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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이크아웃 시리즈 4~6권 세트

테이크아웃 시리즈 4~6권 세트

: 밤이 아홉이라도 + 우리는 사랑했다 + 정선

[ 특별구성, 전3권 ] 테이크아웃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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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7월 01일
쪽수, 무게, 크기 304쪽 | 408g | 115*162*30m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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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6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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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은 측정 결과를 바탕으로 체지방처럼 감정의 수치와 비율에도 신경 썼다. 이를테면 누구든 결과지에 이물질처럼 불안이나 분노가 끼어 있으면 제거하려고 안간힘을 썼다. 올해의 친절 사원으로 뽑혔는데 감정 진단서에 우울과 경멸이 나오면 치료할 시간을 두고 재검을 요청하기도 했다. 생활 기록부나 근무 평가에 감정 진단서가 영향을 미치는 건 말할 것도 없었다. 약물 복용이나 호르몬 조절이 가장 효과적이었지만 번거로웠고 무엇보다 비쌌다. 게다가 치료 기록을 남기지 않으려면 뒷돈까지 찔러 줘야 했다.
--- p.13

「저번에 뚱보 형제 기절시켜서 처리하느라 허리 나갈 뻔했다고요. 아시죠?」
남자가 심드렁하게 덧붙인다. 소장의 표정이 일순 사나워진다. 감정을 측정해 보지 않아도 알 수 있을 만큼.
「입 조심해! 우린 오늘 골목길 환경 정화 사업에 투입되는 거라고. 똑똑히 기억해 두는 게 좋을 거야. 평생 보호 관찰 대상자로 살고 싶지 않으면.」
「뭐, 넓은 범위에서 보면 비슷한 작업이죠.」
그사이 남자는 세 번째 하품을 이어 나간다.
--- p.21

「이상하네. 여기가 운교동이 맞긴 한데.」
남자의 목소리에 치료기는 강렬한 진동을 내보낸다. 악기 몇 개는 소리를 죽인다. 화면에 서서히 노란색이 번진다. 그 틈으로 가느다란 선이 파고든다. 이제 냉기는 날카롭기까지 하다. 현과 머물던 방이 이 근처다.
--- p.36

「당신의 감정은 표준인가요?」
감정 검진의 마지막 질문이기도 하다.
--- p.128
슬픔은 통증이었다. 시큰거림. 어딘가 찢어지는 느낌. 멍이 든 것 같은 먹먹한 감각. 따가움. 신경을 타고 흐르는 화끈거림. 타는 듯한 느낌.
그의 두통은 나 때문이었다.
사실이다.
그가 두통에 시달리는 건, 지금처럼 내가 시시때때로 그의 어깨를 밟고 앉아 머리를 꽉 움켜잡고 있기 때문이다.
그는 절대 나를 잊지 못할 것이다.
우리는 사랑했다.
--- p.16

대부분 나는 아무 힘도 쓸 수 없었다. 그저 흩어지는 기억으로 그의 곁을 부유할 뿐이었다. 그는 통증이 사라지고 나면 항상 다른 여자들을 다시 떠올리곤 했다.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야 할지 고민했다. 그는 살고 싶어 했다. 그래서 그는 내 앞에서 항상 그녀들의 이름을 불렀다. 나는 그녀들에게는 손도 대지 못했다. 그녀들의 미소 아래 나는 지워지고 밀려났다. 저 아래로, 아래로. 내가 할 수 있는 건, 언제 찾아올지 모르는 기회의 순간을 위해, 그가 그녀들을 끌어안지 못하도록 항상 주변을 맴도는 것뿐이었다.
--- p.21

어젯밤, 병원 분수대에서 한 여자가 발견되었다. 머리를 물속에 박은 채. 그녀의 긴 머리카락이 얕은 수면 아래 흐트러져 있었다. 그녀는 급히 응급실로 이송되었다. 그녀가 죽었는지 살았는지 누구도 알지 못했다.
오늘 나는 치료를 위해 병원에 입원했다. 두 번째 입원이다. 아니, 세 번째 입원이다. 나는 병원이 권하는 모든 것을 했다. 살점을 잘라 내는 조직 검사를 견뎠다. 밀폐된 곳에서 몸이 울리는 검사를 버텼다. 약물 치료. 수술. 그 모든 것을 했다. 그러나 병은 낫지 않았다. 나는 내가 왜 아픈지 알지 못했다.
--- p.42

「오늘 내가 행복할 거라고, 행복해서 잠도 제대로 이루지 못할 거라고, 그렇게 해주겠다고 네가 먼저 말했잖아.」
그녀의 얼굴이 조금 달라졌다. 그녀는 무슨 생각을 하는 걸까. 미안함일까. 죄책감? 아니면 수치심일까.
--- p.67
멀리서도 눈에 띄는 선명한 글자였다. 나는 뜨거운 종이컵을 그대로 든 채 대형 게시판 앞으로 다가갔다.
[정선이를 찾습니다]
문구는 그렇게 시작됐다. 누군가를 외쳐 부르는 듯한 느낌의 서체로 그 아래에 이렇게 쓰여 있는 것이 보였다.
[보고싶다 정선아!]
나는 두 문장 사이에 놓인 글을 읽어 나갔다.
--- p.14

아무것도 닿지 못할 것처럼 깊게 팬 골짜기였고 모든 것을 떨어뜨릴 것 같은 낭떠러지였다. 내가 태어나기 전, 정선으로 가던 누군가도 덜컹대는 철도를 따라 이 협곡 위를 지났을 것이다. 귀가 먹먹해지면 침을 삼켰을 것이고 창밖이 깜깜해지면 눈을 감았을 것이다.
--- p.20

「정선인가요?」
그렇게 묻자 남자가 차를 내려놓으며 내 얼굴을 쳐다봤다.
「정선이 같아 보이세요?」
「…….」
「정선군 캐릭터 사업에 참여하고 있긴 하지만, 이건 제가 그냥 개인적으로 그리는 거예요. 인상적이었던 얼굴들을 조금씩 떠올리면서.」
「신기해요. 내가 아는 얼굴 같아요.」
「그런가요? 재미있네요.」
--- p.46

동창이 발끝으로 내 치골을 툭툭 쳤다. 침을 삼키지도 않았는데 귀가 뚫리면서 정신이 번쩍 났다. 동창이 나한테로 몸을 숙여 오는 것 같았다. 감각이 얼얼한 맨살로 소름이 돋아 올랐다. 꿈틀대는 것들은 단번에 내리치지 않으면 내리친 쪽이 괴로웠다. 나는 품속에 있는 숟가락을 거꾸로 쥐었다.
--- p.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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