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팔과 다리의 가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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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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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목정보

품목정보
발행일 2018년 07월 30일
쪽수, 무게, 크기 136쪽 | 188g | 128*188*20mm
ISBN13 9791156623533
ISBN10 11566235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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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자 소개 (1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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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에서 다루려고 하는 사건은 거의 대부분 함경북도 회령시의 한 탄광마을에서 일어난다. 탄광의 이름은 학포탄광이라고 한다. 동네 이름은 따로 있지만 여기서는 그냥 학포탄광을 마을 이름처럼 쓰겠다. 행정구역이 합쳐지고 쪼개지는 등의 이유로 마을의 공식 이름이 여러 번 복잡하게 변했고, 사실 탄광이 곧 마을이기 때문이다. 소년은 1982년에 이 마을에서 태어났다. ---「2. 탄광마을의 삶에 대하여」중에서

처음에 아사(餓死)는 소문이었다.
어디서 누가 죽었다더라. 누구도 죽었다더라.
그러다 아는 사람 중에 죽는 사람이 생겼다.
얼마 뒤에는 이웃 중에 죽는 사람이 생겼다.
장애인과 노인들이 먼저 죽었다. 소년 일당이 곯리던 지적장애인도 두 사람 모두 죽었다. 하늘을 향해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중얼거리며 걸어 다니던 20대 남자 장애인은 가족들도 모두 다 같이 굶어 죽었다고 했다. 머리를 세차게 흔들고 침을 자주 뱉던 여자 장애인은 가족들이 어떻게든 보살피려 했으나 자신들도 형편이 좋지 않다 보니 끝내 굶어 죽었다고 들었다. ---「3. ‘미공급’ 사태에 대하여」중에서

정신을 잃었던 것은 아주 잠깐이었다.
눈을 떴을 때에는 아직도 열차가 다 지나가지 않은 상태였다. 기차의 뒷모습이 거짓말처럼 평화롭게 멀어졌다. 소년의 왼쪽 다리의 무릎과 발목 사이가 잘려져 있었다. 피는 잘린 부위에서 계속 흘러나오는 게 아니라, 숨을 쉴 때마다 물총을 쏘듯이 간헐적으로 뿜어져 나왔다. 뜨거운 피가 땅에 떨어질 때마다 그 부위의 땅이 푹푹 꺼졌다. 몇 달 동안 쌓여 있던 눈이 핏물에 녹았기 때문이다. ---「5. 비명을 지르는 밤」중에서

그는 얼마 뒤에 아버지에게 목발을 만들어 달라고 할 것이었다. 그렇게 집을 나서서 때로는 목발을 짚고, 때로는 한 발로 뛰어다니며 굶주린 아이들을 지휘할 것이었다. 그러다 청년이 되면 페인트 회사를 세우고 한 여인과 사랑에 빠질 것이었다. 딸을 낳고, 얼마 안 있어 잃을 운명이었다. 청년은 목발을 들고 두만강과 메콩강을 건너고, 포장마차를 끌고, 대학생이 되고, 단체를 만들고, 사람들을 설득하고, 폭행당하는 여성들을 구할 것이었다. 세상을 바꾸려 애쓸 것이었다. 아직 소년은 그걸 몰랐다. 그러나 다리 끝에서부터 가슴으로 어떤 의지가 서서히 차오르는 걸 느꼈다.
---「6. 어떻게 살 것이냐」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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