 빠져나가고 나서 스마트폰 진동이 울렸다.
--- p.11~12

흔들리는 전동차 안에서 스마트폰 화면을 들여다보고 있는 동안‘알 수도 있는 사람’이라는 글과 함께 한 여성의 이름이 떠올랐다. 나는 흔들리는 몸의 중심을 잡기 위해 전동차 손잡이를 부여잡으면서도 그 이름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지난날 내 자신보다 소중했던 여자, 바로 그녀의 이름이 화면에 떠올라 있었다.
‘오자와(가토) 가오리’
모처럼 그 이름을 대하자 감회가 새로웠다.
승객들을 가득 태운 전동차는 예정대로 가미야초 역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문이 열리는 순간 승객들이 마치 눈사태라도 난 듯 플랫폼으로 쏟아져 내렸다. 문이 닫히기 직전 나는 전동차에서 내리기 위해 서두르는 승객들을 피하며 ‘오자와(가토) 가오리’의 페이스북 페이지를 들여다보았다.
마침내 전동차 문이 야멸치게 닫혔다. 전동차는 눈에 띄게 줄어든 승객들을 태우고 가스미가세키를 향해 출발했다. 가까스로 제정신을 차린 나는 어시스턴트에게 갑작스레 일이 생겨 늦을 테니 기다리지 말고 먼저 회의를 진행하라는 문자메시지를 보냈다.
--- p.14~15

전동차 안은 여전히 사람들로 북적였고, 가끔 심하게 흔들렸다. 전동차 밖으로 낯선 풍경이 지나갔다. 너무 멀리 왔다는 생각이 들어 전동차가 멈춰 서자마자 서둘러 내린 다음 주위를 살펴보니 우에노 역이었다. 샐러리맨들이 마치 좀비처럼 떼를 지어 개찰구를 통해 플랫폼으로 쏟아져 들어왔다. 좀비 물결에 이리저리 떠밀리면서도 나는 가오리의 페이스북 페이지에서 눈을 떼지 못했다.
“어?”
아뿔싸! 나도 모르게 낭패스런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샐러리맨들에게 이리저리 떠밀리다 실수로 그만 친구 신청 버튼을 눌러버렸기 때문이다. 예기치 않게 발생한 일이라 몹시 당황스러웠다. 망연자실한 얼굴로 멍하니 서 있는 동안 출근이 바쁜 샐러리맨들이 내 몸을 스치며 지나갔다.
나는 시간이 멈춰버린 듯 우두커니 서서 ‘친구 신청이 완료되었습니다.’라는 알림표시가 떠올라 있는 화면을 우두커니 들여다보았다.
--- p.18~19

내가 만화 이야기를 꺼내자 갑자기 그녀의 목소리가 한 옥타브 올라가더니 열정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기 시작했다. [동몽]에 나오는 풍압風壓에 대한 묘사가 후세 만화가들에게 얼마나 지대한 영향을 미쳤는지 이야기하는 동안 그녀는 내 시선을 회피하지 않고 끝까지 주시했다. 방금 전까지 다소곳이 앉아 발치만 하염없이 내려다보던 여자는 어디론가 사라지고 어느새 당당하고 자신감 넘치는 여자가 눈앞에 앉아 있었다. 그녀의 활기찬 태도 덕분에 나도 점점 대화에 몰입할 수 있었다.
“오토모 가츠히로의 컷 분할이나 묘사는 세계적 수준으로 손색이 없죠.”
그녀가 힐끗 나를 쳐다보았다. 자못 당돌한 눈빛이었다.
“ [뷰티풀 드리머]를 몇 번 보았죠?”
“두 번 봤는데요.”
“겨우 두 번?”
--- p.37~38

돌이켜보건대 내 인생에서는 유일하게 대체 불가한 존재가 있었다. 어느 누구도 가오리를 대신하지는 못했다. 마약환자들이 처음에는 가볍게 시작했다가 중독이 되고, 심각성을 깨달았을 때는 이미 늦어버리듯 가오리를 처음 만날 당시 내 형편도 비슷했다. 그저 함께 있어줄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는 생각으로 시작한 관계였지만 어느새 그녀에게 깊이 중독되었다는 사실을 한참 시간이 지나서야 깨닫게 되었다. 얼마나 깊이 중독되었던지 그녀를 대체할 상대를 끝내 찾아내지 못했다.
마음의 상처도 여러 종류이다. 상처는 시간이 흐르면 대부분 저절로 치유되지만 아무리 많은 세월이 흘러도 끝내 그대로 남아 있다가 부지불식간에 통증을 불러일으키는 상처도 있다. 페이스북이 무신경하게 들이민 가오리의 페이지를 보는 순간 내 마음 깊은 곳에 도사리고 있던 상처가 다시 심상치 않은 통증을 불러일으켰다. 가오리는 내게 추억의 방 속에 가둬둘 수만은 없는 존재였다.
--- p.77~78

“배낭에 뭐가 들어 있어?”
가오리가 호기심어린 눈빛으로 물었다.
“그냥 속옷, 칫솔, 양말 따위야.”
“여행자 차림이네.”
가오리가 웃으며 말했다.
“신칸센을 타고 도쿄를 벗어났으니 여행이잖아.”
“내게는 여행이 아니라 사랑의 도피야.”
가오리가 배시시 웃으며 내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가오리는 계절이 바뀔 때마다 갑작스러운 여행제안을 했고, 나는 한 번도 거부하지 않고 받아들였다. 가오리가 정한 공식으로 보자면 남쪽 나들이는 바캉스, 북쪽 나들이는 사랑의 도피였다. 기분에 따라 즉흥적으로 하차할 역을 결정했고, 열차에서 내려 한참 동안 낯선 거리를 걷거나 한적한 공원의 그네에 멍하니 올라 앉아 있는가 하면 헌책방에 들어가 선 자세로 책을 읽기도 했다. 인테리어가 독특한 라멘가게를 발견하면 무작정 안으로 들어가 먹어보기도 했다.
나는 맛이 기가 막힌 음식점, 혼자 보기에는 아까울 만큼 근사한 풍경, 난생 처음 대하는 구경거리를 발견했을 때 함께 즐거워해줄 사람이 옆에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흡족했다.
--- p.109~110

나는 가오리의 체온이 아직 남아 있는 《은하철도의 밤》을 받아들었다.
“미야자와 겐지는 도호쿠에서 성장기를 보냈어. 누이의 병을 치료하기 위해 도쿄로 이주해 살았지만 단 한 번도 일본을 떠나본 적이 없었지. 그런 사람이 은하여행을 그린 책을 쓴 거야.”
가오리가 차창으로 들이비치는 아침햇살에 눈이 부신 듯 커튼을 반쯤 내리며 말했다.
가오리가 내 눈을 바라보며 한 마디 덧붙였다.
“어디로 떠나느냐가 중요한 게 아니라 누구와 가느냐가 중요하다고 생각해. 미야자와 겐지는 아마도 병든 누이와 은하여행을 떠나고 싶었을 거야.”
가오리가 내 눈을 바라보며 말했다.
나는 뭐라 말해야 할지 알 수 없었고, 내가 미처 대답하기도 전에 가오리가 방금 결정한 듯 즉흥적인 계획을 털어놓았다.
“방금 전에 오늘 어디를 둘러볼지 결정했어. 미야자와 겐지 기념관에 가보는 거야. 야마네코켄(山猫軒 미야자와 겐지의 동화 《주문 많은 고양이》에 나오는 가게를 모티프로 만든 레스토랑 : 옮긴이)에 가서 레몬티를 마시고 싶어.”
--- p.112~113

지난 20여 년 동안 이루 헤아릴 수 없을 만큼 많은 직원들이 회사를 떠났다. 늘 마음속 어딘가에 그들이 남긴 발자취가 남아 있었다. 그 반면, 끊임없이 어딘가로 도망치고 싶어 했던 나는 정작 이 도시를 벗어나지 못했다. 늘 떠나기를 꿈꾸면서도 여전히 이 도시에서 부유하는 내 처지가 답답하기 그지없었지만 솔직히 모든 걸 버리고 떠나자니 두려운 마음이 앞서기도 했다.
도호쿠로 향하던 신칸센에서 가오리가 내게 했던 말이 불쑥 떠올랐다.
“어디로 가느냐가 아니라 누구와 가느냐가 더 중요해.”
운전기사가 차의 라디오 채널을 만지작거렸다. 록발라드와 DJ 의 멘트가 뒤섞여 들려왔다. 운전기사는 라디오 채널을 고정해두지 않고, 여기저기로 바꾸는 스타일이었다. 여전히 세차게 내리는 비가 왜건 지붕을 정신없이 두들겼다.
--- p.186~18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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