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의 세계에서는 나이에 얽매일 필요도 없고, 특별히 배워야만 하는 것도 없다. 자연을 배운다는 것은 당연히 어떤 정해진 시간이나 장소에서만 할 수 있는 행위가 아니며,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누구나 해온, 아주 오래되었지만
낡지 않은 이야기이다. 많은 사람들이 자연을 알아가다 문득 깨닫곤 한다. 자연을 이해할수록, 나 자신에 대해 더 많이 알게 된다는 사실을…….
- Introduction
지금, 어디에 있든 상관없다. 살며시 고개를 들어 창밖을 내다보는 걸로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문 앞에 가만히 서 있는 것도, 거리로 나가보는 것도 괜찮겠다. 낮이든, 밤이든 햇살이 밝은 날이든, 구름이 낮게 드리워진 날이든 따뜻한 날이든, 쌀쌀한 날이든. 서두르지 말고, 다섯까지만 세어보라. 그리고 둘러보라. 주변에 있는 자연의 흔적들을. 그들이 어떤 모습을 하고, 어떤 몸짓을 하고 있는지. 지금 당신이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는 잠시 잊어도 좋다.
- 1장. Begin
누군가는 그렇게 말했다. 어렸을 적 살던 고향을 떠올릴 때, 가장 그리운 건 그 무엇도 아닌 마을의 냄새라고. 비가 내리기 전 공기가 잔뜩 머금고 있는 물기, 그리고 진흙 냄새……. 당신에게도 어떤 기억을 불러일으키는 냄새가 있는가? 이를테면 뜨거운 도로에 내리는 비 냄새, 갓 베어진 수풀 냄새, 쌉싸래한 솔잎 냄새 같은, 그 시간과 공간으로 돌아가게 해주는 것들. 냄새가 그렇듯, 기억은 때로는 소리를 동반한다. 내가 창밖의 긴꼬리귀뚜라미 울음소리를 들으며 학창시절, 여름방학이 끝나가던 무렵을 떠올리듯. 당신의 추억을 좇는 냄새는, 그리고 소리는 무엇인가?
- 1장. Begin
밤길을 걸어보라. 어둠이 내려앉은 후, 오직 달빛과 별빛만 가득한 그 시간의 산책에 익숙해져보라. 밤에 느껴지는
냄새와 소리, 색깔이 낮의 그것들과 어떻게 다른가? 어떤 감각이 눈을 뜨는가? 어느 새 당신의 손에는 담요와 손전등이 있을 것이다. 앉거나 누운 채로 밤하늘을 바라볼 수 있도록, 그 행복한 시간을 보낼 수 있도록, 자꾸 어둑한 곳을 찾아가는 당신을 발견하게 될 터이다.
- 2장. Discover
잔디밭을 걷게 되면, 새삼스레 감각을 일깨워보라. 온 오감을 곤두세우고 잔디밭의 감촉과 색깔, 냄새를 한번 느껴보라. 그리고 몸이 풀을 스치는 소리에 귀를 기울여보라. 나 이외의 다른 누군가가 몰래 수풀 사이를 지나고 있지 않은가? 숲속 다람쥐일까, 개구리일까, 아니면 새일까? 또 수풀을 뜯어먹으며 여유를 만끽하고 있는 건 누구일까? 무당벌레일까, 토끼일까, 아니면 메뚜기일까?
- 2장. Discover
아름다운 나뭇잎들을 좀 더,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싶지 않은가? 나뭇잎들을 모아와 종이 타월 사이에 놓은 후, 그 위에 무거운 책더미를 올려 꾹 눌러주자. 잎이 충분히 마르게 되면, 마른 나뭇잎을 종이에 붙여 관찰할 수 있다. 그리고 새로이 발견한 사실을 밑에 기록해보자. 식물학자들도 오랫동안 이와 비슷한 방법으로 식물 표본을 모아왔다.
- 2장. Discover
아직 잠자고 있는 당신의 오감을 깨워보라. 감각을 모두 깨우고, 숲속을 즐기는 호사를 누리게 하자. 우선 눈을 편히 뜨고, 변화무쌍한 숲의 모습과 색조를 즐긴다. 둘째로 청각을 깨워, 잎사귀가 바스락거리는 소리, 새와 줄다람쥐가 짹짹, 찍찍거리는 소리, 물이 콸콸 흘러내리는 소리를 듣는다. 나무껍질과 갖가지 모양의 잎, 매끄럽거나 혹은 날카로운 바위, 부드러운 이끼도 손으로 만지며 그 감촉을 느껴본다. 상록수 바늘잎을 입으로 조금 베어 무는 건 어떨까. 수풀이 선사하는 톡 쏘는 맛을 느껴보라. 크리스마스트리에서 나는, 아련하고 따뜻한 그 독특한 나무의 향내 또한 들이마셔보라. 숲은 셀 수 없으리만치 많은 냄새를 담고 있다. 눅눅한 나무 냄새, 자극적인 버섯 냄새, 비옥한 땅 냄새, 부식하는 잎사귀 냄새, 강렬한 양치식물 냄새로 후각을 채워보자.
- 2장. Discover
앞으로 몇 년 동안 계절에 따라 바뀌는 자연을 관찰할 수 있도록, 자주 들러볼 수 있는 장소를 한번 물색해보라. 물론 그런 장소를 하나 골라낼 수 있다는 건 곧, 당신이 살펴보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알 정도로 자연과 가까워졌다는 뜻이기도 하다. 참으로 멋진 일이 아닌가! 당신은 약속이 비는 사이 그곳을 찾아 짧게 사색을 즐길 수 있고, 어느 날 자연과의 약속을 잡아 서너 시간 정도를 보낼 수도 있겠다. 자연을 관찰한 시간과 날씨, 계절, 당신의 마음, 그리고 누구와 함께했는지에 따라 그곳에서의 경험 역시 제각기 다른 느낌일 터이다. 그곳에서 틈틈이 시간을 보낸다면, 관찰하고 기록하며 그림으로 그릴 만한 흥미로운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 것이다.
- 3장. Connect
자연을 알아가는 행위는 아주 작은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자연에서 발견한 경이로운 것들을 기록하거나, 사진 찍거나, 그림으로 그려서 모으는 일부터 한번 시작해보라. 그것은 간단할 수도 있고, 어쩌면 대단할 수도 있다. 어떨 때엔 위안과 웃음을 선사해줄 수도 있고, 그저 깜짝 놀라게 하는 게 전부일지도 모른다. 그러한 자연과의 교감은, 당신에게 어떤 감정을 선사해주는가?
- 3장. Connect
시간이 생기면, 어디든 좋으니 밖으로 나가 조용히 자연을 걸어보라. 아무것도 가져가지 말고, 그냥 걷는 것이다. 주위에 보이는 자연에만 집중하며 마음이 산만해지지 않도록, 잡념이 생기지 않도록 노력하며 걷자. 나뭇잎 모양, 햇살의 색깔, 지나가는 구름의 흐름, 날아다니는 새에 관심을 기울여보라. 귓가를 스치는 바람 소리나 새 소리를 들어보는 건 어떨까. 깊이 숨을 들이마시고, 당신의 느려진 심장박동을 느껴보는 것도 좋겠다. 이윽고 집으로 돌아온 후엔, 가뿐한 마음으로 다음 일에 주의를 옮길 수 있는지 살펴보라.
- 3장. Connect
--- 본문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