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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은 왜 빨리 지는가

벚꽃은 왜 빨리 지는가

삶창시선-51이동
리뷰 총점9.9 리뷰 8건 | 판매지수 1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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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4월 25일
쪽수, 무게, 크기 160쪽 | 210g | 120*188*20mm
ISBN13 9788966550937
ISBN10 89665509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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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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벚꽃이 왜
봄비에 빨리 지는가
자기들 져야 속잎 나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봄 가기 전 속잎들 나와서
봄비 한번 맞아보라고 빨리 지는 것이다
봄비는 사랑 같은 것
적시고 만져지지만
느닷없이 식는다는 걸 알라고
그래서 빨리 지는 것이다

벚꽃이 왜
봄바람에 빨리 지는가
자기들 져야 속잎 나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이다
이 봄 가기 전 속잎들 나와서
사랑 한번 해보라고 빨리 지는 것이다
봄바람은 사랑 같은 것
한순간 시작되지만
느닷없이 그친다는 걸 알라고
그래서 빨리 지는 것이다
---「벚꽃」중에서



어린 시절
진짜표 타이언가
타이어표 진짠가 하는 새 고무신
학교에 가려고 논둑길 걸으면
논둑길에 찍힌
다이아몬드 모양의 기하학적 무늬
뒤를 보고 걷느라
잘 걷지도 못했습니다

청년 시절
겁 많고 의지 얕은 나는
이리 휩쓸리고 저리 휩쓸려
고양이 발자국인지 개 발자국인지 모를
어지러운 발자국만
남겼습니다

육십이 가까워지는 지금
발자국으로 시를 씁니다
그러나 시가 아무에게서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것과
아무리 노력해도
어린 시절 고무신 발자국보다
아름답지 못하다는 것을
서서히
깨달아가고 있는 중입니다
---「발자국」중에서



20년 가까이 식구들을 먹여 살리느라
쉴 새 없이 돌아가던 그의 심장이
엊그제 그만 정지해버렸다
피부는 죽은 사람보다 더 차디찼으며
내장은 녹아 방바닥을 타고 흘렀다
집안은 평화와 안정을 잃었다
그의 몸을 수리하러 온 의원은
나이가 많아 심장이 뛸지 모르겠다며
드라이버를 손에 쥔 채 집도의처럼 말했다
체온조절 장치를 고쳐주고 의원이 돌아간 뒤
집안은 다시 평화와 안정을 되찾았다
스무 살 다된 그는 사람 나이로 치면
가장인 내 나이와 맞먹는 예순쯤 됐을 터인데
요즘 혈압이 높아져 걱정인 나는
새벽 눈 뜨는 대로
내 안부를 묻듯 그의 안부를 묻는다
가장보다 더 가장 같았던 그가 근심스러워
심장은 잘 뛰고 있는지
온기는 있는지
귀를 대보고 또 손을 대본다
---「냉장고」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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