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은 사회문제 해결을 위한 과학기술혁신과 사회혁신을 융합하는 데 필요한 이론적·실천적 논의들을 다룬다. 과학기술을 활용한 사회혁신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다양한 이론과 사례도 검토할 것이다. 이를 통해 과학기술을 통한 사회문제 해결능력을 향상시키고 사회혁신활동을 지식집약화·기술집약화하는 계기를 마련하고자 한다. 그리하여 한국의 사회·기술시스템이 좀 더 지속가능하고 인간 중심적인 방향으로 진화하기를 기대해본다. --- p.6
과학기술혁신정책에서 새로운 패러다임이 부상하고 있다. 과학기술혁신과 사회혁신이 융합한 사회문제 해결형 혁신정책이 바로 그것이다. 사회문제 해결형 혁신정책은 과학기술이 우리 사회의 주요 문제를 해결하는 데 기여해야 한다는 관점에서 출발한다. 그동안 과학기술혁신정책은 훌륭한 연구 성과 창출과 산업의 경쟁력 강화를 핵심 목표로 다양한 사업을 추진해왔는데, 이제는 사회적 도전과제 해결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는 것이다. --- p.15
영역 구분은 기존에 분리되어 있던 기술, 산업, 제도에 통합적으로 접근하는 계기를 마련해 융합을 통한 새로운 혁신의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 자동차의 연비를 높이거나 에너지 절약형 주행을 가능하게 하는 네비게이션 시스템 또는 지능적인 도로교통시스템을 도입하는 혁신이 아니라 직장과 주거공간이 근접한 도시설계, 개인화된 이동서비스를 제공하는 공공교통시스템, 개인 소유의 교통수단을 공유하는 공유경제, 이를 가능하게 하는 ICT시스템, 전기자동차와 스마트 그리드 등 에너지·환경·혼잡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대안을 설정할 수 있다. 이는 시스템 전환의 관점에서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것이자 새로운 산업영역을 형성하는 것이다. --- p.34
그동안 많은 연구자들이 연구에 대한 윤리적 평가를 연구·혁신활동의 속도를 늦추는 귀찮은 장애물 정도로 여겨온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반면 RRI 옹호자들은 RRI가 던지는 연구개발 활동의 목적과 동기에 대한 질문들이 새로운 연구를 촉진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연구개발의 목적과 동기에 관한 질문을 던지고 여기에 답하는 과정에서 과학연구에 대한 사회적 수요와 기대가 무엇인지, 또 어떤 연구가 수행되지 않은 과학으로 남아 있는지가 새롭게 부각될 수 있다는 것이다. 재생에너지를 비롯한 환경부문에서의 선구적인 혁신이 대표적인 예일 것이다. --- p.49
이처럼 RRI는 연구의 진실성과 윤리성뿐만 아니라 다양한 이해당사자의 참여도 연구와 혁신활동 과정에서 요구되는 책임으로 간주한다는 점에서 특징적이다. RRI의 주체는 과학자, 연구기관, 기업, 국가뿐 아니라 일반 시민과 이해관계자를 포함한 사회 전체인 것이다. RRI는 기술영향평가, 사회문제 해결형 혁신, 예견적 거버넌스, 사회·기술시스템, 가치 민감형 디자인, 대중의 과학기술 참여 등 기존의 다양한 연구흐름을 사회에 대한 책임이라는 하나의 개념 틀로 묶고 있다. --- p.52
수행되지 않은 과학기술에 대한 연구는 기술발전으로 인해 발생하는 위험과 생활영역에서 발생하는 사회문제에 대한 연구의 필요성을 환기시킨다. 그리고 과학기술계의 관점이 아니라 시민사회의 관점에서 과학기술활동이 필요한 영역을 탐색하는 접근이라고 할 수 있다. 과학기술의 최종 사용자인 시민사회의 관점에서 혁신을 바라보는 통로를 연 것이다. --- p.102
한국도 유사한 상황에 처해 있다. 추격형 혁신정책과 이론을 개발해오면서 산업 육성에 초점을 둔 과학기술혁신정책의 논의와 제도들이 성숙단계에 도달했으며, 공무원과 정책연구자, 혁신연구자들도 산업혁신 중심의 논의에 익숙해져 있다. 그러나 2000년대를 거치면서 추격형·공급 중심·성장 중심의 혁신이론과 정책은 교착상태에 빠졌다. 추격에서 선도로, 퍼스트 무버로의 전환 등 다양한 담론이 제시되었지만 기존의 이론과 정책은 여전히 경로의존성을 지니며 작동하고 있다. 따라서 이를 돌파할 수 있는 새로운 이론과 정책이 필요한 상황이다. --- p.127
디지털 사회혁신 생태계의 상황을 요약하면 정부는 시민의 참여를 활성화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으나 전체적으로 공급자 중심적인 관점에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이로 인해 정부 자체가 사회문제 해결 방안을 효과적으로 기획하기도 쉽지 않다. 이러한 상황하에서 시민단체와 소셜벤처를 중심으로 디지털 사회혁신활동이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다. 이들은 사회문제에 대한 명확한 인식을 기반으로 활동하고 있으나, 상대적으로 낮은 역량, 디지털 사회혁신 기업의 성장단계에 따른 자금 및 육성 시스템 부재, 필요한 기술 확보의 어려움, 디지털 사회혁신에 대한 수요확대 정책의 부재 등으로 혁신활동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p.174
국내의 사회혁신 생태계는 아직 공급 중심으로, 일반 소비자와 기업, 정부 모두에서 충분한 수요를 창출하고 있는 상태는 아니다. 하지만 일반 기업의 공유가치 창출을 통한 사회적 가치 추구 활동이 경영 활동의 영역으로 인식되면서 수요 측면에서 사회혁신 생태계의 성장을 추동하고 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한편 사회적 가치를 측정하는 도구가 개발되는 등 지식 기반이 확충되고 이를 기반으로 사회혁신기업의 지속가능성이 확장되면서 장기적으로 수요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 p.208
과학기술은 그간 경제성장 및 산업경쟁력 강화의 수단으로 인식되었으나 최근에는 ‘지속가능한 발전’, ‘삶의 질 제고’, ‘사회문제 해결’, ‘국민편익 개선’ 등을 실현하기 위한 수단으로 그 의미가 확장되고 있다. 이는 기술에 대한 시각이 기술개발을 넘어 기술의 사회적 활용·확산을 강조하는 방향으로 변화하고 있으며, 기술 사용자(수용자)로서의 시민 및 시민사회의 역할이 강화됨을 의미한다. --- p.247
리빙랩은 다른 지역혁신 모델과 달리 ICT 기반의 협력, 개방형 혁신, 사용자(시민, 공동체) 참여, 민간 파트너십 등을 갖추고 있어 지역문제 해결에 더 잘 대응할 수 있다. 지역주민·공동체가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지역주민의 활동 패턴과 지식 역량을 탐색하고 이를 혁신주체(기업, 연구소 등)의 활동에 연계하기 때문이다. 지역사회에서 수행되는 실험은 혁신 제품·서비스 및 혁신모델을 지역 맥락에 맞게 변화시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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