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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

나는 이제 니가 지겨워

[ 개정판, 양장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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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1년 12월 28일
쪽수, 무게, 크기 240쪽 | 364g | 128*188*20mm
ISBN13 9788957076255
ISBN10 89570762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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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의 십 년 동안 나는 내 주변의 모든 친구들이 남자나 여자나 할 것 없이 결혼과 연애와 거기에 관련된 일들로 에너지를 소모하고 있는 것을 보아왔다. 잡지나 텔레비전 드라마나 베스트셀러 소설이나 만화에도 모두 주된 테마는 청춘 남녀들의 짝짓기였다. 하지만 내가 실제로 사회에 나와서 부딪쳐본 세상은 그렇게 낭만적인 것이 아니었다. 세상은 일단 폭력이 지배했다. (……) 사람들은 남자/여자를 위해서 일하는 것이 아니라 먹이와 자신의 정체성을 위해서 일한다. 먹이도 정체성도 부족할 때 머리에 떠오르는 것이 결혼이다. 어차피 인생이 초이스라고 말한다면 이것이냐 저것이냐 그것이 문제 아닌가. 난 가정 경영 따위에는 관심이 없고 요리나 육아도 하고 싶지 않다. 난 다른 것이 더 좋다. 땀을 흘린다면 다른 것을 위해서 흘리고 노동한다면 다른 것을 위해서 하고 싶다. 난, 다른 것에 걸겠다. ---pp.70-72

‘살아간다는 것은 밥과 권력을 위한 투쟁. 노력해야 한다.’ 오랜만에 컴퓨터 앞에 앉아 일기를 썼다. 나는 사회봉사 단체에 가입한 것도 없고 종교도 없고 열광적으로 좋아하는 취미도 없고 애인도 없다. 내 존재의 대의명분이 없는 것이다. 내가 가지고 있는 장점이라면 죽도록 성실하다는 것이고 단점이라면 차갑다는 것이다. 아직도 불투명한 미래의 희망에 매달려 있다. 수의사, 동물 다큐 작가, 그리고 좀더 먼 미래에는 해양생물학. 남들이 여자로서의 인생이 끝난다고 평하는 서른세 살. 여전히 나는 그리운 것도 없고 사랑하는 것도 없다. 단지 성취하고 싶은 것만 있다. 행여 내가 벼랑에 굴러 떨어지게 될 때 나를 위로할 것이라고는 아무것도 없다. 서른세 살. 잘 살고 있는 것일까? ---p.186

독신자에게 필요한 것은 경제력과 취미와 이성 친구라는 것은 이제 상식이다. 그러나 나는 독신을 선택한다는 것은 고독도 동시에 선택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므로 만일 고독하다면, 그것을 말없이 견뎌야 한다. 그렇지 않다면 어리광에 불과하다. ‘아이 참, 왜 내 눈에 차는 남자가 없는 거지? 운명처럼 다가오는 사람이 아니라면 결혼하지 않을 거야’ 하면서 아직도 어리광을 부리고 싶다면, 독신을 선택하지 않는 것이 낫다. 독신 어리광은 ‘우리 남편은 왜 언제나 양말을 세탁기 앞에 얌전하게 벗어놓는지 모르겠어요. 세탁기 안에다 넣어만 준다면 내가 훨씬 행복할 텐데……’ 하는 주부 어리광이나 ‘짧고 부담 없고 멋진 연애에 빠지고 싶어, 잉’ 하는 사십대 기혼 남자의 어리광만큼 끔찍하다.
---p.19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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