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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억의 야상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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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4월 16일
판형 양장?
쪽수, 무게, 크기 408쪽 | 502g | 1215*188*30mm
ISBN13 9791196123444
ISBN10 11961234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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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은 개인적으로 관심이 있는 사안이 있어서 말입니다. 선생은 세타가야에서 일어난 쓰다 신고 살해 사건의 변호를 맡으셨죠.”
“그래, 피고인이 범행을 자백해서 양형만을 다툰 사안이지. 바로 어제 항소 수속을 밟았고.”
“사임하고 저한테 넘겨주시지 않겠습니까?”
“뭐라고? 이거 봐, 피고인은 회사 임원도 아니고 평범한 주부라고. 지위도 명예도 재산도 없어. 나도 아는 사람의 의뢰가 아니었으면…….”
“관심 없는 사안이면 교대해도 문제될 것 없죠.”
“본인이 죄상을 인정하는 데다 여론은 그 여자한테 전혀 동정적이지 않아. 다소 감형을 받아 내도 명성을 얻을 수 있는 사건이 아니고, 항소도 본인이 고집을 부려서…….”
“여론이 동정하지 않는 피고인은 내 전문이군요.”
“대체 무슨 목적으로 그런 돈 한 푼 안 되는 재판을 맡으려는 거지?”
“당신도 채무 정리가 전문이면 사기꾼한테 가진 돈을 다 빼앗긴 의뢰인을 다룬 적이 있겠지.”
“그래. 잘도 그렇게 천편일률적인 말에 속는다 싶다니까. ‘이건 절대로 돈 되는 이야기입니다’, ‘당신한테만 특별히 알려드리는 겁니다’.”
“정말로 돈 되는 이야기는 절대 남한테 가르쳐 주지 않는 법이야.”
진의를 가늠하려는 것처럼 얼마 동안 미코시바의 표정을 살피던 호라이는 이윽고 체념한 것처럼 고개를 가로저었다. --- p.44~45

자신이 살인죄를 지는 것은 상관없었다. 한동안 감옥 생활을 해야 하는 것도 어쩔 수 없다. 하지만 오래 있고 싶지는 않았다. 자신이 돌아오기를 두 딸이 애타게 기다리고 있다. 형기를 하루라도 줄여야 한다.
아무튼 자신이 미코시바를 전폭적으로 신뢰하는 척 꾸며야 한다. 감형을 받아 내기 위해 필요 최소한의 정보는 주자. 하지만 그 이상은 끝까지 감춰야 한다. 감춘다는 것 자체도 못 알아차리게 해야 한다. 너무 잘 드는 칼은 편리하지만 위험하기도 하다. 미코시바는 딱 그런 사람으로 보였다. 그런 부류는 조금이라도 빈틈을 보였다간 끝까지 집요하게 쫓아온다. 들키면 안 된다. 의심을 사서도 안 된다.
미코시바는 아키코에게 구치소에서 나갈 때까지 아키코 편은 세상에서 자신뿐이라고 큰소리쳤다. 분명히 맞는 말일 것이다. 하지만 한편이기에 알 수 있는 비밀이 존재한다. 그렇게 생각하면 미코시바의 말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이는 것은 위험하다. 아키코의 머릿속에서 경보가 계속 울리고 있었다. 구치소에서 나갈 때까지 미코시바 레이지가 유일한 자기편이라는 것에 이의는 없다. 하지만 동시에 유일하게 두려워해야 할 적이기도 했다. 경계를 늦추지 말자. 경계를 늦추지 말자. --- p.79~80

“성가시다고 생각했어요. 밉다는 생각까진 안 했지만, 날마다 거액의 빚 생각이 나면 그때마다 어디론가 도망치고 싶어졌어요. 하지만 빚 독촉을 하러 와도 남편은 방에서 나오질 않고 상대는 늘 제가 해야 했습니다. 방에서 저랑 그 사람 목소리가 분명히 들릴 텐데도 절대 나오지 않았어요.”
미사키는 덩실덩실 춤을 추고 싶어졌다. 이 여자가 제 무덤을 팠다.
“호오, 그럼 노여움 같은 감정은 있었단 말이군요?”
“다른 부인들도 다들 그렇게 느낄 거예요.”
미코시바에게 눈길을 주니 가면이 일그러져 있었다. 불발탄이라고 안심한 순간 폭발한 꼴이다. 가면 뒤에서 꽤나 허둥대고 있을 것이다.
“질문을 마칩니다.”
법정의 분위기로 알 수 있었다. 현 시점에서도 검찰 측이 압도적으로 유리하다. 이쪽에서 고생하지 않아도 피고인이 알아서 자멸해 준다. 구형하는 입장에서 이보다 더 고마운 일은 없다.
그러자 미코시바가 천천히 손을 들었다.
“재판장님, 증인에게 반대 신문을 하겠습니다.” --- p.289

자리에서 일어난 미코시바에게 요조가 매달리는 듯한 시선을 던졌다.
“승산은…… 있습니까?”
“승산이 많고 적고로 일을 하진 않습니다.”
요조를 거실에 남겨 두고 현관으로 나오자 린코가 기다리고 있었다.
“또 뭐 할 말이 있냐?”
그렇게 묻자 린코는 여느 때답지 않게 눈을 돌렸다.
“내일이죠…….”
“너도 오려고? 미안하지만 네가 와 봤자 성가실 뿐이다만.”
“린코는 밖에서 기다릴 거예요. 내일은 할머니도 올 거고.”
“할머니?”
“엄마의 엄마요.”
친척 일동이 모두 모이는 건가. 하지만 이번 사안은 피해자도 가해자도 가족이기 때문에 어떤 결과로 끝나든 누구 하나 쾌재를 부를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래, 미코시바를 제외하면 아무도.
--- p.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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